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공원의 가치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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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DMZ, 즉 비무장지대는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산물입니다.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총 길이 248km의 방치된 땅, DMZ는 정전협정 이후 60여 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식물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3천 여종의 생물들이 살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이 DMZ를 이제는 인간과 생물이 함께하는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남한 정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최근 있었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토론회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평화공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공원 조성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월 24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22층 대회의실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습니다. 이날 행사의 제목은 ‘국민공감 심포지엄, 생명과 평화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이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통일부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각계의 저명한 인사들을 모셨다고 초청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 정부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통해 희망의 통일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국민 여러분의 바람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정말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일부에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뜬금없이 생태평화공원이 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얘깁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통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이런 의미에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추진은 통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남북 간의 전쟁을 막는 평화를 구축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의 공원화를 위한 행사인 만큼 통일 관련 전문가들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면면을 보면 놀랍게도 작가, 연극배우, 역사학자, 심지어 축구 해설위원까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이들 전문가는 우선 생태평화공원 조성의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전공을 살려 DMZ에 얽힌 재미난 얘기도 해주었습니다. 먼저 역사학자인 이이화 서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비무장지대를 따라 한반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혀 있다며 특히 후삼국 시대 궁예가 도읍을 정했던 철원을 강조했습니다.

이이화: 철원은 태봉, 후고구려의 수도였습니다. 왜 궁예가 수도를 철원으로 정했느냐. 그건 한반도 중심에 고구려의 북방 개척 의지를 계승하고자 했던 겁니다.

이어 원로 연극배우인 박정자 씨는 1960년대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확성기로 대북방송을 했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박 씨의 오빠는 당시 영화감독이었는데,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최초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그때 당시 조선일보에 나온 영화평론을 읽어주었습니다.

박정자: 두 어린아이가 핏줄을 찾아 방황하는 속에서 우리 민족의 비극을, 분단의 아픔을 통렬하게 파헤치고 고발하고 있다. 누구에게? 전 세계에게.. 군사분계선의 흰 테이프를 사이에 두고 두 남매가 주고받는 뼈아픈 대사, 철조망을 움켜쥔 어머니의 흐르는 피..

이날 토론회엔 유명한 소설가 김홍신 씨도 나왔습니다. 김 씨는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역임했습니다. 그는 작가답게 상상력을 동원해 생태평화공원의 조성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김홍신: 단순히 자연환경과 동식물만을 보존해서는 세계적인 생태공원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농경지를 조성해서 말하자면 농약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미래 먹거리를 깨끗하게, 풍족하게, 다양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여기에서 연구하고 실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축구 해설사로 널리 알려진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DMZ 생태평화공원 안에 축구장 여러 개 만들어 전 세계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용수: 남북의 유소년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린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축구를 하고, 또 이곳에 와서 전쟁에 대한 아픔과 평화에 대한 소중함을 같이 배우는 장소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또 DMZ에 프로축구단이 경기를 할 수 있는 멋진 축구장을 만들어 북한 축구단이 참여하게 하자고 말했습니다. 남한의 프로축구팀과 북한 축구팀이 DMZ 생태평화공원에서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용수: 북한의 프로팀이 우리 K리그에 참여하면서 그곳에서 북한 팀은 홈경기를 하고, 평화공원이 몇 군데 더 생기면 K리그로 참여하는 북한팀을 더 늘리는 방안도 있을 겁니다. 북한 팀들은 우리 남한에 와서 서울, 수원, 전북 등에서 원정 경기를 하고, 평화공원에서는 홈경기를 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비무장지대가 그 이름과 달리 남북한의 중무장한 병력이 대치하는 화약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사업은 갈등의 땅인 비무장 지대에 생태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넣어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고 통일을 촉진하는 계기로 만들자는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 이 지역이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남북 주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방문함으로써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잉태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DMZ 생태평화공원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입니다.

배병호 생물다양성 한국협회 사무총장: DMZ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따지면 140조 원 정도 되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생태의 50%가 이곳에 밀집돼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학자들이 DMZ를 중요 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DMZ는 특히 인간이 출입하지 않았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복원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입니다.

그런 만큼 DMZ 생태평화공원은 남북한만의 일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제대로 조성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도 남북한과 유엔이 함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생명과 평화의 통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 유엔이 앞장서주길 부탁드립니다

DMZ 전체를 셋으로 나눠 보면 그 특징이 각각 다릅니다. 서부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저지대 습지의 발달로 생태복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중부 지역은 세계적 철새 도래지이며, 앞서 역사학자 이이화 교수가 설명했던 것처럼 철원을 중심으로 역사적 유물이 많습니다. 동부는 백두대간과 동해안 해양 생태계를 아우르는 한반도 고유 생태계가 발달되어 있고, 금강산과 설악산 등과도 연계돼 관광지로 안성맞춤입니다.

김재창 통준위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TF 위원장: 군사분계선을 따라 한반도에 허리를 인위적으로 잘라 놓았지만, 백두대간을 따라 동물들이 이어온 생태계의 축은 아직도 살아남아 있습니다.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피고, 지던 해당화 벨트도 복원이 가능합니다. 어류, 조류, 곤충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서식해온 생태계가 통일한국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8.15 광복절 경축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이 사업을 제의하고 추진 의지를 역설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아직 냉랭합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단순히 교류협력을 넘어서 새롭고 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남북한이 힘을 모은다면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좋은 청사진이 만들어진 만큼 공원 건립을 위한 첫 삽도 머지않은 시기에 떠지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