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남북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통일부는 올해도 학교 통일교육 강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20여 년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통일교육을 지도했던 조휘제 박사를 만나보겠습니다. 교단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조 박사는 지금도 자신이 만든 한국통일교육컨설팅센터에서 통일교육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조휘제: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조휘제: 저는 1996년부터 2011년까지 고등학교에서 통일교육 담당교사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정년 퇴임과 함께 고려대학교 북한학과에서 통일교육 관련해서 강의했습니다. 대학 강의는 지난해까지만 하고 올해부터는 통일교육 연구 시범학교를 중심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통일교육 관련해서 자료들을 필요한 곳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자: 얼마 전 설문조사를 보니까 통일에 대해 남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조휘제: 재작년과 작년에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경우 17개 시도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서 10월 5일부터 11월 17일까지 전국 704개 초·중·고 학생 12만여 명과 교사 4천여 명 등 12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선 63.1%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것은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보면 남북 정상회담이 처음 열렸던 2000년이 가장 높게 나왔고요. 당시 79.2%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남북관계라든지 국제정세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통일의 관심이 30%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54%로 올라섰습니다.
기자: 방금 나이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통일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조휘제: 지금 통일교육이 제대로 되는 곳은 전국 1천446개 학교 가운데 통일교육 연구 시범학교 50여 곳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솔직히 잘 안 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통일교육 연구 시범학교는 초등학교가 29곳, 중학교가 9곳, 고등학교가 12곳으로 초등학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초등학생이 중고등학교 학생보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습니다. 뭘 하자고 하면 잘 따르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공부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통일교육에 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결국 중고등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다는 얘기 아닌가요?
조휘제: 그렇죠. 제가 전국을 돌며 통일교육 컨설팅을 하지만 컨설팅이 제대로 되는 학교도 결국 통일교육 연구 시범학교입니다. 일반 학교에선 기껏해야 10개 학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넉넉하게 해서 50개 학교를 잡아도 사실 전체로 보면 아주 미미하죠.
기자: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통일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휘제: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장과 교사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철학이 완전히 서 있어야 하고 그런 다음엔 통일교육에 대해서 뭔가 하겠다는 신념과 사명감, 지속성이 있어야겠지요. 이런 게 다 뒷받침돼야 통일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 겁니다.
기자: 방금 학교 통일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교사들의 통일교육 강화를 강조하셨는데요. 또 일부에서는 대학 입학시험 등에서 통일 관련 문제를 많이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조휘제: 과거에 제가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백지 1장씩을 나눠 주고 가장 관심 있는 사항을 적어보라고 하고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의 75% 이상이 대학 입학시험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다음으로 15~20% 정도가 자신의 외모였습니다. 이어 스포츠, 연예인 등에 관심을 나타냈는데요. 통일에 대한 관심은 0.2%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설문지 형태로 해서 ‘통일에 관심 있다’, ‘통일에 관심 없다’로 나누어 관심도를 조사했다면 이보다는 좀 더 수치가 올라갔겠지요. 이처럼 학생들은 그 무엇보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에 관심이 많습니다. 올해 출제된 시험 문제를 보면 통일 관련해서 2문제가 출제됐는데요. 제가 해마다 수능 출제를 조사해왔는데요. 과거 22년 동안 34문제가 출제됐습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평균 1.5문제꼴로 나온 셈입니다. 어떤 해에는 1문제가 출제되고 또 어떤 해에는 2문제가 출제되는데요. 경우에 따라선 출제가 안 되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수능에서 출제 빈도가 낮은데요. 그러다 보니까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서 더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통일 관련 분야에 대한 비중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과부라든지 관계 기관에서는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검토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능시험에서 통일 관련 문제가 더 출제된다면 통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라고 굳이 말을 안 해도 학생들은 관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올해도 한국 정부는 통일교육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이겠다고 했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보강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씀 들으면서 오늘 회견 마치겠습니다.
조휘제: 우선 교육부이라든지 교육청 등에서 제대로 된 통일 관련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통일교육 담당자의 인원을 늘리고 예산도 더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 일선 학교에 통일 관련 프로그램도 보내고 관련해서 제대로 된 평가도 할 수 있는 겁니다.
기자: 네, 잘 알겠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한국통일교육컨설팅센터의 조휘제 박사를 만나봤습니다. 박사님, 바쁘실 텐데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휘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