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주년 DMZ ‘통일발걸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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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요즘 한국에서는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통일 관련 행사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 7월 21일에는 비무장지대를 따라 걷는 '통일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강원도 양구를 시작으로 동해안 고성까지 이어지는 6박 7일간의 대장정입니다. 휴전협정 기념일인 7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남한 대학생과 탈북 대학생, 해외 유학생, 한국 체류 외국인까지 함께했는데요. 이번 주와 다음 주 2회 연속으로 이들의 비무장지대 걷기행사를 전해 드립니다.

7월 21일, 오전 8시 북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춘천의 한 휴양소. 비무장지대 100km 걷기행사에 참여할 대학생들이 숙소 밖으로 하나둘씩 나옵니다. 10여 분 정도 지났을까요. 숙소 옆 강당에서 갑자기 군가 ‘진짜 사나이’가 들려옵니다. 출정식을 앞두고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할 모양입니다.

(현장음) ‘진짜 사나이’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 우리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학생과 탈북대학생, 그다음에 외국인 대학생, 이렇게 3그룹이 같이 행군을 하면서 분단의 현실을 직접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통일을 이룰까 생각도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받지 않고 힘들지 않게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통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7박 8일의 행사가 될 것입니다.

오전 9시 드디어 출정식이 열렸습니다. 출정식은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한상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 이사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개회사, 격려사 학생대표 선서, 출정 선포 등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한상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 이사장: 통일발걸음 행사는 젊은이의 축제입니다. 우리는 통일을 위한 발걸음을 하면서 화합하고, 동료애를 가지는 축제의 장입니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또 즐거운 마음으로 또 젊은이들답게 웃으면서 통일발걸음 행사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들의 걷기 행진의 출발점은 강원도 양구입니다. 출정식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합니다. 출발에 앞서 참가자들의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한기선 (인하대 2학년): 저는 이번 통일발걸음을 통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통일에 대해 깊고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성민 (한서대 4학년): 정말 심장이 뛰는 것 같습니다. 설레고 기대가 되고 그렇습니다. 남은 시간 열심히 걸을 계획입니다.

설지현 탈북대학생 (서강대 3학년): 저는 작년에도 DMZ 걷기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먼 거리를 도전하기 위해 참가하게 됐고요. 작년보다 더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더 어른이 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100여 km를 달려 동부전선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양구통일관에 도착했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이들은 휴전선 넘어 북한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을지전망대로이동했습니다.

이동에 앞서 참가자들은 인근 주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허정훈 고려대 3학년: 막상 이런 활동을 해보니까요. 나라에 대한 생각을 좀 잊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요. 태극기 나눠주면서 주민들의 호응이 좋으니까 더욱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마을 주민 장대일 씨는 태극기를 받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장대일 (69세, 해안마을 주민): 물론 집에도 태극기가 있죠. 하지만 이렇게 젊은 학생들한테 태극기를 받으니까 마음이 새롭고, 나라 사랑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을지전망대는 6·25전쟁 때 남북이 피의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을지전망대는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보다 더 북쪽에 자리하고 있어 북한군 초소와 논밭이 보이고, 맑은 날이면 금강산 비로봉까지 보인다고 안내 병사는 설명했습니다.

안내 병사 : 스탈린 고지는 과거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고지 중 하나로 아쉽게도 국군이 사수하지 못하여 지금은 북한군이 점령하여 활동 중에 있습니다. 화면상에서 보이는 흰색 구조물이 적의 감시 초소가 되겠습니다.

한반도 전체로 보면 강원도 양구는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발 1천m가 넘는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산 아래는 분지입니다.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분지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거대한 분화구 모양의 이곳은 하나의 분지가 한 개 면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지형입니다. 일명 펀치볼(punch ball)이라고 부르는데, 펀치볼의 유래가 참 재밌습니다. 6.25전쟁 당시 미군 종군기자가 지형이 마치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며 그렇게 부르면서 유래되었습니다. 최근 안보관광 차원에서 펀치볼 둘레길을 조성 중에 있는데요.

이날 참가자들과 함께 양구군은 펀치볼 6.25둘레길 명명식을 가졌습니다.

한상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 이사장: 6.25전쟁 16개국 참전 용사들의 넋과 피가 서려 있는 이곳에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이정표를 세우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이정표를 통일을 염원하는 기념비이자 우리 통일 의지를 다지는 주춧돌을 삼고자 합니다. 펀치볼 둘레길이 완성되는 날, 통일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 있을 것입니다.

을지전망대에는 전창범 양구 군수도 나와 참가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전창범 군수는 대학생들의 걷기 행진을 축하하면서 “분단의 현실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창범 양구군수 : 이 행사를 통해서 북한땅에 하루빨리 자유가 올 수 있도록, 또 그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남북통일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도 새로운 각오와 의지를 가져주길 바랍니다. 또 우리 양구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주시길 바랍니다.

또 을지전망대에서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50~60대 탈북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탈북 여성들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원들입니다. 대학생들의 비무장지대 걷기 행진을 격려하기 위해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직접 온 겁니다.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 바지를 맞춰 입은 합창단은 ‘고향의 봄’과 ‘그리운 금강산’, ‘우리의 소원’ 등을 불렀습니다.

(현장음) 합창으로 우리의 소원 부르기

김정선 (가명) 물망초 합창단원: 북한땅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울려 퍼진 합창 소리가 저 땅에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 둘레길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 걸음에서 통일을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짙은 구름이 해를 가려 오히려 걷기엔 안성맞춤 날씨입니다.

드디어 대열의 맨 앞줄인 1조 대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을지전망대 철책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100km ‘통일발걸음’의 대장정이 시작된 겁니다.

(현장음) 맨 앞줄부터 출발하세요. 출발~~!!!

참가자들의 내딛는 발걸음에서 통일에 대한 염원이 느껴집니다. 주최 측은 젊은이들이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걷기 중에 일부 구간은 자전거도 타고, 평화의댐이 있는 파로호에서는 배도 탄다고 밝혔습니다. 대학생들의 현장체험과 견학을 겸한 걷기인 만큼 행군 거리도 1일 평균 15~20km 정도로 정했습니다.

조진성 (가명) 탈북대학생(서강대 3학년): 아직은 힘든 줄 모르겠고요. 너무 설레고 계속 기대가 됩니다. 물론 계속 걷다 보면 좀 힘들겠죠. 그렇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걷기 행사의 마지막 지점은 고성 통일전망대. 7월의 무더위 속에 습도까지 높아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참가자들은 환한 얼굴로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내딛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통일염원 대학생 걷기행사는 휴전협정 기념일인 7월 27일까지 계속됩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