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얼마 전 중국 백두산 지역에서 생산된 생수가 북한 나진항을 통해 남한의 부산으로 들어왔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된 유연탄 12만 톤이 북한 나진항을 통해 포항과 광양으로 들어왔는데요. 아직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북•중•러 물류사업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한국도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동북아 물류의 중심, 나진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2월 7일 부산항에 정박한 대형 화물선 뉴글로벌호. 화물선에 실려 있던 10개의 컨테이너가 하역장에 내려집니다. 컨테이너 안에 든 건 모두 생수입니다. 이날 들여온 생수는 170톤으로, 중국 길림성(지린성) 백두산 지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겁니다. 백두산 생수는 중국 훈춘으로 해서 지난 5일 북한 나진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들어왔는데요.
부산세관 관계자: 선박은 북한에서 입항했지만, 통관 대상 물품인 생수는 중국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일반 중국산 물품과 동일한 통관 절차를 거치면 됩니다.
이번 운송은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사업의 일환입니다. 앞서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 운송으로 러시아산 유연탄이 나진항에서 광양과 포항으로 옮겨지기도 했는데요. 중국 훈춘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한 포스코와 현대그룹은 중국 동남부로 물건을 운송할 경우 대련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북한 나진항을 이용하는 것이 물류비와 시간 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계성경, 포스코 경영연구소 차장: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인 훈춘 물류 단지를 활용해서 더욱더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기 위해서 금번과 같은 시범 운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북한의 동해 최북단 항구인 나진항은 두만강 하구의 중국, 러시아 국경에서 각각 도로와 철도로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진항은 1990년대 초부터 중국과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주변국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현재 나진항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북한으로부터 나진항 3호 부두의 50년 사용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1년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 철도를 전면 보수해 열차가 양국을 오갈 수 있게 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화물을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나진항과 나진-하산 구간 철도를 이용하게 한다는 구상입니다.
러시아는 또 2012년부터 나진항 3호 부두에 7천만 달러 규모의 보수 공사를 벌였는데요. 부두를 콘크리트로 재포장하고 석탄을 싣는 이동식 크레인의 레일과 연료탱크를 새로 설치하는 한편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도록 부두의 수심을 기존 9m에서 12m로 깊게 팠습니다. 러시아는 나진항이 자국의 광산지역과 아시아 항구들을 연결하는 최단 경로로 보고 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물론 연해주에 블라디보스톡항이 있지만, 이건 군항입니다. 또 근처에 자루비노항도 있는데요. 거기는 항만이 매우 작습니다. 그래서 나진항이 가장 최적지라는 겁니다.
동해로 직접 통하는 항만이 없는 중국도 최근 나진항 활용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중국이 동북 3성에서 육로로 이어지는 북한 나진항 확보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나진항이 동해 해상 통로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물류 거점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북한으로부터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해 동해로 통하는 바닷길을 연 중국은 나진항에서 육로로 50km가량 떨어진 자국 국경도시인 길림(지린)성 훈춘을 국제적인 물류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반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중국의 내몽골자치구라든가 흑룡강성 등 동북지역의 자원을 남방 지역으로 옮기려면 천상 훈춘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21세기는 훈춘이 물류의 거점지역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또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이 고속철도 건설인데요. 고속철도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두만강 유역의 연변자치주에서 훈춘까지 잇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훈춘과 북한 원정리를 잇는 신두만강대교도 건설했습니다. 나진항과 두만강유역을 중심으로 교통 기반 확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신두만강대교는 북한의 나진항을 통해 동해 진출로를 선점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물류 경쟁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연구센터장: 현재는 중국에서 일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진출이라는 측면보다는 중국의 동해로 나가는 통로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운송 사업은 동북아지역 물류 활성화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 입장에선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이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도 동북아지역 물류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주변국들에 알리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관련 국제행사에도 적극 참석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많은 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는 만큼 통관, 검역, 출입국관리, 환적환승의 체계화, 표준화체계와 전시성과 안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운송장의 국제표준화와 통관절차의 호환성 확보, 국제운임상호정산체계 구축 등을 통해서 각국에 서로 상이한 제도와 관행을 일치시키고 불필요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 12월 10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한반도물류연합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는데요. 한반도물류연합포럼은 물류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문가들의 연구 모임입니다. 이날 출범식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남북물류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발족식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공이 담보되려면 실질적이면서도 현실에 부합하는 물류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물류포럼연합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조문수 숭실대 교수는 "앞으로 물류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을 연결해 통일 후 한반도에 닥칠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물류와 유통체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북경협기업협회 이선영 이사는 물류가 향후 통일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선영 이사: 그런 점에서 저는 물류가 통일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에서 쉬지 않고 혈류가 흐르는 것처럼 크고 작은 물건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해야 됩니다. 이것은 통일을 위한 물류가 아니고요. 끊임없이 물류가 흐르다 보면 통일은 우리 앞에 자연스럽게 가까이 온다는 뜻입니다. 물류가 본격화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내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변수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대북지원이나 남북교역을 금지한 5•24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나진•하산 철도나 나진항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하거나 물자 수송에 따른 현금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5.24 조치와 충돌될 우려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정부는 5.24 조치의 예외사업 확대나 유연화조치 확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동북아 지역의 물류 규모는 6천억 달러, 세계 20위 권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이곳의 가장 중심은 역시 나진항입니다. 북한 나선항은 아직 주변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부족하고 외자 유인책이 미흡해 단기적인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중국과 러시아의 동북아 진출이 활발해지고 훗날 한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경우 동북아를 넘어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중심 무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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