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지난 10월 3일은 한국에서 '개천절'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날은 독일 '통일기념일'이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지도 25주년이 됐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전역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독일 통일 25주년을 조명하고 한반도 통일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0월 3일 독일 헤센주(州)의 프랑크푸르트. 헤센주의 전통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펼쳐지고 있습니다. 통일 25주년을 자축하는 거리 공연입니다.
(현장음)
통일 기념일의 행사 주최지는 매년 바뀝니다. 25주년인 올해에는 헤센주가 진행했고, 내년에는 작센주로 넘어갑니다. 1,500명의 참석자 명단에는 한국의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도 포함됐습니다. 독일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겁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장관께서는 내일 10월 3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프랑크푸르트 돔에서 진행되는 ‘독일통일 2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저녁 6시20분부터는 글라이케(Gleicke) 신연방주 특임관과의 공개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반도와 독일은 똑같이 제2차 세계대전의 이후 분단됐습니다. 물론 분단의 원인은 다릅니다. 더구나 한반도는 민족끼리 전쟁을 겪어 분단의 고통은 독일보다 더욱 심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이미 25년 전에 통일을 이뤘습니다. 독일의 통일은 우연히 다가왔습니다. 1989년 11월 9일 저녁 동독 공산당(SED) 대변인의 말실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붕괴되고, 이후 1년 만에 감격스러운 통일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독일 통일은 절대로 그냥 얻은 것이 아닙니다. 서독이 꾸준히 추진해온 동방정책과 자유를 향한 동독인의 열망이 합쳐져 이뤄낸 겁니다. 여기에 또 다른 주역이 있다면 바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입니다. 이는 서독의 외교정책의 성과로도 볼 수 있는데요.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통일 과정에서 당시 동독군 병력 17만 명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였는데요. 동독 군인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동독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군을 통해 동독 군대의 무장 해제를 명령한 사람이 미하일 고르바초프입니다.
통일의 방식으로 보면 독일 통일은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입니다. 독일이 통일되는 것을 보고 1990년대 한국도 통일의 희망을 품었습니다. 남한보다 국력이 크게 뒤진 북한으로선 말로는 통일을 외치지만, 실상은 체제 붕괴가 두려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 개발에 매진했고, 폐쇄 정치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1994년 김일성 주석은 사망하고, 경제는 계속 뒷걸음질 쳤습니다. 한국은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의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목격하고 한반도 통일 비용에 대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통일은 한반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적극적으로 통일을 홍보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지금 우리 남한의 국민소득이 1인당 2만9천 달러 정도하는데요. 그렇지만 이것이 계속 지속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통일되면 더 큰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2천만 북한 주민과 우리 5천만 남한 주민이 힘을 합친다면 인구가 7천만이 넘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소득도 4만 달러로 갈 수 있습니다. 보통 4만 달러가 됐을 때 선진국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바꿔 얘기하면 우리 민족이 통일되지 않으면 선진화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통일되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우뚝 서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물론 통일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는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지 비용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 큰 혜택이 돌아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국의 현대경제연구원은 ‘독일 통일 25주년의 경제적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보고서에는 “독일 통일에 비춰볼 때 통일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 전략에 기초해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한반도와 독일은 정치 체제, 경제력, 정치 문화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분단 기간이 70년을 넘었고, 남북한 주민들의 친인척 방문이나 언론 매체를 통한 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외부 세계를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올바르게 전하는 것 역시 중요한 통일 준비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북한 내부에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좋고, 또 그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정확히 알려주는 정보 유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그것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미국, 일본 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 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미 시장 체계에 따라 살고 있지만, 이는 아주 초보적인 단계이므로 올바르게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이룬 독일은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옛 동독 지역의 산업이 붕괴한 탓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동독 지역을 개발한 데 힘입어 2000년대 중반부터 크게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지금 독일은 인구가 약 8천만 명에 달하는 유럽 최대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국내총생산(GDP)은 1991년 1조5천억 유로에서 2013년 2조7천억 유로로 약 80% 이상 늘었습니다. 통일 이후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는데요. 동독 지역이 생산기지로 탈바꿈하면서 전체적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역 경제 여건도 빠르게 호전됐습니다.
통일 25주년을 맞이하여 독일의 한 언론이 조사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통일 이후 만족하는 사람은 서독 지역보다 동독 지역에서 더 높게 나왔습니다. 통일은 해당 국민 스스로 통일에 대한 강한 열망이 가슴속에 살아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했던 연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는 기차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이란 철도여행이 있었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은 큰 감동과 감격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철로는 굳게 닫혀 있어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 길을 활짝 열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유엔의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박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약속하는 등 통일 이후 동북아 평화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입니다. 또한, 통일 한반도는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자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70년 전 유엔 창설자들이 꿈꾸었던 평화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한반도에서 통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유엔과 모든 평화 애호국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영화감독 정승현 씨는 독일이 통일을 이루는 날,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정 씨는 당시 독일 국민이 감격해 하는 모습을 보며 “한반도는 언제 저렇게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라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합니다.
정승현 감독: 그때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TV를 보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그냥 장난일 줄 알았죠. 그런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 계속 나오니까... 그때 실감이 났습니다. 동독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고, 동독과 서독 사람들이 손을 흔들거나 울고 얼싸안으며 서로를 반겼죠.
독일의 경우처럼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준비입니다. 독일 통일 25년 성과와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반도 통일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