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광복절은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날로 남북 모두 국경일로 삼고 있는데요. 70돌을 맞은 금년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만큼 남북이 함께 광복절 행사를 할 만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북관계 경색으로 올해도 따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광복절을 맞는 남한의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일본 히로히토 항복방송)
한반도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해방됐습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남북은 곧 38선을 따라 갈리게 됩니다. 북위 38 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가르는 38선은 1945년 8월 15일 광복 직후에 미국과 소련의 합의 속에 그어졌습니다. 공식적으로 분단된 해는 남과 북에 별도의 정부가 들어선 1948년이지만, 38선이 그어진 1945년이 분단의 시초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올해를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광복과 함께 38선 이북에는 소련군이 진주하고, 38선 이남에는 미군이 진주하게 됩니다. 사실상 분단이 된 거죠. 그러면서 남쪽에 있는 사람은 북쪽으로 마음대로 갈 수 없고, 북쪽에 있는 사람도 남쪽으로 마음대로 갈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광복과 함께 분단이 됐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광복 70돌,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는 남북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고 있는데요. 보면 남한이 북한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달합니다. 북한은 광복절보다는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우리가 볼 때는 광복절이 가장 의미 있는 국경일 같지만, 북한은 국가와 민족적 차원의 국경일보다는 김일성의 업적과 행적을 기리는 날을 더 의미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1945년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만들어진 날을 조선노동당 창건일로 정하고, 이것을 김일성의 업적으로 만들다 보니까 10월 10일이 8월 15일보다 중요한 날이 된 겁니다.
남한 정부는 광복 70주년 축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광복절 전날인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토요일인 광복절을 포함해 금, 토, 일 사흘 연휴가 되는 만큼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날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 광복 70주년 축하 분위기 조성과 내수 진작을 위해 8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기 바랍니다.
남한 정부는 국민들의 원활한 여행을 위해 연휴 첫날인 14일 하루 동안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공공시설도 무료로 개방합니다. 이에 따라 경복궁과 덕수궁 등 4대 고궁을 비롯해 41개 국립 자연휴양림과 국립 현대미술관을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행사 관계자 : 3일 연휴를 활용한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호텔 공급이나 항공 좌석 공급을 위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 국민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우리 기업들도 임시공휴일 제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남한의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 철학, 시대 상황, 정치적 배경이 모두 달랐지만,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용한 핵심 단어들만큼은 일관된 경향을 보였습니다. 경축 연설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통일’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분단된 상태로 지속되어 온 69년의 비정상적 역사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요즘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70돌 광복절 행사로 통일아리랑조직위원회가 추진하는 통일아리랑 대합창이 가장 눈에 띕니다. 8월 15일 저녁 8시 15분, 전국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울려 퍼집니다. 한민족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며 세계의 문화적 자산이 된 아리랑을 정부가 아닌 시민이 주도하는 순수한 통일 행사로 열겠다는 게 행사의 기본 취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는 광복절에 맞춰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철조망으로 만든 피아노로 ‘통일 연주회’가 펼쳐집니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만든 이 피아노는 제작에만 석 달이 걸렸는데요. 일반 피아노보다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오히려 듣는 이의 가슴을 더 울립니다.
이상하 '통일피아노' 기획자: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으로 평화를 노래할 수 있다면 우리가 통일을 심각하게 생각할 게 아니고 좀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방에서는 경상북도가 매우 적극적입니다. 경주는 한반도 처음으로 통일을 이룩한 신라의 기반이었던 만큼, 남북통일에도 관심이 높은데요. 올해는 ‘통일기원 문무대왕 문화제가’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이 행사는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문무대왕릉 앞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문무대왕이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통일신라의 대업을 이루고 죽어서도 동해의 큰 용이 되어 나라의 안위를 지키고자 했던 위민사상을 선양하고 그 위업과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입니다.
경상북도는 또 매년 10월 경주시 주관으로 열리는 '통일서원제’를 내년부터 전국 규모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문무대왕과 태종무열왕, 그리고 김유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통일전’에서 열리는 ‘통일 서원제’를 매개로 전국적으로 남북통일 염원을 심겠다는 의지입니다. ‘통일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문무대왕릉과 일직선 상에 자리 잡아 삼국통일의 정신을 계승하고 다가올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77년 9월 7일에 개관하였습니다.
최양식 경주시장 : '통일전'이 민족통일의 성전이 되어서 삼국통일이 남북통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통일교육의 장이 되고 국민 정신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해야겠다고 생각이 됩니다
최근 나온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의 통일인식이 이중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즉, 통일에 대해서는 민족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통일의 대상인 북한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매우 위협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분단 70년을 지내면서 계속해서 도발을 해왔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역시 북한이 일으킨 도발입니다. 또 얼마 전에도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지뢰폭발 사고가 났는데요. 이 사고로 북한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인식은 더 나빠졌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북한이 이번에도 우리 장병들을 다치게 하는 도발을 일으켰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 것은 분명한데요. 역시 북한의 이번 도발로 국민들의 분노도 크리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이것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분명하게 할 것은 통일의 대상이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복 70년, 세월은 수십 년 강산이 변하였는데 통일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광복 후 소학교 때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도 어느덧 80에 가까운 고령이 됐습니다. 꿈엔들 고향을 잊을 수 있을까요? 세상과의 인연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합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 이북에서 태어나서 남한에 정착하신 분들은 이제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은 100만 명 정도만 살아계시는데요. 그중에 2000년부터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12만9천 명 정도 되는데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6만3천 명 정도가 돌아가셨습니다. 거의 절반이 돌아가셨죠.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분들만 놓고 볼 때 약 16년 후에는 전부 돌아가신다는 통계적 수치가 나와 있습니다.
광복절이 남북을 잇는 국경일로 의미 있는 날이라고 합니다만, 남북이 공동으로 하지 못해 해마다 늘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광복 70돌을 맞아 올해는 함께 행사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광복절은 분명 지금보다 설레고, 기쁠 것입니다. 독립의 의미와 함께 통일까지 분단이라는 의미도 없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통일된 후 광복절을 맞게 되면 축하의 만세 삼창 소리가 한반도 가득히 울려 퍼질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