탈북시인 이가연 씨의 ‘통일의 꿈’

탈북시인 이가연 씨가 지난 11일 RFA 서울지국에서 최근 출간한 통일시집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는다’를 보여주며 인터뷰하고 있다.
탈북시인 이가연 씨가 지난 11일 RFA 서울지국에서 최근 출간한 통일시집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는다’를 보여주며 인터뷰하고 있다. (RFA PHOTO/노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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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탈북작가 이가연 씨가 최근 두 번째 시집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는다'를 출간했습니다. 첫 번째 시집이 자신의 삶을 들려주었다면 이번에는 통일을 주제로 실향민들의 고향 생각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시인 이가연 씨를 만나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이가연: 네, 안녕하세요.

기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가연: 네, 반갑습니다.

기자: 두 번째 시집은 언제 출간됐습니까?

이가연: 시집은 지난 4월 30일에 출간됐습니다. 분단 70주년 광복 70주년을 맞으면서 탈북자로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통일시집을 내게 됐습니다.

기자: 이번에는 특별히 통일시집이라는 말을 붙여 출간했는데요.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이가연: 말씀드렸지만, 분단 70주년 광복 70주년을 맞으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한 여성으로서 시집을 준비하게 되었고요. 지금 우리는 분단 70년의 고통 속에서 하나 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가 되자는 뜻에서 통일의 의미를 담아 시를 쓰게 됐습니다.

기자: 첫 번째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에서도 밥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시집 제목에 밥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밥을 강조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가연: 저는 북한에서 밥을 그리워하며 살았기 때문에 통일되는 그 날까지 밥으로 글을 써나가려고 합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쌀밥을 1년에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밥에 대한 일기를 계속 써왔습니다. 그래서 통일 이후에도 정다운 밥 이야기, 따뜻한 밥 이야기로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려고 합니다.

기자: 시집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직접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가연: 시집에는 일단 내가 삶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담아냈습니다. 특히 가족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어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실향민들의 이야기도 담으려고 노력했으며 통일의 해인 만큼 통일 염원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학적 글은 아직 저의 수준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냥 저의 수준에 맞게 편하게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기자: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 중에 통일소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 떼를 이끌고 직접 방북했던 그 일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요. 남한에서 올라간 통일소 북에 있을 때도 알고 계셨나요?

이가연: 네 알고 있었죠. 소문이 정말 빨라서 농촌에 보급되기 전에 남조선 소가 왔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제가 농촌에 살았는데요. 농촌은 소가 정말 귀합니다. 소가 사람의 10배 일을 하기 때문인데요. 정주영 회장님이 보낸 소가 도착했을 때 농촌 사람들이 정말 정말 기뻐했어요. 특히 소꾼들이 소리를 지르며 정말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농촌 사람들이 정주영 회장님을 무척 많이 존경했고, 고마워했습니다.

노재완: 살던 황해도 지역에도 통일소가 왔습니까?

이가연: 황해도도 땅이 넓잖아요. 제가 살던 곳은 아주 작은 시골이라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살던 아는 아저씨가 소를 받아서 일을 직접 시켜봤는데, 소가 생각보다 일을 잘 못했다고 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인민경제 130% 달성을 목표로 일하고 있었는데, 소가 덩치도 크고 듬직해서 일도 잘할 거라 생각했었나 봐요. 새벽에 일하는데 소가 계속 달아나려고 해서 아저씨가 그 소를 '건달소'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때 아저씨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이 소는 인민경제 100%는커녕 10%도 못한다"..

노재완: 그런데 시에 나오는 '건달소'는 다른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가연: 네, 맞습니다. 시에 나오는 건달소는 건강하고 달처럼 잘생긴 소라는 뜻이고요. 아무튼 정주영 회장님께서 보내준 소들은 정말 북한에 있는 소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격이 크고 정말 잘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이름을 달았습니다. (웃음)

노재완: 시집을 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뭡니까?

이가연: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 부분입니다. 공부하면서 또 동시에 일도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독일 베를린에서 익명으로 후원해주신 분이 있었고, 미국의 황기선 박사님께서도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북 실향민이신 윤성근 군수께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시집이 나오게 된 겁니다. 원래 시집이 출간되면 전국의 통일을 준비하는 170개의 단체에 2권씩 나눔 하려고 생각했었는데요. 돈이 부족해서 계획을 바꿔 지방 7곳의 민주평통에 먼저 보내고, 통일 시민단체 14개 공동체에 25권씩 각각 보냈습니다.

기자: 모두 무료로 드린 거죠?

이가연: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제가 탈북자로서 받기만 하면서 살아왔잖아요. 이번에 분단 70주년을 맞아 작지만 나눔하고 싶어서 시집을 쓰고 이렇게 관계 단체에 시집을 보내게 됐습니다.

기자: 지금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죠? 어떻습니까. 공부도 하고 이렇게 또 시도 쓰고 많이 바쁠 것 같은데, 이가연 씨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이가연: 요즘 문학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통일시집을 내기 전까지 특별히 이런 공부 없이 제 느낌을 그대로 적는 그런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제 글이 너무 미흡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시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의 시를 많이 읽게 되는데 정말 제 글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시집 이후에는 공부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잘 준비해서 다음 시집 때는 더 아름다운 글, 따뜻한 글로 독자들을 찾아뵈려고 합니다. 현재로선 대학졸업 기념으로 시집을 함께 출간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씀 들으면서 오늘 회견 마무리 하겠습니다.

아가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미안하다'는 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지금도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싫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미안한 짓을 해 놓고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거잖아요. 요즘에는 되도록 미안할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 고향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보다는 '사랑한다' 그리고 통일되는 그날까지 꼭 건강하게 살아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자: <통일로 가는길>, 오늘은 탈북시인 이가연 씨를 만나봤습니다. 오늘 회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가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