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는 새해를 맞아 지난 1월 7일부터 13일까지 '남북코리아미술대축전'이 열렸습니다. 이번 미술대축전은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위한 방안으로 열렸는데요. 북한의 유명 작가 85명의 작품도 선보여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미술축전을 주최한 남북코리아미술교류협의회의 정주환 이사장을 만나 봅니다.
기자: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정주환: 네, 안녕하세요.
기자: 남북코리아미술대축전의 개최 의미와 배경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주환: 우리의 소원이 평화통일 아닙니까. 평화통일이 되려면 미술전이나 세미나 같은 활동들이 계속 열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가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게 되는데요. 동시에 남북의 작가들이 만났을 때 동족애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술 활동은 정치나 이념을 초월합니다.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에도 도움이 되겠죠.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남북 미술전을 열게 된 것입니다.
기자: 1991년에 시작된 미술전시회가 이제 4회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잠시 중단됐던 겁니까?
정주환: 그렇습니다. 아무리 민간교류이지만 정세 변화로 전시회를 계속 열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중단됐죠. 그런 게 아쉽죠.
기자: 음악이나 체육에 비해 미술은 교류가 용이할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정주환: 아무래도 그렇죠. 왜냐하면 신기(身技) 분리원칙에 따라 미술은 꼭 인적교류를 하지 않더라도 작품 전시만으로도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술이 다른 예술분야보다 교류하기가 수월합니다.
기자: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몇 점입니까?
정주환: 북쪽에서 온 작품이 100점이고요. 우리 남쪽에서 300점, 모두 합해 400점이 전시됐습니다.
기자: (5.24조치 때문에) 북한 작품들이 남한으로 들어오기가 까다로웠을 텐데요. 어떻게 해서 들어왔습니까?
정주환: 그렇습니다. 이번 미술작품들은 중국 연변미술관 이영인 관장을 통해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분은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데요. 북한 조선미술가동맹 김동환 위원장에게 부탁한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경로는 저도 솔직히 잘 모릅니다.
기자: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 등 북한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대거 전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간략히 소개 바랍니다.
정주환: 이번에 출품된 작품 중에는 국보 작가의 것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의 것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국가가 양성한 최고의 예술인들입니다. 그런 만큼 세계대회에도 진출하고 그렇습니다. 북한 미술작품을 보면 조선화가 있고, 유화, 판화 등이 있는데요. 특히 판화의 경우 세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그런 작품들이 이번에 출품됐습니다. 정말 값으로 매기기도 어려운 고가의 작품들입니다.
기자: 이 중에는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월북 작가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주환: 네, 우선 김관호 화백이 있고요. 서울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1916년 일본에서 미술대를 나와 당시 일본에서도 명성을 떨쳤던 분입니다. 김 화백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서양화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이 분을 통해 유화의 역사가 시작된 겁니다. 다음으로 조선화 작가인 리석호, 정종여, 정창모, 이쾌대, 김장한 등 16명의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이번 전시회 때 이들의 작품을 본 유족들과 친족들은 많은 위로가 됐을 것으로 봅니다. 어떤 사람은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기자: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북한의 이런 유명 작품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정주환: 이런 수준 높은 작품들을 1주일 동안만 봐야 한다는 것에 매우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전시 기간을 한 달로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애호가, 미술학도, 미술 전업작가분들에게는 많은 참고가 되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러면 여기에 나온 출품작들은 다시 중국으로 돌어가는 겁니까?
정주환: 네, 중국으로 다 보내야 합니다. 협약상에 저희가 수송까지 다 책임지게 돼 있습니다. 이제 전시가 끝났으니까 인천항을 통해 중국으로 보낼 겁니다.
기자: 이번 전시회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주환: 과거에는 전시회가 있으면 북한 사람들도 만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인적교류 없이 작품만 갖고 전시를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아쉽죠.
기자: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해인데요. 이를 기념하기 위해 8월에도 또 한 차례 전시회를 연다고 들었습니다.
정주환: 네, 금년 8.15 70주년 광복절을 맞아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위해 다시 한 번 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장소를 중국으로 옮겨 남북코리아미술대축전과 미술포럼을 함께 엽니다. 미술축전에는 조선미술가 30명, 한국미술가 30명, 중국 조선족 미술가 10명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정주환: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예술이나 너나 할 것 없이 평화통일을 위해서 모두가 참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에 대한 모두의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통일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지금 평화통일 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봅니다.
기자: 남북코리아미술대축전, 남북 문화교류 차원으로 볼 때 아주 의미가 있을 걱 같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은 남북코리아미술교류협의회의 정주환 이사장을 만나봤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주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