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들의 통일경제캠프 (1)

지난 1월 29일 현대제철의 당진공장을 견학한 탈북 청년들이 철광석 저장시설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9일 현대제철의 당진공장을 견학한 탈북 청년들이 철광석 저장시설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RFA PHOTO/ 노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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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에서 2월은 졸업식의 달입니다. 대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선에 나가야 하지만 일 자리가 넉넉지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얼마 전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취업 준비를 돕기 위해 통일경제캠프를 마련했는데요.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이번 주와 다음 주 2회에 걸쳐 탈북 청년들의 산업현장 견학과 진로 찾기 프로그램을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서울에서 버스로 2시간여 달려서 도착한 당진의 현대제철소. 제철소 정문에 도착한 탈북 청년 20여 명이 견학 안내자에 따라 홍보관으로 들어갑니다. 홍보관에서는 준비된 영상을 보면서 한국의 철강산업과 현대제철의 어제오늘을 배웁니다.

문선희 홍보팀장: 6.25전쟁이 끝난 시점에 황폐화된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남긴 잔여물인 고철들을 이용해서 국가재건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오늘 방문해주신 이곳 당진제철소가 지어지기까지는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2006년도에 이곳 당진에 제철소가 지어지게 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추구하는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모토에 비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영상을 본 탈북 청년들은 당진제철소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습니다. 224만 평 규모라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입니다. 당진제철소는 2006년 착공해 2010년부터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3년에 3고로까지 가동하면서 각 고로는 연간 400만 톤씩의 쇳물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문선희 홍보팀장: 오늘 방문해주신 이곳 당진제철소는 친환경 제철소로도 많은 명성을 얻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석탄이나 철광석 같은 경우 거의 가루 형태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원료 하역과정부터 운반, 저장까지 모두 밀폐된 공간 안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또 실내에서 관리되고 있어서 수분 관리 또한 일정하기 때문에 더 좋은 양질의 원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홍보 영상을 본 탈북 청년들은 안전모를 쓰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당진제철소는 대부분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됐습니다. 공장은 크게 A지구와 B지구, 그리고 제철소 건설을 위한 C지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문선희 홍보팀장: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A지구입니다. 전기로 방식을 통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아까 제가 전기로의 주원료가 뭐라고 했죠? 네 고철이죠. 오른쪽 창문을 보세요. 저게 다 고철입니다. 우리가 철강 생산을 위해 60%는 국내에서 발생한 고철을 사용하고 있고요. 40%는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속 오른쪽을 보시면 펜스 너머도 고철들이 보이죠? 주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3개 나라에서 수입을 해서 전기로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B지구에는 주로 생산설비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원료는 항만에서 저장시설까지 컨베이어벨트로 운반되도록 시설을 갖춰놨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 컨베이어벨트의 길이가 무려 60km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철소를 둘러보던 중 부두 바로 옆에 있는 돔 형태의 원료저장 시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름 130m, 높이 65m나 되는 저장소가 7개나 갖춰져 있었는데요. 보통 제철소는 원료를 외부에 쌓아두기 때문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가루가 흩날립니다. 그러나 이곳 당진제철소의 원료저장소는 밀폐형 구조여서 비와 바람에 원료손실을 막아주고 가루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것도 막아줍니다. 탈북 청년들은 일단 버스에 내려 내부시설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문선희 홍보팀장: 양쪽에 있는 철광석을 자세히 봐 주세요. 그러면 오른쪽과 왼쪽의 입자가 다를 겁니다. 하나는 완전히 가루 형태로 돼 있는데 이것은 호주산이고요. 구슬 형태로 돼 있는 게 브라질산 철광석입니다. 브라질산이 호주산보다 철 함유량이 조금 더 많아 질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장고에 보관돼 있던 철광석과 석탄은 고로로 투입됩니다. 고로로 옮겨진 철광석은 1200도 이상의 고열에서 쇳물로 변하는데요. 쇳물은 주로 철로를 이용해 ‘토페도카’라는 특수처리 차량에 실려 제강공장으로 이동됩니다.

문선희 홍보팀장: 자세히 보면 아지랑이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토페도카 열차 안에는 쇠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쇠물의 온도가 1600도라고 했는데 쇳물을 담기 전에 내부 온도를 1200도 정도로 예열해둡니다. 왜냐하면 쇳물을 담았을 때 거부 반응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상온에서 그냥 넣게 되면 펑하고 터지게 됩니다. 그래서 예열을 해놓은 겁니다.

