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과 동북아경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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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 길>의 노재완입니다. 중국, 북한,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있는 나라들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두만강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이루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한국 역시 경제개발을 위해 이곳에 투자할 의사가 있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 길>에서는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을 모시고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전망을 들어봅니다.

기자: 소장님, 안녕하세요?

김광인: 네, 안녕하세요.

기자: 얼마 전 북-중 접경지역인 두만강 일대를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광인: 네, 얼마 전 중국 연변지역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처럼의 방문인데다, 시간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북-중 국경지역을 죽 둘러보았습니다. 2-3년 전에 비해 중국 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고 있었는데요. 두만강 건너 북한 지역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도문과 훈춘 쪽에 북한 근로자들이 많이 나와 일하고 있는 것이었는데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현장 가까이 가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자: 그러면 도문과 훈춘, 이런 지역에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단이 따로 있는 겁니까?

김광인: 도문에는 조선공업원이라고 하는 북한 전용공단이 있습니다. 도문에 도문경제개발구라는 경제특구가 있는데, 이 안에 조선공업원이 있습니다. 조선공업원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북한공단입니다. 훈춘에는 아직 조선공업원과 같은 북한전용 공단은 없지만, 이곳에도 적지 않은 북한 근로자들이 나와 일하고 있었습니다.

기자: 그동안 군사적 긴장과 경쟁 구도로 흘러왔던 동북아시아인데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 지역 경제개발에 무척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국가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뭡니까?

김광인: 중국은 1978년 12월 개혁·개방 이후, 상해·심천 등 연해지역과 북쪽의 발해만 개발을 통해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동안 개혁개방에서 소외되었던 동북지역 개발에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북3성 개발을 통해 중국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자는 것이지요. 러시아도 2012년 푸틴 대통령 집권 3기 체제의 핵심정책으로 극동·연해주 개발에 역점을 두는 공세적 신동방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극동·연해주 개발을 통해 러시아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도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으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몽골과 일본 등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두만강 유역이 21세기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중심무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게 본다면 두만강 유역은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인데요. 그러나 유럽과 북미지역과 달리 관련국들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김광인: 한마디로 북한 때문입니다. 지금 중국의 동북삼성 개발, 러시아의 극동·연해주 개발, 한국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몽골과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 등 동북아 여러 나라들이 저마다 두만강유역 개발을 하나의 지렛대로 삼아 동북아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유독 북한만이 여기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두만강 유역 개발을 통한 동북아경제공동체 건설에 북한이 결정적인 걸림돌,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자: 한국도 이 지역 개발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김광인: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지역에 대해 대한민국의 입장과 견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공식 주창한 것입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반도 최남단인 부산을 출발해 북한 나진과 러시아-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철도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흔히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라고 부르지요. 다른 하나는 전기와 가스, 송유관 등 에너지 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실현되면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유럽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사람과 물자가 일상적으로 오고가게 됩니다. 현재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유럽까지 갈려면 배로 한 달 이상 걸리지만,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철도가 연결되면 1주일 안에 유럽까지 갈 수 있게 됩니다.

기자: 결국 문제는 북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도 개방해야 살 수 있고, 두만강 접경이라면 그래도 안심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김광인: 북한이 살 길은 개혁·개방밖에 없습니다. 개혁·개방하면 북한도 금방 잘 살 수 있습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얼마나 잘 살게 됐는지 북한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부담 때문에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을 해서 문을 열게 되면 북한체제의 모순이 다 드러나게 되니까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1991년에 평양과 멀리 떨어진 두만강유역의 나진-선봉지역을 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해 살짝 문을 열기도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경제특구의 효용을 살릴 수 없습니다.

기자: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북아 경제통합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김광인: 동북아경제공동체 실현은 한국 경제에만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남북한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이 지역 국가들의 경제발전에 다 도움이 됩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이들 나라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두만강유역을 무대로 동북아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 이 지역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중심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개혁·개방을 해서 이 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동북아경제공동체 건설은 훨씬 빨리 이룩될 것입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어 남북경제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그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지겠지요.

기자: 방금 말씀하신대로 동북아경제공동체가 이뤄지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북한 간에 긴장이 완화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광인: 지금 세계는 사람과 물류, 정보, 에너지 등이 일상적으로 오고 가는 지구촌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이 거대하고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거나, 흐름에서 뒤처지게 되면 살아남을 수가 없죠.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선도해야 합니다. 남북한의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고, 두만강유역을 중심으로 동북아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북한이 남북경제통합과 동북아경제공동체 건설에 참여한다면 외국투자가들이 안심하고 북한에 투자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해 계속 개혁개방을 거부한다면 북한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하루빨리 개혁개방과 동북경제공동체 건설에 동참하기를 기대합니다. 그것만이 남북통일을 이루고, 우리 민족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기자: 네, 그렇군요. 통일한반도가 세계 경제 중심지로 각광받을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은 코리아선진화연대 김광인 소장을 만나봤습니다. 소장님, 회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광인: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