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최근 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네팔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이번 네팔의 대지진을 계기로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에서 화산이 발생하게 되면 남북은 물론이고, 그 주변까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백두산의 화산 활동 움직임과 이에 대비한 남북한의 공동 연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반도 최고의 명산 백두산. 최근 들어 이 백두산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화산 대폭발 가능성 때문입니다. 백두산은 지난 4천 년간 약 열 번의 크고 작은 폭발이 있었습니다. 특히 천 년 전인 930년대에 가장 큰 폭발이 있었는데요. 당시 분출된 화산재가 한반도 전체를 5cm 두께로 뒤덮었다고 합니다. 터져 나온 용암은 백두산 전역을 뒤덮고, 화산재는 일본 홋카이도까지 날아가 지표면에 두껍게 쌓였습니다.
다니구치 히로미츠 도호쿠대 명예교수 : 훗카이도와 아오모리 쿠로이시를 거쳐 더 남쪽에까지 화산재가 날아간 것을 보면 아마도 당시의 미세한 화산재가 하늘 전체를 넓게 덮어 빛을 차단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백두산의 화산 활동은 이젠 완전히 멈춘 것일까요? 학계에선 백두산의 화산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래서 폭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백두산 근처에서 일어나는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화산 지진이 늘어나고 있고, 온천수 온도도 올라갔습니다. 1990년대에 섭씨 69도이던 온천수가 최근에는 최고 83도까지 뜨거워졌습니다. 헬륨 농도도 일반 대기보다 7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하에서 뜨거운 마그마 활동이 계속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윤성효 부산대 교수 : 2004년에 백두 북파 쪽으로 가면 곡저산림이라고 해서 골짜기 바닥에 있는 산림입니다. 여기에 있는 나무들이 죽었습니다. 이게 왜 죽었느냐 하면 백두산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가운데 90% 이상이 이산화탄소인데요. 이 이산화탄소가 나와서 나무들이 질식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과거 지진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국 동북부 지역에 이례적으로 지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를 백두산의 대폭발 징후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요.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 백두산은 언젠가는 폭발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생명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데요. 이 화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터질지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지 않습니다.
일부에선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활동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폭발의 충격은 인근 300km 지역까지 땅을 뒤흔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핵실험이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백두산 천지까지의 거리는 약 110km, 지각의 흔들림이 바로 전달되는 지역입니다. 실제로 1차 핵실험 뒤인 2006년 10월 백두산 정상에서 마그마 분화단계를 뜻하는 고온의 가스와 열이 분출된 것이 러시아 기상관측 위성에 잡히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북한이 풍계리의 지하 2km 지점에서 핵실험을 하면서 마그마 층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 : (지진) 규모 6.5 정도가 되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라고 판정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충분히 마그마 방에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마그마 분화가 가속될 수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어느 정도로 피해가 발생할까요? 피해 영향과 범위를 분석한 한국 국립기상연구소의 ‘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천 년 전 규모로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를 가정해봤습니다. 지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산분출물은 용암류가 주변 반경 15km를 뒤덮고, 마그마에서 나오는 암석 파편 같은 화성쇄설류는 주변 60km까지, 또 화산 진흙과 물이 섞인 이류는 강을 따라 180km까지 흘러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런데 남한보다는 북한과 중국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며 일본도 영향권 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은 일단 화산재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영수 국립기상연구소 박사 : 북풍이 불 때 화산재가 남쪽으로 날아올 수 있는데 그때 미세먼지의 농도는 황사주의보 또는 황사경보 발령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상청은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화산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남북은 지난 2011년 4월과 5월 개성에서 두 차례 만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관련한 실무접촉을 가졌습니다. 특히 5월에 열린 2차 회의 때 남북은 백두산 화산분출에 대한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남북학술토론회와 현지답사를 포함한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당시 남북한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유인창 남측 수석대표 : 남과 북은 백두산 화산에 대한 현지답사를 6월 중순에 진행한다.
윤영근 북측 수석대표 : 북과 남은 백두산 화산 공동 연구를 위한 북남 학술토론회를 5월 초 평양 또는 편리한 장소에서 개최한다.
남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유인창 경북대 교수는 실무접촉 때 “북측은 현지 공동조사와 함께 학술 토론회 등을 통한 활발한 교류 추진을 강조했고, 남측은 사전에 자료를 충분히 교환한 뒤 공동연구 방식을 논의하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인창 경북대 교수 : 남측의 과학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그런 지역의 아주 훌륭한 자료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저희가 확인을 했고 거기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공동 학술회의와 현지답사를 둘러싸고 남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금은 협의가 아예 중단된 상태입니다. 남북관계 경색이 가져다준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백두산의 화산이 분출하게 된다든지 지진의 영향을 받을 때 한반도에 미칠 위험 요소들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보시다시피 냉각기에 접어들어서 해빙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물론 다음 달에 이희호 여사의 방북 등 변수는 있지만, 사실 이런 정치적 행사보다도 백두산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각계 전문가들의 대화와 토론이 더 시급합니다.
현재 남북 간의 공조 움직임은 없지만, 개별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백두산 화산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측은 2014년 7월 중국 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와 협약서를 맺고 백두산 국제공동연구를 시작했고, 북측은 이 무렵 영국과 연구활동을 벌였습니다. 특히 영국은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비해 백두산으로 들어가 측정 장치를 설치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해먼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 : 지표면 아래 마그마와 암석 상태 등 화산의 현재 상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열쇠가 됩니다.
백두산의 재분화가 초래할 어마어마한 피해를 생각하면 남북 간의 공동연구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계속 공조하지 않는다면 재앙의 경고를 무시한 네팔의 대지진처럼 엄청난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합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