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들의 피해 보상 문제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평양과 금강산에서 사업했던 남한의 내륙 기업들의 피해 보상 문제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100일 철야 농성장' 해단식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은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가공 무역을 중심으로 한 남북교역이고, 두 번째는 평양과 금강산 등에서 벌인 합작사업, 세 번째는 개성공업지구 사업입니다. 남북교역과 합작사업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사망과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중단됐습니다. 당시 남북교역과 합작사업에 참여했던 기업은 무려 1천여 곳이 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교류협력을 위한 뱃길이 더 이상 무력도발에 이용되도록 할 수 없습니다.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입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길에 나선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고, 최근에는 우리 소유의 재산까지 일방적으로 몰수했습니다. 더구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협력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개성공업지구 사업은 지난해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조치로 중단됐는데요. 개성공업지구는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런 만큼 보상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지금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정부는 앞으로도 신속히 피해지원금 지급절차를 진행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지원을 토대로 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기울여서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업활동에 매진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남북교역과 합작사업 등은 특별한 보상 없이 약간의 은행 대출 정도만 받았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그동안 여러 차례 집회를 가졌습니다. 급기야는 지난해 10월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100일 철야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집회 사회자: 저희 대회 명칭은 남북경협기업 생존권보장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큰행진입니다.
유동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며 남북관계는 일체 중단되었습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남북경협에 뛰어든 기업인들은 관광 중단과 5.24조치 이후 경제적 몰락과 가정의 해체로 풍요와 행복을 잃고 사회적 냉대와 극심한 빈곤으로 비전과 미래를 잃어버렸습니다.
1월 11일 철야농성 100일째가 되는 날, 남북경협인들은 철야 농성장 해단식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유동호 위원장은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의 100일 철야농성은 남북경협 기업인들을 하나로 모았다"며 "기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아졌고 기업인 서로가 남북경협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공유한 값진 시간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유동호 남북경협비대위 위원장: 100일 철야농성을 통해 하나 된 우리는 국회와 정부의 피해지원 의사를 이끌어내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보다 신속하고 실질적이며 통일된 남북경협 기업의 생존대책 수립과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하여 전 기업이 단합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신양수 회장은 "농성 95일 만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농성장을 방문해 남북경협기업인들을 위로해 주었다"며 홍 장관은 앞으로 기업피해 지원에 대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통일부 장관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 하나, 통일부는 남북경협기업들에게 개성공단의 보험가입 기업에 준하여 보상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 지원했던 세제 및 금융 혜택이나 기타 지원도 남북경협기업에게도 적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셋, 지원기준이나 방법을 신속히 결정하여 늦어도 2017년 3월 말까지 조치하여 주시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예산 관련해서는 관계부처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남북경협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일단 농성을 오늘로써 마무리를 하게 됐는데요. 하루바삐 경협 기업인들과 금강산 관광과 관련돼서 피해를 본 분들이 정상화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평양에서 닭고기 요리집을 운영했던 '맛대로 촌닭'의 최원호 사장은 "남북교류 재개만을 기다리며 힘든 나날을 참고 인내해 왔다"며 남북경협의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사장: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시작한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남북경협에 대한 투지나 의지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북경제협력의 재개를 바라는 청년학생 대표 심명민 양의 자유발언도 있었습니다. 심 양은 중앙대 1학년 학생으로 현재 통일경제포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심명민 중앙대 1학년: 기업들이 그동안 남북경제협력을 하면서 일궈낸 성과와 그 산물에 대한 공정한 보상,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합니다.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정상화 되어서 경제협력이 다시금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기업인 여러분, 힘내세요.
남북경협 기업인들은 참가단체 명의의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기업인이 살아남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지름길이고 민족 미래비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100일 철야 농성장 해단식과 함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본부를 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동방영만 남북경제인연합회 회장: 기나긴 굶주림과 사회의 냉대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것은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북경제협력은 숙명적으로 부여된 소명이다. 우리는 분명 죽어 서도 '남북경협 도깨비'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농성장을 해체하고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오랫동안 농성장을 지켰던 정익현 통일농사협동조합 이사장은 "모든 경협인이 하나의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많은 국민들이 남북경제협력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익현 통일농사협동조합 이사장: 광화문 앞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보면서 희망도 보았습니다. 남북관계도 반드시 개선될 거라는 희망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00일 철야농성은 가슴 뿌듯하고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경협 기업인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는 생각에서 아주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초 남북경협 확대 속에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기업인들. 사업 성공을 맛보기도 전에 남북교류 중단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가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하면서 새로운 전기도 마련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멈추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가 도래한다면 이들은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칠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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