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 정부가 올해 통일교육 강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 등에 통일 관련 활동을 기재하도록 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통일교육 강화 정책을 알아봅니다.
“통일이 되든 안 되든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거잖아요. 그래서 북한을 알고 통일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내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경기도 안양시의 한 중학교 교원(교사)이 통일교육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적다 보니까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흥이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사회와 도덕 과목 등에서 북한과 통일에 관한 내용을 배웁니다. 그러나 토론식보다는 그냥 교과서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학교 교사 : 아이들은 (북한이) 어렵고 같은 민족이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것과 통일되면 좋을 것 같다. 이 정도만 알고 있고요. 그러나 통일 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이런 것들은 잘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통일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학교 교원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교육부가 청소년들의 통일교육 강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일단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통일교육 시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14일 이 같은 내용의 ‘학교 통일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고등학생의 경우 반 친구들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통일교육과 관련한 영상물 등을 제작하거나 통일 체험관 등을 견학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2016년 학생부 기재 요령’을 배포하고 통일·안보교육 활동 기록 방식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통일 관련 활동을 진행해왔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고 통일교육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조휘제 통일교육 전문가 : 지금 통일교육이 제대로 되는 곳은 전국 1천446개 학교 가운데 통일교육 연구 시범학교 50여 곳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솔직히 잘 안 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통일교육을 교과 4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6시간 등 연간 10시간 이상으로 늘릴 것을 권장했고 중학교 자유학기제 활동에 통일교육을 포함하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윤효영 통일교육 전문강사 : 통일교육도 성폭력예방교육처럼 의무적으로 한다면 학생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인식제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딱딱한 일반 수업보다는 노래를 활용하거나 탈북 선생님이 직접 와서 교육하고 멀티미디어 등을 활용하면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가 추진중인 학교 통일교육이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은 “자체적으로 통일교육을 주도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자녀를 둔 부모들은 교육부의 이번 통일교육 강화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학부모 : 지금 북한과 우리 남한이 사이가 좋지 않은데 교육부가 갑자기 통일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까 뜻밖입니다. 그래도 통일은 언젠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통일교육을 받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통일교육을 이렇게 강화하는 것이 요즘 북한의 사정이 너무 안 좋고 그래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통일이 빨리 올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정부가 이렇게 서두르는 게 아닌가..
교육부는 현장 교원과 통일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개발진이 학생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체험활동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로 했는데요. 이를 위해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는 학년별 ‘활동중심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터넷 등을 통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는 또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교육용 자료도 함께 제공하여 교과 및 창제활동, 자유학기제 활동 등에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윤효영 통일교육 전문강사 : 통일교육원 홈페이지를 보시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급별로 비교적 자료가 잘 나눠져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께 홍보가 잘 안 됐던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이 부분을 잘 숙지하셔서 수업에 활용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교육부의 이 같은 운영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학부모 : 창의적 활동 시간에 여러 가지 수업이 이뤄지거든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서 그 창의적 활동 시간이 채워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통일교육을 의무로 안 하고 자율에 맡긴다면 통일교육보다는 다른 수업을 더 많이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교육부가 밝힌 것처럼 통일교육을 좀 의무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교육부는 또 통일동아리 운영 선도학교 100곳을 새로 지정해 연간 약 1만달러씩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서울통일관, 경기도 파주 평화통일 체험학습장, 강원도 이승복기념관과 통일교육수련원 등 4곳에 특별교부금 100만 달러 정도를 지원해 체험시설 개선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통일부가 만든 ‘통일송’을 음악과목 소재로 활용하는 등 개발 중인 교과서에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발표된 통일송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통일송: ‘통통통’)
교육부는 또 통일교육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교원들의 교육 역량에도 신경쓰기로 했는데요. 이를 위해 '통일교육 수업연구회'를 새롭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조휘제 통일교육 전문가 :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장과 교사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철학이 완전히 서 있어야 하고 그런 다음엔 통일교육에 대해서 뭔가 하겠다는 신념과 사명감, 지속성이 있어야겠지요. 이런 게 다 뒷받침돼야 통일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 겁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통일교육원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면서 학교 통일교육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 김동원 학교정책실장은 “활동중심 통일교육 프로그램 등이 학교통일교육의 활성화와 학생들의 자율적 통일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연말에 통일교육 우수학교를 선정하는 등 학교 통일교육 활성화 계획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