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태띠잇기’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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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반도에 휴전선이 생기면서 군사분계선 주변의 비무장지대는 자연스럽게 생물들의 천국이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 남한에서는 이 비무장지대를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오는 10월 9일 한글날에 비무장지대 생티띠잇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20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60여 년 간 인적이 끊긴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자연생태계가 되살아나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만 3천여 종에 이르고 있습니다. 면적으로는 한반도 전체의 약 0.4%를 차지하는 결코 작지 않은 땅입니다. 유엔의 생물보전지역으로 등재된 비무장지대는 이제는 남북의 소중한 자연보호지구입니다.

배병호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사무총장 : DMZ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따지면 140조 원 정도 되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생태의 50%가 이곳에 밀집돼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학자들이 DMZ를 중요 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DMZ는 특히 인간이 출입하지 않았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복원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입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를 한국에서는 백두대간이라고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군사분계선에 설치된 철조망에 막혀 생태 통로가 끊긴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생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환경 국제회의인 생물다양성협약 총회가 한국의 강원도에서 열려 비무장지대 생태보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정부 차원에서 비무장지대를 세계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김재창 통준위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TF 위원장: 군사분계선을 따라 한반도에 허리를 인위적으로 잘라 놓았지만, 백두대간을 따라 동물들이 이어온 생태계의 축은 아직도 살아남아 있습니다.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피고, 지던 해당화 벨트도 복원이 가능합니다. 어류, 조류, 곤충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서식해온 생태계가 통일한국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시민단체들도 비무장지대 생태복원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8월 20일, 전통문화거리로 유명한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 모여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이날 간담회는 비무장지대 생태띠잇기 행사를 준비하는 자리였습니다.

이기후 강원도민회 고문 : 지금 DMZ 생태띠잇기는 국민 통합의 행사입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습니까. 행사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말씀하셨는데, 생태 보존의 문제를 진보, 보수로 나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순수하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겁니다.

배병호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사무총장 : 우리가 DMZ 철조망에 다 모여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쳤을 때 이 말을 알아들을 사람들은 북한 동포들 외에 아무도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외국인들은 우리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한글날에 모두 열창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나중에 관련 사진을 여기 온 분들에게 모두 보내드리겠습니다. 예전에 저희들이 철조망에 매달려서 만세 삼창을 한 번 했는데요. 거기에 온 사람들 모두 울었습니다. 저는 그런 벅찬 감정이 이번에도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비무장지대 생태띠잇기는 그동안 생물다양성한국협회가 주체가 돼서 해마다 7월 27일 정전협정일을 전후해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던 것을 올해는 한글날인 10월 9일로 옮겨 여러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알리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한국에서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해마다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데요. ‘훈민정음해례’에 따르면 훈민정음은 서기 1443년 12월 창제됐으며, 1446년 9월 상순 반포됐습니다.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창제는 1444년 1월, 반포는 1446년 10월이 됩니다.

그러니까 남한에서 기념하는 한글날은 훈민정음 반포일입니다. 남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을 정한다는 의미에서 생태띠잇기 행사를 이날로 정했습니다. 배 총장은 시민이 주도하는 만큼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운동으로 추진하되, 거창한 깜빠니아 식의 행사보다는 가족 단위의 생태여행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병호 총장 : 10월 9일 금요일, 그날이 마침 또 빨간 날입니다. 그날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들이 서울, 안양, 과천, 그리고 서울에서도 광화문, 동대문 등에 배치돼 출발할 겁니다. 그날 행사를 마치고 바로 돌아갈 사람도 있지만, 다음날이 또 토요일 쉬는 날이다 보니 인근 지역에서 생태관광을 할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래서 가을소풍의 개념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인원 모집 방식을 놓고 긴 토론을 벌였습니다. 인력 동원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참가자 모집은 인터넷 사회연결망(SNS) 등을 적극 활용하여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론 현장음)

참석자 1: 시장, 군수가 모이라고 해도 천명 모으기도 힘듭니다. 인력 동원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참석자 2: 지자체별로 인원 모으는 게 힘들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올해는 강화도에 만 명을 몰아주고 내년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참석자 3: 문제는 행사가 추석 연휴 이후에 있어서 사람들이 참가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석자 4: 이번에 보니까 종교단체가 빠져 있습니다. 7대 종단 가운데 3개 단체는 올 수 있다고 보고요. 종단 대표들과도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48km나 뻗어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 비무장지대를 따라 경기도와 강원도가 맞닿아 있는데요. 서쪽 끝인 강화군을 시작으로 동쪽 끝인 고성군까지 모두 10개 시군으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서 지자체별로 1km씩 맡기로 했습니다.

1m당 한 사람씩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배병호 총장 : 시민위원회는 접경지역 10개 시군과도 연계돼 있습니다. 현재는 강원도 쪽이 가장 적극적이고요. 강원도 경우에는 예산도 이미 편성돼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쪽은 제2청사 부지사께 보고가 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간담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는 의미에서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물론 일부에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뜬금없이 비무장지대 생태띠잇기가 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들만의 행사로 끝날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통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작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용호 21녹색환경네트워크 회장: 오늘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분들을 뵙고서 2015 DMZ 생태띠잇기 행사를 같이 논의하게 된 것에 대해서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DMZ 생태띠잇기가 범국민적 행사로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올해는 일단 한국인들로만 진행하지만, 앞으로 세계인이 함께하는 세계평화운동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배 총장은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비무장지대 일대를 세계적 명소로 부각시키고, 생태보전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이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남북 주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방문함으로써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잉태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