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공원 남북 합의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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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지난주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의 가치와 희망을 주제로 토론회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모시고,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기자: 위원님, 안녕하세요?

최용환: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지난 2월 24일, 통일부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경기도 입장에서 DMZ 개발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최용환: 아시다시피 경기도는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지역으로 광범위한 DMZ 주변 지역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년 전에 DMZ 정책과를 신설하여 DMZ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접경지역에서의 남북협력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여 남북교류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도 언급했듯이 DMZ에 대한 정책들이 정부 부처별로 다르고, 경기도와 강원도가 서로 입장이 다른 측면도 있어서 아직 종합적인 활용 계획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경기도는 개발 압력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통일 과정과 그 이후에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기자: 당시 토론회에서 위원님께서는 DMZ 생태평화공원의 배후지역 연계방안을 강조하셨습니다. 북한 개성공업지구와의 연계도 설명하셨는데요. 생태공원과 공업지구를 연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최용환: 남북 간에 생태와 환경 문제를 놓고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면, 생태공원과 공업지구 연계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생태와 환경에 대한 북한의 인식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비무장지대에 국제기구를 유치한다거나 하는 문제를 분단 고착화라고 인식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생태공원의 실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 방점을 둔다면 남북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공업지구 혹은 관광사업 등 북한을 유인할 수 있는 다른 사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자: 그런데 만약 북한이 생태평화공원 조성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자칫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에 대해 북한은 지금까지 어떤 반응을 보여왔습니까?

최용환: 사실 북한은 그동안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습니다. 북한은 재작년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생물권 지정 등에 대해서도 분단 고착화의 시도라며 비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 도로철도 연결 등의 사업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여 이루어진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구체화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제한적이지만 DMZ를 개방해왔습니다. 생태평화공원 사업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부터 미리 북한의 입장을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러면 북한의 협조가 없을 경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은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겁니까. 아니면 남한 지역만이라도 해서 조성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용환: 이것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기존의 DMZ 생태공원 혹은 평화공원 구상들은 북한과 합의 이전에 민통선 주변 지역에서부터 접근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DMZ 내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명분에 있어서 최선이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중장기적인 견지에서 외부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DMZ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이 퇴색될 수 있습니다.

기자: 위원님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생태평화공원의 단계적 발전 방안을 보면 거점 중심의 개발을 주장하셨습니다. 남측의 대표적인 거점 지역, 어떤 곳들이 있습니까?

최용환: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수많은 거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 많이 거론된 지역은 대략 4곳 정도입니다. 먼저 서부 접경지역에서부터 본다면 개성공단과 판문점이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남북의 대성동-기정동 마을이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 개성공단이 운영되고 있어 상징성이나 협력 용이성 등에서 최적입니다. 둘째는 임진강 유역입니다. 경기도 연천 지역인데요. 남북공동 수계를 형성하고 있고, 수변 생태계가 발달해 있어서 남북협력의 필요성이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특히 임진강은 북한이 건설한 황강댐 등이 있어서 갈수기 물 부족과 홍수기 수해가 반복되는 지역입니다. 생태공원과 무관하게 남북협력이 불가피한 지역입니다. 셋째 철원평야 일대 입니다. 이 지역은 연천에서 시작하여 철원을 거쳐 북한 추가령 구조곡으로 이어지는 지질학적 특징이 우수한 곳입니다. 또한 철원 DMZ 한복판에는 궁예 도성이 절묘하게 위치하고 있어서 역사 문화적 가치도 큰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천, 철원 지역은 경원선 연계 시 매우 중요한 지역기도 합니다. 넷째, 설악산-금강산 연계가 가능한 고성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IUCN 등 국제기구가 평화공원을 제안한 지역이기도 하고, 김정은 정권 들어 강조하는 동해안 지역 관광 사업과의 연계도 용이합니다. 어쩌면 북한이 수용하기 가장 쉬운 지역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공원의 규모와 특성을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다수의 거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최근 들어 포천과 연천, 철원을 통합해 ‘통일수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위원님의 의견 듣고 싶습니다.

최용환: DMZ 내부에 평화시를 건설한다든가, 말씀하신 통일 수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제시됐습니다. 특정 구상을 이렇다저렇다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통일시대 한반도의 국토활용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 그리고 DMZ 지역에 새롭게 부과된 생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는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통일 이후 한반도는 서울과 평양이라는 두 개의 구심이 존재합니다. 두 구심 사이의 공간에 어떤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지는 보다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기자: 생태평화공원의 이름에도 ‘세계’라는 글자가 붙었는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발전을 위해선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DMZ 생태평화공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어느 정도입니까? 이 말씀 들으면서 오늘 회견 마무리 하겠습니다.

최용환: IUCN(국제자연보호연맹), UNESCO, UNEP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오래전부터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사실 북한도 남한과의 협력보다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더 선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렇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성공을 위해서 국제사회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합의가 우선입니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야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독일과 같은 패전국이 아닙니다. 국제사회의 합의가 생태공원 추진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통일로 가는길>, 오늘은 경기개발연구원의 최용환 연구위원을 만나봤습니다. 위원님, 바쁘신 가운데 회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최용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