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겨울 방학을 맞아 탈북 청소년들의 학습 지도를 돕는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활동을 15년째 이어오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올해도 어김없이 한겨레 계절학교를 운영하며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한겨레 계절학교 자원봉사에 나선 남한 대학생들과 학습 지도를 받는 탈북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만남을 소개합니다.
"선서 ~! 제27회 한겨레 계절학교에 입학해 교칙을 준수하고 지도교사의 지도를 성실히 받을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난 1월 4일 낮 경기도 연천에 있는 한반도통일미래센터. 한겨레 계절학교에 입학한 탈북 청소년 김인철 군과 김은주 양이 참가 학생들을 대표해 선서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절학교에는 남학생 8명, 여학생 9명 모두 17명의 탈북 청소년이 참여했습니다.
정진향(탈북청소년): 방학 동안 집에 있으면 놀게 되고, 그동안 배운 것도 잊어버리게 될 것 같고.. 그래서 여기서 많이 배워서 가려고요.
박수정(탈북청소년): 서울에서는 조금 시끄럽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조용해서 공부하기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한겨레 계절학교 교장을 맡은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박범진 고문은 입학식 환영사에서 “통일 한반도의 주역은 여기 모인 탈북 청소년들이 될 것”이라며 “돌아갈 때 얻어가는 것이 많은 알찬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박범진 한겨레계절학교 교장: 여기 우리 대한민국의 자산은 사람뿐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사명은 국민들을 능력 있고, 올바른 품성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내는 겁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을 건설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남북한의 교육 차이와 학습 공백 등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는 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이 난관을 꼭 극복해야 합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합니다.
탈북 과정에서 학업 공백이 있었던 탈북 청소년들은 공부하려고 해도 기초가 없어 혼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들은 약 보름 동안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평소 취약했던 과목을 중심으로 학습 지도를 받습니다.
이유미(탈북 청소년): 이번 계절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보다는 기초를 쌓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기초를 배우면 나중에 공부할 때 잘 따라갈 것 같습니다.
김은주(탈북청소년): 수학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서 이번에 선생님들과도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은 역시 영어입니다. 2008년에 탈북해 중국에 체류하다가 재작년 한국으로 건너온 최명진(가명) 군은 “산골에 살아서 영어를 공부한 적이 없다”며 “영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최명진(탈북 청소년): 중요한 과목만 가르쳐주니까 배우고 싶은 열망은 높은데 잘 따라갈지 걱정입니다.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참가 학생들은 수학과 영어 시험을 보았습니다.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기 위해섭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차미리 간사는 “탈북 청소년들은 학업 수준이 낮아 일반 학교에서 또래보다 3∼4살 정도 낮은 학년에 편성된다”며 “방학 기간을 통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 기초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계절학교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차미리 북한인권시민연합 간사: 일과를 보면 이렇습니다. 오전 7시에 기상해서 간단히 운동하고 아침 식사를 한 다음에 오전에는 영어 수업이 90분씩 두 차례 진행됩니다. 그러고 나서 점심을 먹고 민주시민교육과 국어 수업을 합니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2시간 정도는 특별활동을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영어 단어 시험을 20분 정도 봅니다. 그런 다음 자율학습이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보통 밤 11시 정도에 취침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공부 외에도 단체 운동,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 저마다의 재능을 계발할 예정입니다. 또 주말에는 인근 농촌 지역에 가서 체험활동도 할 계획입니다.
정다정 북한인권시민연합 간사: 오는 17일 일요일 오전에는 여기 한반도통일미래센터 근처에 있는 딸기농장에 가서 딸기를 따고 쨈 만들고, 손수건 만들기 등도 하려고 합니다. 또 이날 오후에는 전곡리 구석기박물관에 가서 유적을 보고 거기서 운영하는 겨울축제에 참여해 썰매타기도 할 겁니다.
그동안 탈북청소년 600여 명이 한겨레 계절학교를 졸업했는데요. 졸업생들은 현재 전국 각 대학에 진학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사회에 나와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계절학교에 대한 평가는 무척 좋은 편입니다. 이 때문인지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도 겨울방학을 맞아 5명의 학생을 보냈습니다.
김유정 한꿈학교 교사: 저희가 방학 기간이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 시키고, 또 다른 많은 친구도 사귈 기회를 마련하고자 해마다 학생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희망자에 한해서 보내고 있는데요. 계절학교에 두 차례 온 친구들도 있고, 처음 온 친구들도 있어요. 아무튼 저희한테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도 계절학교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한겨레 계절학교가 열린 한반도통일미래센터는 통일부가 운영하는 통일체험연수 공간입니다. 한반도통일미래센터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쳐지는 합수머리 물결과 두 손을 맞잡고 하나로 아우르는 평화의 장을 형상화했습니다. 센터는 지난 2014년 11월 문을 연 이래 청소년을 비롯하여 연 3만 명이 넘는 인원들이 통일체험연수에 참여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에 기여해왔는데요.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 여기가 최북단이거든요. 서울에서 상당히 먼 곳입니다. 하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고향인 북한땅을 바라다볼 수 있고, 더불어 통일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번 계절학교 기간에 민주시민교육과도 접목해서 참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김유정 한꿈학교 교사: 북한에서 온 이 학생들은 일단 북한에서 살아봤고, 남한에서도 살아봤잖아요. 어려움은 있지만, 양 체제에서 다 살아본 이 친구들이야말로 갑자기 통일이 왔을 때 중간 역할을 해주고, 또 그것을 해줄 사람은 이 친구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자기 역할이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정말 잘 적응하고 잘 성장한다면 진짜로 이들이 통일의 역군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한겨레 계절학교는 통일의 작은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7명의 자원 봉사자가 선생님으로 참여했는데요. 이들은 모두 남쪽 출신의 대학생들입니다. 이곳에서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한반도 통일 미래의 꿈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함수연(홍익대 3학년): 제가 사범대에 다니다 보니까 원래 교육봉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북한에서 온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어떻게 해서 한겨레 계절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갈준(고려대 4학년): 북한 사람들도 결국 우리나라 사람이잖아요. 이번 교사 봉사를 통해 북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저도 노력 많이 하겠습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이 되자 식당 안에선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참가 학생들과 교원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잠시 오락 시간을 가졌는데요. 교실에선 교원과 학생이지만, 오락 시간에는 언니, 오빠 사이가 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낯선 햄버거보다 북한 음식을 그리워했습니다. 한 탈북청소년은 “가끔 콩으로 만든 북한식 인조고기가 생각난다”며 “통일이 된 다음 고향 친구들과 인조고기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