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주년 DMZ ‘통일발걸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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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요즘 한국에서는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통일 관련 행사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 7월 21일에는 비무장지대를 따라 걷는 '통일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강원도 양구를 시작으로 동해안 고성까지 이어지는 6박 7일간의 대장정입니다. 휴전협정 기념일인 7월 27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남한 대학생과 탈북 대학생, 해외 유학생, 한국 체류 외국인까지 함께했는데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비무장지대 걷기행사를 전해 드립니다.

남북 대학생들의 비무장지대 걷기행사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7월 21일 강원도 양구군 을지전망대에서 출발한 이들은 어느새 인제를 거쳐 고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직 해병대 교육단장으로서 이번 통일발걸음을 총괄 기획한 차동길 장군의 말입니다.

차동길 장군: 어제 같은 경우에는 처음으로 천막에서 잠을 잤습니다. 탈북 학생들은 천막에서의 잠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젯밤에는 비가 많이 내렸어요. 천막 속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도 상당히 운치가 있었고, 학생들도 매우 좋아했습니다.

통일발걸음 5일차인 7월 25일도 종일 비가 내렸는데요. 참가자들은 오후 1시 30분경 금강산 자락에 있는 건봉사에 도착했습니다. 건봉사는 설악산의 신흥사, 백담사 등 9개 말사(末寺)를 거느렸던 전국 4대 사찰 중 한 곳으로 신라 법흥왕 때 지어진 아주 오래된 사찰입니다. 그러나 6.25전쟁 때 건봉사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고 합니다.

관광 해설사: (6.25전쟁 때) 무려 16차례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가 현재는 우리 땅이 됐는데요. 아주 왕성할 때는 3천 칸이 넘었던 건봉사의 대가람이 전쟁으로 안타깝게도 모두 불에 타고 말았습니다.

이번 ‘통일발걸음’에 나온 탈북대학생 중에는 승려도 있습니다. 법명은 도현으로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도현스님은 주최 측의 도움으로 건봉사의 주지 스님을 만나 덕담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도현스님(탈북대학생): 태어난 곳은 평양이고요. 나중에 나진으로 이동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평양 사람입니다.

건봉사 주지스님: 그래서 가족이 모두 뿔뿔이 다 헤어졌겠네.

도현스님(탈북대학생): 네, 그래서 외가 쪽은 다 나진 쪽으로 도망왔습니다.

건봉사 주지스님: 그래요. 그런 것을 알기 때문에 스님도 여기 남한 정착에 매우 어려움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을 보니까 가슴이 확 메이는게..

(현장음: “하나둘셋, 금강조 화이팅~~”)

건봉사를 둘러본 참가자들은 다시 걷기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오후 이들이 걸어야 할 거리는 8km 정도. 2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오전부터 후덥지근했던 날씨가 한결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기자: 힘들지 않아요?

참가자: 안 힘들어요.

기자: 햇볕이 비칠 때와 비올 때 걷기는 어떤 게 낫습니까?

참가자: 차라리 비오는 게 더 좋아요.

기자: 비 오면 발걸음이 무거울 것 같은데요?

참가자: 어차피 땀나서 몸이 젖는데 비 와서 젖는 게 더 시원하고 좋아요.

이들의 발걸음은 오후 5시경에 멈췄습니다. 그리고 고성군에 있는 군부대를 방문했고, 이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모두 한 병실(내무반)로 모였습니다. 통일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먼저 신 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는데요.

(현장음) 탈북대학생의 북한 노래 ‘준마처녀’

오미영(탈북대학생): 제가 통일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제가 피자랑 치킨 등 먹을 것을 사 가서 학교 친구들을 다 모아놓고, 배가 터져서 다시는 안 먹겠다고 할 때까지 먹이는 겁니다.

김성민(한서대 4년): 사실 저는 이번에 탈북자를 처음 봤습니다. 이분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떠한 이유로 탈북했는지, 지금은 남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제가 죄송하더라고오. 이분들에 대한 생각을 제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다음날도 이들은 평소처럼 오전 6시에 기상했습니다. 그리고 천근만근의 몸으로 병실(내무반) 앞 훈련장(연병장) 앞으로 모였습니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섭니다. 맨손 체조를 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와 함께 훈련장을 돌기 시작합니다.

