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을 잇는 3대 철도 가운데 유일하게 남북 연결이 끊겨있는 철로가 경원선입니다. 그런데 이르면 오는 8월 경원선 복구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접경지역인 철원과 연천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길, 경원선의 복원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예전에 서울과 원산 사이를 오가던 경원선.경원선은 1914년 9월 6일 개통됐습니다. 경원선은 총연장 223.7km로 남측 구간은 현재 백마고지역까지만 복원돼 있습니다. 분단으로 남북의 철길이 끊기면서 경원선도 철원 지역에서 더는 달릴 수 없게 됐습니다. 철원은 과거 서울과 원산, 금강산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었습니다.
안내원: 철원역은 일제 강점기 때 5만 평 규모로 건립됐습니다. 바로 저곳인데요. 저곳에서 오른쪽 아래로 가게 되면 금강산선으로 나뉘게 됩니다. 모양으로 보면 사람 인(人)이 되죠.
“안내 방송 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백마고지역까지 운행하는 열차입니다.”(열차 안내방송)
지난해 경원선 개통 100주년을 맞아 한국철도공사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관광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광열차는 서울역에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에 있는 백마고지역까지의 94.4km만 운행되고 있는데요. 하루 한 차례만 운행되고 있습니다.
박민규 한국철도공사 차장: 서울역에서부터 백마고지역까지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회 왕복운행을 하는데요. 청량리, 의정부, 동두천, 한탄강, 연천 신탄리역에 각각 정차합니다. 참고로 DMZ 관광열차는 9시 27분 서울역을 출발해서 11시 44분 백마고지역에 도착하고요. 다시 오후 4시 6분에 백마고지역을 출발해 오후 6시 35분 서울역으로 돌아옵니다.
70여 년 단절의 역사를 말해주듯 옛 경원선 철도 자리엔 잡초가 무성합니다. 그나마 열차가 달렸던 다리가 남아 있어 이곳이 옛 철길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줄 뿐입니다. 군사분계선 약 9.5km 떨어진 남한 최북단 옛 신탄리역 내에는 높이 3m의 철제판으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백마고지역에서 북측 경원선의 출발역인 평강역까지는 동두천역보다 가깝지만 60여 년간 열차는 멈춰 있습니다.
실향민1: 나이 80살 됐는데 이제 고향 들어가기 그렇고, 이대로 죽나 보다 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금강산 한번 가고 싶고, 대동강이나 한번 가고 싶습니다.
실향민2: 철원역에 장이 서니까 장에 어른들 따라갔고, 그때 그 기차가 더 기분 좋았어. 칙칙폭폭하고 굉장했어."
그런데 최근 경원선을 좀 더 연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쉽게도 남북 간의 끊어진 구간을 연결한다는 소식은 아니고요. 백마고지역과 남방한계선 간 8.5km 구간만 복원하는 겁니다. 민통선 안쪽의 철원역, 월정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경원선과 경의선 DMZ 평화열차는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하며 우리 코레일은 남북철도와 대륙철도 시대를 잘 준비해서 행복한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선구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16일부터 이 구간에 대한 현지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철길을 낼지, 생태와 지질, 문화적 환경은 얼마나 변했는지 사전조사가 필요해서입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조사 결과 복원 구간은 주로 논·밭으로, 지뢰도 대부분 제거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 공사는 이르면 올 여름에 시작합니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복원 공사는 2017년 11월 완료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2년 6개월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철도 복원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60여 년 간 단절된 남북 간 철도운행 재개를 위한 철도 복원사업 등 이행 가능한 남북 공동 프로젝트를 협의해서 추진하는 것도 남북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사전준비의 일환으로 우선 남북철도의 남측 구간을 하나씩 복구하고 연결하는 사업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옛 경원선 노선을 활용하는 대신 새로운 전철 노선을 건설하고, 경원선 최북단 역이란 상징성이 있는 월정리역을 철원역으로 이름을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측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이 철원에 조성될 경우 철원역이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철원평야 지역은 연천에서 시작하여 철원을 거쳐 북한 추가령 구조곡으로 이어지는 지질학적 특징이 우수한 곳입니다. 또한 철원 DMZ 한복판에는 궁예 도성이 절묘하게 위치하고 있어서 역사 문화적 가치도 큰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천, 철원 지역은 경원선 연계 시 매우 중요한 지역기도 합니다.
경원선이 지나는 연천과 철원 지역의 주민들은 벌써 기대감이 높습니다. 특히 국도 3호선 등 간선교통축 선상에 있는 연천은 대북교류 중심지로의 부상이 예고되고 있는데요. 김규선 연천군수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규선 연천군수: 철도가 복원되고 도로들이 마무리되면 기업들이 몰려와 일자리가 창출되니까 인구가 유입되죠. 그러면 자연히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원선 전체 중 남측의 단절 구간은 10.5km입니다. 그중 월정리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비무장지대 내 2km 구간은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간의 합의가 있어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나머지 금강산선은 철원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32.5km를 연장해야 합니다. 금강산선이 연결되면 철도를 통한 금강산 관광시대도 열릴 수 있습니다. 금강산선은 옛 철원역에서 갈라져 나와 내금강까지 116.6km를 달립니다. 이 구간은 전철로 돼 있는데요. 전철이 달리던 길에는 한탄강 정연철교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실향민3: 제가 어릴 때, 7살 때 여기서 금강산 가는 경원선을 탄 적이 있어요. 그때 기억이 많이 나고..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경원선은 완공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원선이 완전히 개통되면 전남 목포에서부터 서울 용산을 거쳐 북한 나진을 철도로 오갈 수 있어 경의선과 함께 한반도 ‘X자 철도망’이 완성됩니다. 향후 러시아, 유럽으로 뻗어 나가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도 이어집니다.
윤갑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장: 남측과 북측의 철도는 괘도의 폭이 같습니다. 그래서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전압 방식에서 차이가 있고, 또 북측의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운행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게 된다면 금방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원선 복원과 관련한 학계의 토의도 활발합니다. 북한과 철로 연결이 합의될 경우 철원 지역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이 조성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남북관계 전환기마다 거론됐던 경원선 복원사업. 접경지역 주민들은 통일의 꿈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