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넘어 불어오는 통일염원

0:00 / 0:00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해마다 남한에서는 가을만 되면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비무장지대 일대를 달리는 평화 마라톤과 평화 자전거행진이 열립니다. 최근에는 한반도를 넘어 독일 등 유럽 등에서도 이러한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요. 얼마 전에는 독일 베를린을 출발해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1만5천km의 자전거 대장정이 펼쳐졌습니다. 이 자전거 행진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데요. 11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보다 앞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 30여 명이 자동차를 몰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북한에서 남한까지 한반도를 관통하는 도전이 있었습니다. 이번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이들의 역사적인 대장정을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8월 13일부터 시작된 '원코리아 뉴라시아 평화원정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 출발한 자전거 행진은 동쪽으로 쉼없이 달려와 지금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우랄산맥에 와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을 떠난 지 35일째입니다.

한여름 더위 속에 출발했던 자전거 원정대는 어느새 가을의 초입에 접어 들었습니다. 매일 100km 정도를 달려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대원들의 얼굴엔 여전히 활기가 넘칩니다. 뜻있는 행사에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평화 원정대는 지난 9월 4일 러시아의 고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유서 깊은 레닌그라드 광장을 밟았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모스크바에 도착해 명절 차례상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1만 2천km를 더 달려야 하는 이들의 머나먼 여정은 오는 11월 중순 서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베를린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인사들이 원정대에 나서는 참가자들을 격려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새로운 뉴라시아 시대를 열고 통일 한국의 비전을 제시하게 될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브란덴부르크 문을 출발하는 평화원정대의 100일 대장정이 무사히 성공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일간지 조선일보가 기획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자전거로 횡단하며 평화와 통일을 기원한다는 좋은 취지 때문인지 자전거 원정대 모집에 수천여명이 몰렸는데요. 경쟁률만 무려 270대1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자전거 원정대에 선정된 대원들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직업도 다양한데요. 유명 가수부터 대기업 사장, 의사, 교수, 그리고 탈북자까지.. 이들의 힘찬 목소리를 한 번 들어봤습니다.

참가자1: 통일 후에 희망과 밝은 기운을 주는 노래를 직접 작곡, 작사를 해서 북한에서 부르고 싶어요.

참가자2: 원정대에 지원한 동기는 물론이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 이산가족에도 관심을 갖게된 계기이자 제일 존경하는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참가자3: 팀 워크를 바탕으로 똘똘뭉친 그 힘이 15,000km, 100일 간 갈 수 있는, 두 바퀴를 밟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최 측은 대장정에 따른 시간 제약과 체력 부담을 고려해 일주일 정도를 한 구간으로 정해 참가자들이 이어달리게 했습니다. 독일을 시작으로 모두 10개 나라를 거치는 자전거 행진은 곳곳에서 토론회와 의료봉사와 같은 일도 할 예정입니다. 원정대가 통과하는 지역의 주민과 관광객들은 1만5천km 대장정 계획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여정은 험난, 그 자체입니다. 다져진 도로는 극히 일부, 변화무쌍한 고원의 산길을 오르내리고, 험상궂은 사막의 모래 바람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서 자전거 바퀴도 극한의 환경에 맞게 특수 제작됐다고 하는데요. 이번 원정대에서 부대장을 맡은 황인범 씨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황인범 원정대 부대장: 일반 자전거보다는 두껍고, 산악자전거보다는 조금 얇습니다. 산에서도 달릴 수 있고,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바퀴로 세팅을 했습니다.

또 시기는 다르지만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대장정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들도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전거 대신 자동차를 이용했습니다.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겁니다.

대장정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32명. 7대의 자동차에 나눠 탄 이들은 7월 7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연해주의 블라스보스톡까지 질주했습니다. 엣 조상들의 이주 경로를 되돌아 밟아 온 겁니다.

국경 도시 하산에 도착한 이들은 출발 한달 만인 8월 8일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산에서는 자동차를 기차에 싣고 갔는데요. 이들은 다시 라진부터 차를 몰아 백두산과 함흥, 평양, 개성 등을 거쳤습니다.

조선중앙TV: 러시아와 조선반도 종단 자동차 행진단이 혜산과 함흥을 비롯한 여러 지역을 거쳐 14일 수도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광복절 다음날인 8월 16일 판문점을 통과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러시아 한인들이 거주하는 경기도의 한 마을을 방문했으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을 참배했습니다. 이들은 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나 한반도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러시아와 북한, 남한의 흙이 담긴 화분에 콩을 심어 전달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종착지인 부산에는 8월 19일에 도착했습니다. 모스크바를 출발해 대장정에 나선지 40여일 만입니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자동차를 통한 최초의 한반도 종주였습니다. 무엇보다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자동차를 몰고 통과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들은 "군사분계선을 통한 한반도 종주가 한민족의 자유로운 왕래와 평화통일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 에르네스트(고려인 단장): 우리 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북에서 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습니다. 우리 고려인은 왜 두 개의 조국이 있어야 하는 지 생각해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조국은 하나인데..

고려인의 역사에는 한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러시아의 연해주는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중심지였습니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서러움을 겪었고, 이들은 까레이스키가 됐습니다. 까레이스키는 러시아 말로 고려인을 말합니다.

이들의 자손들이 지금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요. 강제 이주를 겪을 당시엔 국가를 잃은 설움이, 오늘날엔 남북 분단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한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빅토르 안(고려인): 사진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아 온 고려인들의 역사를 말해주고 싶었어요.

1만 5천km를 내달리는 먼 여정인 만큼 기획 단계부터 어려움이 따랐는데요. 특히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이 외국인의 군사분계선 통과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를 앞세워 북한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여기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역경을 뚫고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이 드디어 해냈다며 만세를 외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까지 2개의 대장정을 살펴봤습니다. 한국인들과 해외 동포들이 왜 이토록 힘든 대장정에 앞다퉈 도전하는 것일까요? 쉬지 않고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지만 쌓여온 이러한 노력들이 반세기 넘게 이어온 분단의 벽도 곧 허물 거라는 확신에 찬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