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중단 ‘8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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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금강산 관광은 분단 이후 대치 국면에 있던 한반도를 화해와 교류로 이끌었던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었지만 2008년 7월 11일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타깝게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금강산 관광 중단 8년을 맞아 관광의 중단 배경과 의미를 알아봅니다.

“금일 오전 5시경 금강산 관광객 1명이 장전항 북측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입니다.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08년 7월 11일 오후 4시. 통일부의 김호년 대변인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 경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건이 터진 금강산 해수욕장은 사건 발생 전날인 10일 개장했으며 남한 관광객들은 현지에 있는 호텔이나 야영장에서 천막을 치고 숙박을 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천막에 있는 야영객은 밤 10시 정도까지만 해수욕장 부근의 산책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관광객 박왕자 씨는 사건 당일 새벽에 홀로 해변을 나갔습니다. 박 씨는 해변을 거닐다 그만 군사보호 지역으로 넘어섰고 초소를 지키던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당시 박 씨의 장례식이 열렸던 속초병원 관계자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속초병원 관계자 : 우측 흉부 뒤쪽에서 앞 유도 쪽으로 구멍이 나와 있었고 좌측 둔부에서 우측 둔부로 관통상이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박왕자 씨가 철조망을 넘어와 초병이 수차례 정지 명령을 내렸는데 도망을 가자 경고사격을 가한 뒤 발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12일 아침,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합동조사단을 꾸렸지만 북한은 남한 합동조사단의 현장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며 맞섰습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 당시 북한은 관광객 관리를 소홀히 한 현대아산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고요. 두 번째로는 초병이 관광객에게 총을 쏜 것은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말하자면 당시 박왕자 씨에 대해서 "멈춰라" "멈춰라" 몇 번 얘기했음에도 계속 달아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총을 쐈다는 거죠.

남북이 공동으로 사건 조사를 하면 누가 잘못을 했는지 그러니까 박왕자 씨가 군사지역에 들어갔기 때문에 초병이 교전 수칙에 따라 총을 쏜 것인지 아니면 북한 측이 고의으로 총을 쏜 것인지를 다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사망한 박왕자 씨의 아들 방재정 씨는 “북한이 진상조사를 꺼리는 데는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08년 회견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방재정 : 저는 초병이 초병 수칙에 따라서 발포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왜 발포를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봤고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싶기도 했지만 일단 그 당사자에게는 특별한 악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는 북한의 태도와 모든 것을 다 해봤다고 보는 (한국) 정부가 더 이상 할 게 없는 것이 좀 한스러울 뿐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에도 남한 정부는 사건의 진상 규명과 북한 당국의 재발 방지를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이런 요구에도 북한 당국은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는 남쪽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평양 방문 때 최고의 수준에서 담보해 줬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당시 진상규명을 강조한 이유는 북한에서 주장한 사건 경위가 석연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 : 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이가 50이 넘으신 중년 부인이고 그런데 이게 전체적으로 볼 때 논리적으로 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남한의 계속되는 진상규명 요구에도 북한은 오히려 모든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금강산 관광을 관리하던 남한 인력을 모두 추방하고 시설물마저 사용할 수 없게 동결시켰습니다. 물론 중간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남북 당국 간에 접촉이 몇 차례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습니다. 급기야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면서 이러한 논의마저 사라졌습니다. 얼마 후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다른 나라에 넘기겠다고 발표해 버립니다.

조선중앙 TV: 남조선 당국에 의해 현대와의 관광 합의와 계약이 더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으므로 곧 새로운 사업자에 의한 국내 및 해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때 부터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도 사라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관광 사업체인 현대아산과 협력 업체들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봐야 했습니다. 현대아산은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고 그동안 사업 다각화를 통한 활로를 모색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현대아산의 의지는 아직도 확고합니다.

현대아산 관계자 :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에 대한 재개 의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확고합니다. 한순간도 회사와 금강산 관광을 떼어놓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 출범으로 장사를 시작했던 개인 사업체들은 빚더미에 앉아 생계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성군 상인 : 금강산 때문에 횟집 같은 거 차려놨잖아요. 융자받고 막 그래서 했는데, 지금 빚도 못 갚고 있죠. 걱정이지 사는 게…

금강산 관광 중단 8년째를 맞아 강원도 고성군민들이 지난 1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관광 재개를 요구했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주민 3백여 명은 이날 오후 통일부 앞에서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해 정부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우선 특별법 제정 등 피해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현장음)

이강훈 고성군번영회장 : 관광 재개는 힘들 것 같다고 보고, 그에 상응하는 그동안에 피해를 보았던 것들을 금전적으로나 시설적으로나마 보상을 받고자…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 명파리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복 씨는 “금강산 중단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꿈과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며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막노동하며 살아왔는데 현재는 몸이 좋지 않아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관광 재개에 대한 상인들의 요구에 대해 남한 정부는 “지금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합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지금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는 그런 입장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잘 아시다시피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삶을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에 집중할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현재로서 논의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입니다.

민족의 영산이라며 많은 남한 사람들이 찾았던 금강산.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첫 번째 관문인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 정문은 8년째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이제는 추억 속의 사진으로만 기억할 뿐입니다. 금강산 전문 사진작가 이정수 씨의 말을 들으면서 오늘 <통일로 가는길>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이정수 : 금강산은 10년간 100회 넘게 다녀왔습니다. 자연은 볼 때마다 늘 새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고 또 가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마치 하루 세끼를 매일 반복해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자연의 오묘한 자태는 늘 봐도 싫증이 안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