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벌써 7월입니다. 한반도는 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시작됐는데요. 하지만 마른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 농업용수는 물론 먹는 물까지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한반도의 가뭄 현상은 3월부터 이어져왔는데요. 특히 북한의 경우 곡창지대인 황해도의 가뭄이 심각해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흉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최근 북한 가뭄 실태와 식량 상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남한에서 가장 큰 댐으로 알려진 소양강댐. 한국 언론은 최근 소양강댐의 수위가 크게 내려갔다고 보도했습니다. 계속되는 가뭄 때문입니다. 강물도 마를 대로 말랐습니다. 실제로 고기잡이 그물을 쳤던 소양강 상류는 거대한 육지로 변했습니다.
소양강 어민: 비가 안와서 물이 빠져본 적도 없고,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까 어부들 생계도 그렇고 막막합니다.
남한강에 있는 충주댐도 마찬가집니다. 만수위와 차이를 나타내는 황토층도 2년전에 비해 확연히 넓어졌습니다. 다행히 이번 주 내린 단비 덕분에 간신히 최악의 사태에서 벗어났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한강 수계는 다목적댐의 경우에는 저수율이 예년의 65%로 댐이 생기고 나서 최저 수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남한 못지 않게 북한도 가뭄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북한의 가뭄 현상은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도전문 방송인 CNN의 일기예보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CNN 일기예보: 특히 2014년도는 기록 상 지난 30년 동안 가장 마른 해였고 2015년은 벌써 그 기록을 깰 것으로 보입니다.
30여 년간 북한 농업만을 연구해 온 남한의 권태진 박사는 지난 6월 30일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나와 북한 가뭄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권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평년의 74퍼센트에 불과하며, 특히 영농시기인 5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권태진 박사: 선봉과 김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5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특히 개성과 사리원 등 서해안 지역과 원산, 함흥 등 평야지대는 평년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도 올해 가뭄을 '100년 만의 왕가물'로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영농철을 앞둔 3월부터 주민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농수로 공사를 펼쳤고, 물 확보에 애를 먹자 급기야는 마른 논에 구멍을 파고 모를 심기도 했습니다. 권 박사는 모내기한 논의 30퍼센트가 피해를 입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공개했습니다.
권태진 박사: 이것은 2014년 6월 14일과 2015년 6월 17일 모내기 상황을 비교한 겁니다. 오른쪽이 올해 상황인데요. 역시 6월 중순이 됐는데도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곳이 꽤 있습니다. 이곳은 대동강 유역입니다만,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까지도 가뭄이 영향권 안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남한의 경우 '왕가물'이 와도 저수지와 댐 등을 잘 갖추고 있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상대적으로 남한보다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권태진 박사: 아시겠지만 북한 저수지 수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또 저수지에 물을 가둬서 그것을 가지고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우리 한국과 달리 북한은 흘러가는 물을 퍼 올려서 사용합니다. 저수지가 많지 않은데다가 3년째 가뭄을 겪다 보니까 올해 초 일찍감치 물이 바닥이 난 겁니다. 북한이 가뭄 극복을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지만, 그 자체의 효과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 확보에 실패하다 보니 북한은 일부 지역에서 벼 대신 옥수수 등 대체작물을 심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내기를 한 곳도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확 감소가 예상됩니다. 벌써부터 흉년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권 박사는 쌀을 비롯한 올해 곡식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10퍼센트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권태진 박사: 모내기를 했어도 안심이 안 되는 거죠. 모가 말라 죽으면 결국 수확을 못하는 거니까요. 설령 비가 온다고 해도 이미 마른 모는 생육에 상당히 지장을 받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작년에도 논에 대한 피해가 컸지만, 올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봅니다.
2015년 5월 북한이 중국에서 도입한 곡물 수입량은 1천500여 톤으로 4월의 1만 톤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으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도 큰 감소를 보였다고 권 박사는 말합니다. 올해 5월까지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칩니다.
권태진 박사: 예년과 비교하면 곡물 수입 뿐만 아니라 비료 수입도 굉장히 적습니다. 곡물 수입량과 비료 수입량을 월별로 쭉 정리해놨습니다. 올해 북중 간의 교역을 보니까 전반적으로 교역양도 줄고 교역 금액도 줄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곡물 수입을 대폭 줄인 것은 지난해 북한의 곡물 작황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가 나빠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권태진 박사: 과거 같으면 북중무역 특성상 외상 거래도 가능했고, 물물교환도 활발하게 이뤄졌을텐데.. 북중관계가 나빠지면서 올해는 현금 아니면 다른 방식의 거래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북한이 비료 수입도 해야 했지만, 중국이 현금 거래만을 원했기 때문에 북한이 수입을 못했던 겁니다.
또 북한의 계속되는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지원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일부에선 북한이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 박사는 반대의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식량과 비료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남북 또는 국제관계의 개선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권 박사는 그 시기를 8.15 광복절로 봤습니다.
권태진 박사: 8월 15일쯤 되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알 수가 있습니다. 가을 수확량을 거의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시점에 가을 작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래서 외부로부터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한국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후 줄곧 경제회생과 이를 통한 민생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개선된 게 없습니다. 최근 들어 농업 개발을 장려하고, 가족들끼리 농사를 지어 생산물을 나눠 갖도록 하는 '포전 담당제'를 도입하는 등 농업 개혁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8.15 남북공동행사 등을 통해 북한과의 민간교류를 원하고 있는데요. 성사만 된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농업 분야의 협력 재개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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