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해결도 또다른 통일 준비”

0:00 / 0:00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요즘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한국 청년과 대학생들도 북한 인권과 통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 인권 도서를 집필한 한국 작가와 탈북 작가들이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탈북작가 이가연 씨와 청년들의 만남을 소개해 드립니다.

두만강 / 머리끝까지 고통은 차올라 / 헤엄칠 수 없는 그곳 (중략)

탈북대학생 이가연 양이 그의 시 ‘11월의 두만강’을 낭독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황해도 해주 출신인 그녀가 굶주림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을 때 두만강을 그린 겁니다. 그녀는 두만강을 “걸어보지 못한 가시길”, “누워보지 못한 가시밭”으로 표현했습니다.

걸어보지 못한 가시길 / 누워보지 못한 가시길

그때 그 길로 / 막내 곰도 오고 / 고슴도치도 왔다.

지난 4월 2일 저녁 서울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탈북시인인 대학생 이가연 양이 초대 손님으로 나왔습니다. 이 양은 지난해 9월 두 번째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을 펴냈습니다. 이날은 그의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을 통해 북한인권과 통일 문제를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콘서트 진행자 : 이 시간쯤 되면 진짜 밥 생각이 나죠. 밥, 고기, 삼겹살, 그리고 소주 한잔.. 오늘북 콘서트 때문에 저 역시도 저녁을 먹지 않아서 솔직히 밥 생각이 조금 나는데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밥이 그립거나 밥이 사뭇 친다고 표현은 잘 하지 않죠. 그런데 시집 제목이 '밥이 그리운 저녁'입니다. 북한에는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가연 씨가 제목을 이렇게 뽑지 않았나 싶고요. 이 자체가 북한의 인권을 노래한 것이라고 해서 그동안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먼저 '밥이 그리운 저녁'에 담긴 사연을 듣고 싶습니다.

이가연 : 아시는 것처럼 북한은 배고픔으로 300만 명이 죽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1년에 쌀밥 한 번 배불리 먹은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배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얘기한 거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배고픔보다는 혼자 살다 보니까 사람이 더 그리워졌습니다.

이가연 양은 고향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네 언니가 배고픔으로 안타깝게 죽어야 했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 살았지만, 이 양은 살면서 늘 흰 쌀밥을 그리워했고, 그래서 한국에서의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하루를 시로 적었습니다. 고향에서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어머니의 치료비를 구하려고 함경북도 청진의 고모 집에 갔다가 중국으로 건너간 이 양은 현지에서 만난 친구를 따라 2010년에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습니다. 이 양은 어머니가 아프고 돈이 필요해서 그리고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결국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양은 특히 북한의 허울뿐인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비판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북한에서는 병원에서 주사 한 번 맞는 일까지 모두 뇌물로 해결해야 할 만큼 사회적인 체계가 붕괴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가연 : 엄마가 쓰러지고 나서는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엄마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직장도 내팽개치고 무조건 약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북한이 무상의료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진료는 무료로 해주는데 약은 없어요. 한국은 세금으로 의료보험도 되고 그러는데, 북한은 세금이 없잖아요. 형식상 무상의료지 무조건 돈을 주고 약을 사야 합니다.

현재 국제펜클럽에서 탈북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연 양은 여전히 수줍음이 많은 소녀 같은 감성을 지녔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시로 나타내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시를 써본 적도, 공부한 적도 없다는 이 양은 “2010년 11월 한국에 입국할 때 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막 시상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틈틈이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시 형식으로 적어놓았고, 이후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 양은 “시는 자신의 영혼을 지켜주는 보물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가연 : 지금 글을 계속 쓰는 것은 오로지 저 한 사람을 위해서 쓰는 겁니다. 그리고 농담으로 통일되면 이 책이 '대박난다'는 믿음을 갖고요.(웃음) 사실, 통일됐을 때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권 외에도 통일 관련 시나 소설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3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조촐한 자리였지만, 북한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북한 인권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한반도 통일의 방향, 한국 청년세대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이날도 ‘북한인권 골든벨’과 ‘북한인권 한 줄 평 발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학생들의 소감 내용입니다.

참가자 1: 제가 탈북한 분과 만나 직접 얘기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사실 북한 인권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거든요. 우리가 그동안 너무 모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참가자 2: 단순히 연민의 정으로서 북한 주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가자 2: 북한 인권을 제가 직접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알게 됐다는 것이 다행이고, 또 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만드는 시사교양지 ‘바이트’가 주최한 북 콘서트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12월까지 격월 간 총 6회로 진행됩니다. 행사를 주최한 바이트 측은 “한국 사회의 대학생, 청년들이 북한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에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번에 특별히 북한인권을 주제로 북 콘서트를 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바이트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란희 씨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저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청년세대가 북한체제의 본질을 보고 잘 이해하길 바라고, 이를 통해 통일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란희 : 저희가 이번에 북 콘서트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북한인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 청년들도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게 된 겁니다.

이란희 씨는 또한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란희 : 통일이 작년부터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요. 사실 통일은 우리가 하고 싶다, 하기 싫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남북한 주민들이 왕래가 있고,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날과 살아갈 날의 이야기를 ‘밥’이라는 소재에 담아 진솔하게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탈북시인 이가연 양. 행사를 마친 이가연 양은 함께해준 대학생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이가연 : 탈북자인 저보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준 것 같습니다. 정말 북한 인권에 대해선 모두 다 시인 같아요. 나보다 먼저 북한 인권을 찾고, 발 벗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머지않아 통일이 곧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트가 주최하는 다음 ‘북 콘서트’는 5월 29일 오후 7시에 열리며 강연자로는 ‘소년, 자유를 훔치다’의 저자 탈북자 김혁 씨가 나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