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위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방안 논의를 위해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방안 논의를 위해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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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국제사회는 지난 6일에 있었던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도전 행위로 간주했습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가 가장 우선시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한반도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사건입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북한 4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위기에 대해 알아봅니다.

지난 1월 6일에 있었던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그토록 만류했음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상한 것은 예전 같으면 우방인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핵실험을 한다고 사전에 통보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생략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기호 경기대 교수 :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결심하면 당연히 북한을 제어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고 미국과의 경쟁 구도로만 간다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신뢰구축을 통한 ‘통일대박’을 홍보했던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 민간교류만은 허용해 왔지만, 이젠 이마저도 어렵게 됐습니다. 결국 대북압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오전 대국민담화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이번 핵실험 과정을 통해서 재차 확인된 북한 정권의 기만적이며 무모한 행태를 감안할 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전략 자산 추가 전개와 확장억제력을 포함한 연합 방위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 의지 자체를 무력화시켜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 북한의 핵실험은 지난해 8월 남북의 고위급 접촉에서 이뤘던 8·25 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치로 한국 정부는 지난 8일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는데요. 이날은 공교롭게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이었습니다. 일부러 생일에 맞춰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 최전방 11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출력이 높아, 밤에는 멀리 20km까지 소리가 전달된다고 합니다. 방송은 부대별로 하루 2시간에서 6시간가량 불규칙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자유의 소리 1: 특히 올해처럼 노동당 창건 행사를 한다고 충성자금을 바치라고 액수를 몇 배로 올려놓으니까 외교관들이 범죄고 뭐고…

자유의 소리 2: 이보시요. 젊은 지도자 양반, 경제를 모르면 배우시오… 경제가 완전히 파탄이 나야 정신을 차릴거냐고요~

전연(휴전선) 지대에서 군 복무를 했던 탈북자들은 “대북 심리전 방송이 나오면 처음엔 안 들으려고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방송에 신뢰를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군인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남한 노래를 따라 부를 때가 많다고 합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특히 조용한 밤에 군인들이 근무할 때 저 방송이 나오면 내용을 머리에 넣으려고 노력합니다. 노래 같은 것이 나오면 훈련할 때나 작업할 때 따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정치 장교들은 이를 철저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 군인들이 20만 명이라고 봤을 때 이들이 일종의 안테나가 되는 겁니다.

북한도 최근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확성기 방송은 출력이 약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남한 쪽 비무장지대에서 들으면 그냥 웅웅하는 소리만 들립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대남 확성기 방송 : 주체 조선의 대 수소 폭탄의 완전 성공으로 크나큰 감격과 환희에 넘쳐 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어떤 말을 하는지 도무지 들을 수가 없습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북한이 내용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방송을 제작한 게 아니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막기 위한 방해 목적에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의식한 북한 정권은 얼마 전 평양에서 군중대회를 열고, 남한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 :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배 아프게 여기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벌써부터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 전략핵 폭격 비행대를 끌어들인다고 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남한의 국방부는 “8.25 합의에 나와 있는 것처럼 북한이 비정상적 사태를 고치지 않는 이상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의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조건과 관련해 “최종 목표는 북한이 비핵화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방송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선언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사실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는 걸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비례성을 봤을 때 말입니다. 지금 남한이 가진 유일한 정책적 수단으로 대북 확성기가 유일하기 때문에 실시했다고 보고요. 남한도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비핵화 선언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휴전선 일대의 관광 운영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서 남북 간의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군부대에서 자치단체에 안보관광지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인데요. 경기도 파주의 임진각을 비롯해 강원도 철원의 승리전망대, 제2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등 민간인통제선 안에 자리잡고 있는 4개 안보관광지 운영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임진각 안보관광 관계자 : (군부대의 요청으로) 오늘부터 통제됐습니다. 사태가 이러다 보니까….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자 개성공업지구 출입경 인원을 최소인력으로 제한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개성공단 방문은 원칙적으로 입주기업 및 협력업체 관계자 등 생산 활동에 직결되는 인원에 한해 허용됩니다. 입주기업 직원은 기업별로 현 체류 인원 규모를 감안하여 필요 최소 수준으로 체류인원을 조정하고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일 출경하고 당일 입경할 수 있는 인원에 한해 방문을 허용할 것입니다. 기존 800명 내외 수준에서 650명 수준으로 될 것입니다.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한 입주 기업은 모두 124개. 개성공업지구의 체류 인원을 최소 수준으로 조정한 탓인지 최근 개성공업지구를 출입하는 차량 숫자도 크게 줄었습니다. 최소 인력으로 생산활동을 벌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공장설비 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습니다. 입주 기업은 또 상주 인원의 축소로 숙박비와 교통비도 부담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출입경 제한 조치가 더 강화될 수도 있지만, 입주 기업들은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과거 세 차례 핵실험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핵 문제가 개성공단 가동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되고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 기업인들은 하나가 돼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핵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핵무기 소형화 등 북한의 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핵무장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일본도 핵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동북아시아 전체가 핵무장화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반도에 핵무기 생산, 반입은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면 핵확산금지조약인 NPT를 탈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재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