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요즘 한반도 남쪽 전라남도 광주에서는 지구촌 대학생들의 체육축제인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경쟁을 넘어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축제 한마당입니다. 신명 나는 이런 잔치에 정작 같은 민족인 북한이 참가하지 않아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북한의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과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개막식 현장음)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지난 3일 광주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성심성의껏 대회를 준비한 광주 시민들은 흥분과 설렘 속에 개막식을 지켜봤습니다.
광주여대 학생: 국제 대학생 올림픽 U대회가 우리 광주여자대학교에서 열리게 되는 게 정말 영광이고요. 광주에서 열리는 것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에서 리듬체조와 기계체조가 열린다는 데 저도 꼭 한번 참석해서 응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해로 28회를 맞고 있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체육과 문화로 하나가 되는 축제입니다. 7월 3일부터 14일까지 12일간 펼쳐지는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148개국, 1만 3천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멕시코 대표선수: 훌륭합니다. 각 세계의 문화가 이곳에 있습니다. 여기 소녀들이며 공연, 관광 모두 훌륭합니다. 이곳의 음악과 문화, 전통 모두 아주 좋습니다.
미국 대표선수: 정말 색상이 다채롭고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재미있고 귀엽고 즐거워 보입니다. 모든 게 행복한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는 모두 21개 종목이 열리는데요. 광주 시내는 물론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일원에서도 진행됩니다. 유니버시아드를 주관하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은 개막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고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습니다.
갈리앙 국제대학스포츠연맹 회장: 대한민국 국민과 광주시민 특히 젊은이들이 여기에서 이뤄진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고 가장 성공적인 유니버시아드가 될 것입니다.
성공적인 개최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바로 북한의 불참 때문입니다. 휴전선 너머 한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데도 북한 선수단은 끝내 불참했습니다. 갈리앙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 경기라도 출전할 수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회 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남북 젊은이들의 만남을 기대했던 대회 조직위원회도 개막 직전까지 북한의 참가를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경우, 북한이 개막 이틀을 앞두고 대회 참가 의사를 통보한 전례가 있어 대회 조직위원회도 이 부분에 작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윤장현 광주 시장도 개막을 앞두고 북한의 참가를 호소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윤장현 광주 시장: 정부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고 협조하고 있고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가 가능성을 두고 여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실무 협의 차 개성을 찾았던 실무진에게도 북한 참가를 당부하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개막식이 열린 주 경기장 동쪽 오른쪽 아래에는 600석가량의 좌석이 통째로 비어 있었는데요. 입장권이 매진되는 상황에서도 불참을 선언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위해 일부러 비워놨습니다. 결국 개막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북한의 참가를 기다렸다는 의미입니다.
윤장현 광주 시장: 스포츠와 문화교류를 통해서 남과 북이 광복 70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평화를 향한 노둣돌이 되기를 그렇게 간절하게 바랐는데 북측의 이런 상황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최근 10년간 유니버시아 대회에 빠짐없이 선수단을 파견해왔습니다. 2003년에 열린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도 참가해 개막식에서 남한과 공동으로 입장했습니다. 당연히 이번 대회에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이 지난 3월 선수단 파견 신청서를 내고, 4월 대표단 사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북한의 참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6월 초 선수 명단을 제출하지 않더니 결국 지난 6월 19일 전자우편을 통해 조직위원회에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조 추첨을 마친 여자축구 등 일부 종목은 재추첨을 해야 했고, 대회 운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을 빚었습니다. 북한은 불참의 이유로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라고 밝혔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6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불참 소식을 전했습니다. 당시 남한 정부도 인권 문제와 체육 교류를 연관시킨 북한의 불참 사유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북한 당국은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 설치에 대해서 비난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유엔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남한에서 번지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가 북한의 불참에 크게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 체육계를 잘 아는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역시 같은 견해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또 일부에선 6.15 남북공동선언 15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북한의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가 무산되면서 남북관계는 한동안 냉각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북한이 현재 남북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은 5.24조치 해제 같은 것일 텐데요. 현재 상황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죠. 이렇게 되면 8.15남북공동행사는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북관계가 갈수록 꼬여가는 형국입니다. 남북 당국 간 접촉은 물론 민간교류마저 급속히 위축돼 있습니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오는 8월 평양을 방문해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내놓은 정부 성명을 통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5.24 대북제재 조치 철폐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당국 간 대화가 일단 성사되면 그 자리에서 5.24 대북제재의 해제 등 북측이 원하는 의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우리 정부는 남북한의 모든 현안을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지만, 북한은 전제 조건만 제시하며 호응해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제 용기 있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남북한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오는 10월에 열리는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참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경상북도와 문경시는 세계군인체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한 선수단의 참여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지만, 북한이 그때도 불참할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북한은 1차 동의서에서 참가 의사를 표명했지만, 지난 3월 마감한 2차 동의서에서는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는 8월 1일까지 최종 선수단 명단을 제출받기 때문에 북한의 최종 참가 여부는 그때 가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일단 북한이 참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 초 방북을 앞둔 이희호 여사와 김대중평화센터 측 관계자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