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에서 2월은 졸업식의 달입니다. 대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선에 나가야 하지만 일 자리가 넉넉지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얼마 전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취업 준비를 돕기 위해 통일경제캠프를 마련했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탈북 청년들의 통일경제캠프 2편, 진로 찾기 프로그램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 1월 29일 당진 현대제철소를 견학한 탈북 청년들은 곧바로 충남 태안에 있는 안면도로 이동했습니다. 안면도는 서해의 유명한 휴양지입니다. 이들은 청포대해수욕장 인근의 한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다음 날 오전 다시 모였습니다. 진로 적성 검사를 받기 위해서인데요. 남북하나재단은 이날 진로적성 검사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문해성 남북하나재단 주임 :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사회에 잘 적응해서 자기의 길을 찾아가고 자기의 꿈을 이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탈북 청년들을 지도한 강사는 글로벌인재개발원 마음변화연구소의 최건 원장입니다. 최 원장은 먼저 마음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하기 어렵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입니다.
최건 원장 : 주어진 환경에 너무 적응하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새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자는 겁니다. 그러려면 맨 먼저 뭐부터 해야 되겠습니까. 내가 나를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나를 모르고 어떻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여러분 스스로에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반문을 하셨을텐데요. 오늘 확실히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될 겁니다.
최 원장은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그 사람 안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근본도 결국 내 자신 안에 있다는 겁니다. 최 원장은 특히 인성을 가장 강조했습니다.
최건 원장 : 필기시험도 보고 서류전형도 다 합격하면 다음엔 면접을 보게 됩니다. 그때 같이 워크샵을 하게 됩니다. 워크샵에서는 저 사람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또 주량은 얼마고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는지 다양하게 봅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인성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사람을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보는 겁니다.
최 원장은 로저스의 말을 인용해 “인간에 대한 진솔함과 무한가능성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 지도 모르는 숨가쁜 일상에서도 잠시 빠져나올 줄 알아야 한다”고 최 원장은 조언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고, 나와 소통하고, 나를 용서하라는 겁니다.
최건 원장 : 오늘 강의 주제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특히 여러분들, 여기 남한까지 오시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힘든 시간이 있었잖아요. 이제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서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리고 국제화시대에 맞는 그런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고 사회적으로도 자립해야 하는데 오늘 이 시간을 통해 함께 고민해봅시다.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최 원장은 공감할 수 있는 시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아라비아 시인 오마르 워싱턴의 작품으로 제목은 ‘나는 배웠다’입니다.
최건 원장 :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것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 /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나는 배웠다.
이번에는 뜨거운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노래는 김진호의 ‘가족사진’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발매곡이 아니라 가수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가수 김진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에 아버지 명함 사진이 끼워진 걸 보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6분이 넘는 긴 노래였지만 듣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김문호 탈북자 : 노래 들을 때 정말 찡했습니다. 그리고 시에서 저한테 와 닿았던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잘해주는데 상대방은 아무 응답이 없다.' 실제로 살면서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박소희 탈북자 : 저는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라는 게 무척 기억에 남아요. 저 같은 경우 북한에서 왔잖아요. 북한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거든요. 익숙하지 않았던 말인데 지나고 나니까 좀 후회돼요.
탈북 청년들은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성격유형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와 상담을 통해 나를 찾는 시간입니다. 즉 자신이 어떤 쪽에 관심을 갖고 살고 있는지, 또 어떤 두려움을 갖고 살고 있는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내는 겁니다.
최건 원장 : 4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질문지를 읽고 81문항의 네모칸 안에 자신이 해당하는 아라비아 숫자를 적으면 됩니다. 하시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저한테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정답이 없습니다. 내 마음이 '매우 그렇다' 그러면 5번을 적으시고요. '매우 그렇지 않다' 그러면 1번을 쓰시기 바랍니다.
참가자들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성격 유형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성격 유형에 놀라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검사가 끝난 뒤 최 원장은 유형별로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총 9가지 유형이 있는데 서로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입니다.
최건 원장 : 6번 유형 손들어 보세요. 좋습니다. 6번은 '충성가'형인데 저분들은 공무원하면 딱 좋습니다. 전문적인 기술을 이용한 직업이 좋아요. 그러니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직업을 가지면 좋습니다. 그런데 4번 유형들은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숨막혀서 죽습니다. 어때요? 맞죠. 4번은 이틀 밤새서 일하고 이틀 쉬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나 6번은 그렇게 하라면 힘들어서 죽습니다.
탈북 청년들은 자신의 유형에 맞는 직업을 확인하고 최 원장과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검사 결과가 있다지만 하루만에 자신에 맞는 직업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해 했습니다.
박인규 (가명) 탈북자: 저는 2번 유형이 나왔고요. 조력자 유형인데 제 성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진로에 대한 확신이 들어서 저한테는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인석 (가명) 탈북자: 저는 7번 유형입니다. 그리고 날개로 8번이 나왔습니다. 저는 읽어볼 때 그냥 그랬는데 실제로 결과를 보니까 저랑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진로결정은 자신의 성격, 능력, 흥미, 가치관 등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게 직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즐겁고 잘하는 일을 하면 자신도 즐겁고 성장 속도도 빨라진다고 최 원장은 말합니다.
최건 원장 : 탈북자들과는 계속 교감을 하고 있었고요. 취업 훈련 같은 것을 좀 했었죠. 그런데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와 자존감, 또 자기 스스로를 다 드러내지 않는 그러니까 자아개방을 못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건드리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날 진로 찾기에 나선 탈북 청년들은 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적어도 성격 때문에 막막해 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2월부터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에서도 탈북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배워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