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위기 스포츠 정신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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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지금 일본 삿포로에서는 제8차 동계 아시아경기대회가 한창입니다. 남북관계 악화로 경기장 안에서 남과 북이 각각 따로 응원하고 뛰는 선수들도 서로를 의식하는 등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삿포로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남북한 선수단의 분위기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 등을 전해 드립니다.

50억 아시아인들의 눈꽃축제인 제8차 동계 아시아경기대회가 지난 19일 일본 삿포로에서 개막됐습니다. 대회 개막식은 일본 홋카이도의 지역색을 살린 축제 한마당이었습니다. 개막식에서는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화합을 다지자는 의미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졌습니다. 개막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성화 점화는 일본의 스키 점프 영웅 하라다 마사히코가 맡아 눈꽃 결정 모양의 성화대에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SBS 중계방송: 지금 장내가 술렁이는데요. 어디선가 최종 점화자를 보고 장내가 술렁인 것 같습니다. 하라다 마사히코 씨입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스키 점프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방금 점화가 됐습니다.

이번 삿포로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에는 31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등 2천여 명이 참가했는데요. 남한과 북한도 나란히 참가했습니다. 북한은 전체 참가 중 두 번째로 입장했으며 한국은 아홉 번째로 입장했습니다. 당초 북한의 참가는 불투명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철저히 막아왔기 때문인데요. 북한 국적자의 입국 금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일본의 대북조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시아경기대회가 화합과 평화를 위한 국제 체육대회인 만큼 예외적으로 북한 선수단의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선수단 입국 때 선수들을 수행하는 관계자에 대해선 신분 증명과 경력을 기록한 서류 제출을 요구해 노동당과 군 관계자가 없는지를 엄격히 심사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이번 행사가 국제행사이고 순수한 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의 입국을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임원진 가운데 스포츠와 관계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가려서 입국을 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 그러니까 짧은주로빙상과 휘거빙상(피겨) 종목에 7명의 선수를 파견했습니다. 동계 종목에 취약한 북한은 참가에 의미를 두고 소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쇼트트랙에서 북한 선수들은 초라한 성적을 냈습니다.

쇼트트랙은 한국과 중국 선수들에게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KBS 중계방송: 현재 서이라가 1위, 박세영이 2위입니다. 이제 남아 있는 바퀴는 3바퀴. 순서는 그대로입니다. 뒤쪽에 북한의 김철광 선수입니다. 결국 서이라와 박세영이 1, 2위로 들어왔습니다.

선수들의 기량과 관계없이 쇼트트랙이 열린 마코마나이 빙상장에서는 조총련에서 나온 북한 응원단이 북을 두들기며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이들은 인공기와 ‘만리마 조선의 기상 떨치자’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 놓고 “조선 이겨라”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에게도 응원을 보내주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남북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경기장에서는 양측이 늘 서로를 응원하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경기할 때도 한국과 다른 나라가 시합을 하면 북한 선수단과 주민들은 한국을 응원하지 다른 나라를 응원하지 않습니다.

남한은 체육 강국답게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습니다. 선수만 142명입니다. 남한은 선수단 규모만큼이나 많은 메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쇼트트랙 세계 최강자인 심석희 선수와 이정수 선수의 인터뷰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심석희 쇼트트랙 대표 :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현재의 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점검하려고 합니다.

이정수 쇼트트랙 대표 :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는 것처럼 잘 준비해서 평창올림픽에서 성과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로 국제대회 참가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도 한층 커졌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7일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할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장웅 IOC 위원은 한국의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도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웅 북한 IOC 위원: 평창에 참가 못 할 이유가 없죠. 안 할 이유도 없고요. 올림픽에 참가해요. 물론 선수들이 준비돼야죠. 참가한다고 했다가도 못 나갈 수도 있는 거고요. 원론적인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참가하는 거죠. 그렇게 됐습니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북한의 대회 참가 쪽에 무게를 두고 제반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 북한도 같은 취지로 참여할 의무도 있고 참여할 권한도 있고 또 참여할 경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비도 해 나갈 생각이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는 4월 2일부터 강원도 강릉에서 펼쳐지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주최 여자 세계선수권 하위그룹 경기에 북한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4월 6일 남북 대결도 펼쳐질 전망이어서 공동응원단 구성 등 대회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 여기에 대해서 우리 도민들과 국민들이 와서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남북 대결을 즐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정치의 개입 없이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치러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서 남한의 중앙 정부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는 국제관례, 그리고 대회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질 문제입니다. 아울러 북한이 참가하기 위해서는 올림픽 출전권의 획득이 우선되어야 됩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없어 불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에서 열리는 만큼 대회 흥행을 위해서도 일부 종목에서 북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특별한 배려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올림픽 정신과 유엔 정신은 같습니다. 현재까지는 내년도 우리나라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5명까지 출전이 가능합니다. 물론 응원단은 얼마든지 더 올 수 있고요. 올림픽은 정치 군사적 부분을 배제하고 긴장 완화를 할 수 있는 대화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내년도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이 같이 스포츠 정신과 유엔 정신을 실천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평창 올림픽에는 북한 선수 2명의 참가가 확정적이고요. 나머지 3명도 더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5명에 대해서는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강원도는 평창올림픽이 진정한 평화올림픽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핵과 미사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