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이 공동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행사가 성사된다면 체육과 문화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나 현재까지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2015년은 한반도 역사에 있어 아주 의미 있는 해입니다. 광복 70주년이면서 동시에 분단 70주년을 맞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단절과 갈등의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도 밝혔는데요. 이를 위해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공동행사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며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남북 간의 정상회담이라든가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있어서 전제조건은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 후 한국 정부는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를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이번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는 통일부가 아닌 통일준비위원회가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이번 행사를 챙긴다는 뜻입니다. 남한 정부는 지난 5월 11일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이라는 주제로 광복 70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여기서 '위대한 여정'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역사를, '새로운 도약'은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선진사회와 통일국가를 이룩하자는 염원을 상징합니다.
정종욱 광복70년기념사업 추진위원장: 남북이 광복 70년을 계기로 함께 광복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나가도록 다 같이 노력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정종욱 추진위원장은 지난 5월 26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공동행사와 관련해 5월부터 8월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북한이 동의만 하면 남북이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남북 친선축구대회 개최를 희망했는데요. 축구경기는 남북교류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정 위원장은 "남북 당국이 결심만 하면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축구는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국가대표 대항전을 하는 방식으로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15일 중국 선양에서 북측과 접촉했고, 이후 추가로 수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북공동행사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남한의 통일부는 지난 5월 1일 남북 민간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때도 역시 문화와 역사, 체육분야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체육분야가 기대됩니다. 남한 정부는 오는 7월 개최되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와 10월에 경상북도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문화, 역사,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사업을 북한과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이 공동으로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해선 북한도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개최 장소를 놓고 남한과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한은 서울에서, 북한은 평양에서 개최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남한 당국은) 8.15공동행사는 서울에서 하든가 아니면 두 행사를 다 서울에서 하게 하라는 긴급지령을 주고 다른 문제들도 합의를 보지 못하게 하였다.
북한은 또 행사 성격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즉, 8.15 행사가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한 민간행사로만 구성된다면 행사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다릅니다. 8.15 남북공동행사는 민족동질성 회복과 남북관계의 발전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정치적 분야로 국한했습니다.
임명철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반드시 정치적인 내용이 고려돼야 된다는 그런 주장은 우리 정부가 이렇게 견지하고 있는 기본 입장과 맞지 않을뿐더러, 이런 행사가 앞에 말씀드린 남북관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또 남북 간의 실질적 협력의 통로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순수한 사회문화교류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북한은 또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조건으로 5.24 대북체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5.24조치 시행 5년째를 맞아 북한은 지난 5월 24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내놨습니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5.24 조치의 원인인 천안함 폭침 사건은 날조된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을 공동조사하자"는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조선중앙TV: 악명 높은 5•24 조치는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어야 할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다.
남한 정부는 그러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는 한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며 북측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5.24 조치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습니다.
일부에선 북한 군부의 입김이 커지면서 대남사업을 주도한 통일전선부의 권한이 국방위원회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과거의 예를 볼 때 북한은 남북 간의 민간교류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습니다. 그래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행사 자체를 유보하거나 취소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북한이 현재 남북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은 5.24조치 해제 같은 것일 텐데요. 현재 상황으로 보면 5.24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북한은 이번 8.15행사나 6.15행사를 통해 자신들이 바라는 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엔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재 남북 민간단체가 함께 열기로 합의했던 6•15 공동선언 15주년 기념행사와 8•15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는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최근 서해 상에서의 포격 훈련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 도발적 행동으로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를 보면 당분간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지금 남북관계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행사 개최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온 사업들은 그래도 괜찮지만, 이번 경우처럼 새롭게 해야 하는 사업들은 악화된 남북관계 때문에 진행이 어렵다는 거죠.
사실 2015년은 북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년상을 끝내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는 해인 만큼 이젠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입니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경제난도 타개해야 하는 데 이런 시점에서 광복70주년 남북공동행사는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계속되는 접촉 제안에도 답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공동행사를 계기로 민간 교류가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남한의 통일운동 단체들은 북한이 호응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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