(현장음: 아침 구보)

최종부(충북대 4년): 첫날엔 일어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몸풀기를 하는 20분도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둘째 날, 셋째 날부터는 이것을 해야 몸이 풀리니까 아침 운동이 좋다는 걸 알았죠.

이번 ‘통일발걸음’을 위해 많은 곳에서 도움이 있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숙소와 병영체험 등을 지원했고, 이들이 걸었던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에서도 많은 성원을 해주었습니다. 또 참가자들의 물품을 지원해준 곳도 있습니다. 등산용품 전문회사인 밀레는 참가자 전원에게 모자부터 배낭, 운동화까지 장비 일체를 지원했습니다. 사단법인 물망초와 함께 이번 행사를 준비한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는 이번 비무장지대 걷기행사를 위해 측면에서 지원해 준 이들 기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상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 이사장: 통일은 우리의 미래니까 미래를 위해선 젊은이들의 통일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에 행사를 마련했고, 올해는 지난해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게 만들었습니다.

부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린 이들은 준비된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버스는 거진공설운동장으로 향했고, 참가자들은 거진공설운동장부터 다시 걷기로 했습니다. 걷기에 앞서 이들은 당포함전몰장병충혼탑에 잠시 들렀습니다. 참배하고, 충혼탑 앞에 있는 국기 게양대에서 태극기 교체식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다소 지쳐 보였지만, 힘든 가운데서도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 안마도 해주고 장난도 치는 등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는데요. 프랑스에서 온 대학생 올리비에(Olivier)도 “걷기를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느꼈고, 통일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올리비에: 발걸음 하니까 걸으면서 같이 자고, 같이 씻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북한 친구들과 한국 학생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이날도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그동안 산과 들로만 걸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바다를 끼고 행군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 때문인지 발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이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곳은 화진포 해변. 화진포 해변은 인근에 김일성별장과 이승만별장 등이 있어 관광 명소로 알려졌는데요. 해방 후 남북의 지도자들이 휴양지로 이용했던 곳이라 주변 경관이 정말 수려했습니다.

한완우 남한대한생: 김일성과 이승만, 이기붕 등 지도자들이 찾았던 장소답게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어서...

화진포에서는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이 나와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힘드시죠? 힘들지만, 끝까지 잘 참고 가시기 바랍니다. 여기부터는 저도 여러분과 함께 걷도록 하겠습니다.

화진포 해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이들은 김일성별장과 이승만별장 등을 관람한 뒤 다시 걷기를 이어갔습니다. 언덕을 넘어 해변을 따라 계속 걸었습니다. 멀리 10층이 넘는 금강산콘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5분여 걸어서 드디어 이날의 종착지점인 금강산콘도에 도착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동료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온종일 걸으면서 땀으로 범벅된 이들은 이내 숙소 앞 해변에 몸을 던졌습니다.

기자: 어떻습니까?

최원일(가명) 탈북대학생: 정말 시원해요. 얻은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고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기쁘고 좋습니다.

권용훈 물망초 사무국장: 매일 매일 안전을 걱정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와 준 우리 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요. 이 대원들이 바라는 통일의 꿈이 반드시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이번 통일발걸음의 최종 목적지는 통일전망대입니다. 이곳 금강산콘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아침에 버스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숙소 인근에 있는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부터는 군사작전지역이라 규정상 걷기를 할 수 없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날이 사실상 이들의 마지막 발걸음인 셈입니다.

도현스님(탈북대학생): 여기 오니까 통일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그쪽은 어떨까.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어떻게 생활할까.. 여기서 북쪽을 바라보니까 만감이 교차하네요.

통일전망대는 분단 70년을 되새기고 전쟁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휴전협정 기념일인 27일에 가게 됐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비무장지대 발걸음은 이날로서 마무리됐지만, 통일에 대한 이들의 꿈은 통일의 그 날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