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통합은 통일의 시작이자 도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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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지난 16일 한국의 청와대에서는 통일준비위원회 4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사회복지 문제도 다뤄졌는데요. 남한에선 최근 통일 이후 남북한 복지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지난 2월 12일에도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에서 통일복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남북한 사회복지의 통합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흔히 정치, 경제, 군사 등에 대해서만 논의하는데, 통일 후 복지 욕구의 확대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복지 문제 역시 깊이 있게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과거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통일비용의 절반 이상을 사회복지 부문에 썼습니다. 남북한의 경제력과 복지의 격차는 동서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통일비용과 복지비용도 더 많이 들 것입니다.

최근 들어 남한의 학계에선 통일 후 남북한 복지통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2일에도 이를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가 있었는데요. 이날 학술토론회는 (사)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 오늘의 연구는 통일 한국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사회복지와 통합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그런 청사진과 꿈을 실현하기 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계적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를 놓고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신한대 사회복지학과 이철수 교수가 ‘남북한 사회복지제도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했고,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현선 교수가 지정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이들은 통일 전까지는 주로 남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역할이 부여되었다면, 통일 이후에는 북한 지역 또는 북한 주민들이 직접적인 접촉과 지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는 남한 주도의 통일을 예상했기 때문인데요. 이철수 교수는 한국 국민의 복지비용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북한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구호-안정-이행-통합’의 과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철수 신한대 교수 : 통일 이후 현행 남한체제 중심의 분리 운영방식으로 적용 재편할 것인가를 따져야 하고요. 이를 통일 직후부터 즉각 적용하고 이것이 가능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문제는 없는지, 또한 비용문제를 차지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인다면 이에 따른 남북한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는가? 하는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의 긴급구호 대상자를 최소 300만 명에서 최대 600만 명으로 봤습니다. 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긴급구호 대상자들의 경우 남북한의 소득 격차로 인해 노령연금 수급자가 자동으로 기초연금수급자로 편입됩니다. 이로 인해 기초연금 지출이 지금보다 2배 증가할 것입니다. 이 교수는 또 “남북한 소득 격차로 인해 북한 노동인구 1천200만 명의 약 90%가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편입돼 빈곤층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철수 교수 : 연금 수급을 보게 되면 북한이 2015년 현재 364만 명 정도가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분들 또한 우리가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남한에는 기초 연금을 받는 분들이 약 388만 명입니다. 도합 약 752만 명이 노령 인구를 기초 연금을 통해서 보장해야 합니다.

토론자로 나선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현선 교수는 남북한 복지 통합의 쟁점과 전략을 제시한 이철수 교수의 연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복지통합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통일은 제도 통합만이 아니라 사람과 의식의 통합, 즉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통합”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복지통합은 통일의 시작이자 궁극적인 도달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현선 이화여대 교수 : 우리의 통일국가 미래상은 한민족, 나아가 한반도의 다문화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자유, 평화, 정의, 복지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국가체제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 건국대 경제학과 김원식 교수가 ‘남북한 통일 후 사회보험 모델’이란 주제로 발표했고,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제도연구실장이 지정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김 교수는 연금, 의료, 육아, 주거, 기초생활보장을 중심으로 통일 후 정책 방향을 검토했습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 :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의 남한의 복지제도를 당연히 요구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당신들은 북한 주민이기 때문에 10년, 또는 20년을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할 순 없겠죠.

김 교수는 특히 “통일 이후 사회보장제도가 북한 제도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제도와 현실이 너무나 괴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설령 제도가 적용된다고 해도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따라서 북한의 법 제도에 입각한 제도 통합이 아니라 북한의 현실에 입각한 통합이 돼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합니다.

문제는 복지통합 구상 시 북한의 특수계층에 대한 대우입니다. 북한은 공훈 수준에 배급, 급여, 의료 등에서 차별화된 지원을 했고, 국가공로자연금과 영예군인연금 등도 함께 시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북한의 특수계층이라고 하더라도 기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기득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처럼 특별대우가 아닌 기초연금 수준의 노후보장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김원식 교수 : 지금 북한 관련 연구들이 우리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다 북한에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력으로 북한의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은 통일된 남북한을 우리 나름대로 제도개혁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효율적인 제도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토론자로 나선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연구실장은 한반도 통일 후 사회보험 통합에 있어서 두 가지의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서 통일과 함께 북한 주민도 남한의 주민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완전히 북한과 남한을 분리하여 각 실정에 맞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 실장은 전자보다 후자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때문에 이 실장은 “통일 시 북한 지역에 적용할 복지제도는 초기에는 최소한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통일 후 북한의 사회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실장 : 결국은 복지논리와 경제논리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복지모형을 모색해가는 것이 현시대 우리의 통일준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재 남한의 사회복지 제도는 2000년대 후반 그 틀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통일 시대에 대비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학술토론회가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 후 남북한에 모두 적용될 사회복지 제도는 남북한의 현실과 문제를 모두 고려한 더 나은 제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통일 후 예상치 못한 상황과 과정이 있다고 봤을 때 사회복지 통합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듭니다. 이번 토론회 역시 이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