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 공동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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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고려의 옛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에 대한 남북 공동 발굴사업이 지난 6월 3일부터 재개됐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 관계자 20여 명이 개성에 머물며 일하고 있습니다. 7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발굴조사 사업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개성 송악산 밑에 자리한 고려의 왕궁터인 만월대. 만월대는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에 타 없어질 때까지 고려 왕조의 숨결이 들어 있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지금은 일부 계단과 성벽만이 남아 있는데요. 옛 노래 ‘황성옛터’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황성옛터는 고려 옛 궁궐인 개성 만월대의 쇠락한 모습을 통해 일제시기 나라 잃은 슬픔을 노래한 것인데요. 잠시 한 소절 들어보시겠습니다.

황성옛터(노래)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 폐허에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이뤄 /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현재 북한 국보 제122호로 지정돼 있는 개성 만월대는 북한이 지난 1973년에 처음으로 발굴하기 시작했고, 지난 2007년부터는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했습니다.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는 남측에선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북측에선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등이 주체가 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있습니다. 2004년에 발족한 남북역사학자협의는 남북교류에 관심을 가진 300여 명의 남북한 역사학자들이 모인 단체인데요.

기광서 조선대 교수 :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6.15공동선언 이후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가 활기를 띠면서 최초로 남북 역사학자 교류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남북 역사학자들이 평양에서 함께 모인 자리에서 남측 역사학자들이 남북 간 학자교류 및 공동학술회의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자고 제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2003년 남북 역사학자 대표가 학술교류를 정례화하기 위해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구성키로 구두로 합의하였습니다. 이어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측 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이듬해 2004년 2월 허종호 북측 공동위원장과 공동 서명하여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정식으로 발족되었습니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그동안 두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습니다. 가장 큰 고비는 역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한 역사학자들의 계속된 노력으로 발굴조사 사업은 재개됐고,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연초 남북관계 악화로 지난 6월 3일이 돼서야 사업이 재개됐는데요. 이에 앞서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관계자 10여 명이 지난 1일 개성에 들어가 북측 관계들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특히 공동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6개월간 장기 조사를 벌입니다. 순수 민간교류에서 6개월간 이어지는 사업은 전례가 드문 일인데요. 개성 만월대가 지난 2013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북한이 종전보다 더 적극성을 띠었습니다.

기광서 조선대 교수 : 만월대 등 북한 개성역사지구는 2013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 발굴 사업이 더욱 의미가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발굴조사에도 남측 취재진의 방북이나 통일부 당국자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방북 명단 협의 과정에서 남측 명단을 꼼꼼히 살펴 남측 정부 당국자를 색출해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6개월간 장기 조사로 남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문화재청 관계자 등 총 80여 명이 개성을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전문인력 25명 정도는 개성에 머물며 발굴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필요할 때마다 당일로 개성에 출퇴근하게 됩니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 발굴단 규모를 보면 현장에서 조사하는 사람이 20명이고요. 자문위원이 40명 정도 됩니다. 일단 조직 구성을 이렇게 해놓고 그때그때 필요하면 또 인력이 들어가는 겁니다.

개성 만월대 터는 모두 25만 제곱미터 규모입니다. 현재 서부건축군 3만 3천여 제곱미터에 대한 발굴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태조 왕건 등의 초상화를 모셨던 경명전과 아자형의 궁궐터를 발굴했고, 원통형 고려청자도 처음으로 출토됐는데요. 올해 6개월의 작업이 끝나면 남북이 1차로 합의한 대상지의 50% 정도가 발굴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 올해는 4천 평방미터 정도 발굴할 예정이고요. 발굴 진척은 어차피 시간과 비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간이 많으니까 그만큼 발굴 면적도 넓힐 수가 있겠죠. 지금 작업하는 구역은 만월대 서쪽 부분인데요. 거기가 1만 평, 그러니까 3만3천 평방미터 정도 됩니다. 이쪽을 지난 2007년부터 계속 발굴해 온 겁니다. 지금은 1/3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북한이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보니까 이런 유적지 발굴사업도 자체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한과 협력 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남한 입장에서는 비록 북한에 있는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이 역시 한민족의 문화재인 만큼 보존 관리 차원에서 발굴사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기광서 조선대 교수 : 사실 문화재는 그 자체로 유일무이하며 한 번 훼손되면 영원히 멸실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문화재 보존사업은 정치 군사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문화재는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예외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실제로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 정치 경제적 통합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통합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남한 정부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역사 문화유산의 교류협력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 정부는 이 5.24 조치를 유지하면서도 남북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필요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에는 민족 동질성 회복과 실질적 협력의 통로를 개설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는 역사,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의 교류도 적극 지원해나가고자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점을 말씀을 드립니다.

개성 만월대 말고도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할 유적지는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평양 대성동에 있는 고구려고분과 북한 지역 발해유적 등입니다. 또 비무장지대에 있는 ‘궁예도성’에 대한 발굴조사도 있을 겁니다. 특히 철원 궁예도성 발굴 조사는 현재 남한의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DMZ 평화공원 개발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 악화로 다른 곳으로의 확대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 과거에는 공동학술회의라든지 공동연구, 고구려고분 발굴 관련해서 답사 등이 있었는데요. 현재는 만월대 발굴조사밖에 없습니다.

통일은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남북 역사교류는 민족의 혼을 찾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