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이산(離散)은 전쟁, 천재지변 등으로 헤어진 사람들이 오랜 기간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해외 이산을 의미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분단과 6.25전쟁으로 인한 남북 간의 이산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만나봅니다.
기자: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이상철: 네, 안녕하세요.
기자: 민속 명절인 설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이산가족들은 설 때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 벌써 다음 주로 다가왔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고향이 있습니다. 우리 이산가족들도 물론 고향이 있죠. 하지만 70년 가까이 고향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가 궁금하고요. 또 살아 있다면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명절 때 더 많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우리 이산가족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간절하면서도 우울합니다.
기자: 음력설을 계기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해는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안타깝게도 무산됐습니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들의 마음도 무척 무거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상철: 매년 명절 때마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이번에도 5.24조치 문제 등 정치적 사안과 연계시켜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인 문제인 만큼 인권 차원에서도 봐야 합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역사와 민족 앞에 순수한 마음으로 대했으면 하는 게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기자: 남한 정부가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열자고 했지만,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정치적인 이유를 대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남측이 북측에 원하는 뭔가를 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위해서는 동서독의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서독이 동독에 있는 정치범을 데려올 때 현물을 주었습니다. 이는 물론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추진했던 일인데요. 한 사람당 따져 보니까 우리 돈으로 5천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1963년부터 1989년까지 26년 동안 3만5천 명 정도를 데려왔습니다.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20만 명 정도는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자: 해마다 많은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현재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이상철: 이산가족 상봉을 본격적으로 했던 게 2000년대입니다. 당시 12만9천 명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는데, 그동안 6만 명 정도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실질적으로 남아 계신 분이 7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분들도 대부분 80~90세의 고령이라 언제 세상을 떠나실지 모릅니다. 우리가 늘 얘기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치를 빨리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철: 분단으로 이산가족이 생긴 지도 어느덧 70년이 다 됐습니다. 그런데 실상 가족을 만났거나 가족소식을 알게 된 사람은 1천9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19차례 걸쳐 진행된 상봉 행사가 전부입니다. 상봉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가족의 생사 여부는 모두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전면적인 생사 확인이 시급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런데 북한이 이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저희는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에 북한 인권보고관이 있듯이 이산가족을 전담하는 보고관이나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산가족 문제가 인도주의적 부분이기 때문에 국제사회, 즉 유엔이 나서서 해결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현재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사람은 전체 이산가족 중 몇 %(퍼센트) 정도 됩니까?
이상철: 흔히 일천만이산가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북5도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지금 대한민국에는 고향을 이북에 둔 실향민과 그 가족의 수를 847만 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9천 명입니다. 그런데 가족을 만났거나 소식을 접한 사람은 고작 1천900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퍼센티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런데 그 상봉조차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회성 면회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봉 행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이산상봉을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삼겠다는 얘기를 계속 해왔는데요. 남한 정부에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말씀 들으면서 오늘 회견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상철: 이산가족 문제가 상봉 그 자체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산가족 문제는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의 아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이산가족의 권익을 위해서 좀 더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지금은 당사자 차원에서 33년째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을 갖고 있는데요. 지난 2013년엔 국회 의원 19명이 발의해서 ‘이산가족의 날’ 정부기념일 지정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아직 법안 통과가 안 돼 국회에 계류 중에 있는데요. 이제는 정부 기념일로 정하여 국민들이 함께 공감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족적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를 세우고 또한 확고한 안보의식 속에서 평화통일 의지를 고취하는 날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자: <통일로 가는길>, 오늘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회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상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