고로에서는 쇳물과 함께 슬러지 등의 찌꺼기들도 함께 나오는데요. 당진제철소는 이를 시멘트, 벽돌 등으로 90% 이상 재활용합니다. 문선희 홍보팀장은 “철은 버릴 게 없다”고 말하면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경유나 시멘트로 전환해 다시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선희 홍보팀장: 저것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에서 철 성분을 뺀 나머지 찌꺼기들입니다. 보통 슬래그라고 하는데요. 이 찌꺼기들은 마냥 보관하는 게 아니라 나오는 즉시 시멘트 공장과 아스팔트 공장으로 보내집니다.

철광석 저장시설 등을 둘러본 이들은 차량에 탑승해 다시 이동했습니다. 열연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입니다. 공장 안에서는 강판 제작공정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벽돌 모양의 슬래브가 레일위를 지날때마다 굉음과 함께 후끈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다가왔습니다. 압연 된 슬래브에 냉각수를 뿌리면 슬래브는 수증기를 내뿜으며 열을 식힙니다. 이런 공정을 반복해 강판을 얻는 것입니다.

현대제철 관계자: 압연롤이 뜨거워지니까 달라붙을 수 있어 물을 뿌려주는 것도 있고요. 추가로 강판 표면에 있는 녹찌거기, 그러니까 산화물을 없애기 위해 뿌려주는 겁니다. 이때 수압이 최대 210바입니다. 참고로 1기압이 1바(bar)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압으로 닦아주고 있는 겁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강도를 높이면 가공이 어렵고 가공이 쉬우면 강도가 떨어지는 게 철강 제품의 특성”이라며 “고강도 강판은 강도는 높으면서도 가공은 쉬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강판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압연강판 제작 공정을 다 둘러본 탈북 청년들은 궁금한 게 많았는지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진희(가명) 탈북자: 쇠 온도가 굉장히 높게 올라가잖아요. 그럴 때 찬물을 뿌려주면 강도가 더 세지는 겁니까?

현대제철 관계자: 좋은 질문입니다. 급속 냉각이라고 해서 예전에는 방금 보신 두꺼운 철판을...

박병석(가명) 탈북자: (물을 뿌리는 횟수가 궁금합니다)

현대제철 관계자: 질문이 무척 많네요.(웃음) 횟수는 다 다릅니다. 강종에 따라서 다른데요. 6mm부터 50mm까지 다양하잖아요. 그냥 일반적으로 얘기할 때 8~10번 정도 물을 뿌려준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견학에 참여한 탈북 청년들은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제철소 열연 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강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충혁 군은 “대학 강의에서 어렵게 느껴졌던 내용이 현장을 보고 다시 설명을 들으니 쉽게 이해가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충혁 탈북자: 책에서 볼 때랑 현장에 와서 보는 거랑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이해가 안 됐던 내용이 여기 와서 이해가 됐습니다.

청진 출신의 한 탈북 청년은 북한의 김책제철소와 남한의 당진제철소를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당진제철소의 친환경 시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성(가명) 탈북자: 오늘 견학 정말 좋았습니다. 제철소는 오랜만에 왔거든요. 사실 북한에 있을 때 제철 자주 가봤어요. 청진에 살아서요. 역시 여기 제철소가 환경적으로도 깨끗하고 시설도 현대적이고 훨씬 좋죠.

탈북 청년들의 이번 제철소 견학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했습니다. 문해성 남북하나재단 주임은 “이번 산업현장 견학을 통해 취업을 앞둔 탈북 대학생들이 한국 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해성 주임: 저희가 이론과 실제라는 측면에서 교육과 현장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오늘 현대제철소에 오게 된 것은 먼저 전경련 측에서 현대제철소에 가자고 제의가 왔고 좋은 산업시찰이 될 거라 판단해서 저희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전경련에서는 산업 시장에 있어 철은 곧 쌀과 같은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즉 산업의 쌀이 곧 철이라는 겁니다. 제철산업을 알아야만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아는 것이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남북하나재단은 지난 11월 9일 ‘탈북대학생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탈북 청년들은 북한과 남한에서 생활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잠재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 통일시대에 크게 기여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문해성 주임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탈북 청년들의 진로찾기 프로그램을 전해 드립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