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준비의 출발점은 북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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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지난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서 화해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토론을 통해 통일에 대한 역량을 키워나갈 목적으로 북한학 학술대회를 개최했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북한학 학술대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2013년에는 황병서와 박태성 그리고 장정남과 김격식 등 군부가 새로 등장합니다.”

인제대학교 진희관 교수가 김정은 정권 시기 3년 8개월을 대상으로 북한 권력엘리트 변동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 교수는 변동의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했던 인물들의 연도별 노동신문 등장 빈도를 따졌는데요. 결론은 정권 초기인 2011년과 비교하면 고위 간부들이 50% 가까이 교체됐다는 게 진 교수의 주장입니다. 진 교수는 특히 최근 눈여겨봐야 할 인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꼽았습니다.

진희관 교수 : 이 시기에는 김여정의 등장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2014년 3월 9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김정은과 같이 김일성정치대학에서 최고인민회의 투표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이때를 시작으로 2014년에 14번 수행하게 됩니다. 2013년 9월 9일 행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경희를 대신해서 김여정의 역할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고요.

‘북한의 핵과 과학기술’에 대한 토론도 열렸습니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미사일의 개발 동향을 분석했는데요. 채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마사일인 무수단과 화성 13호(KN-08), 북극성 1호 등은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미사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경우 사정거리가 3천km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이 올해 잠수함을 이용해 시험 발사한 북극성 1호에 대해 미국 최초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폴라리스와 이름이 같다고 채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채연석 교수 : 제가 이름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북한이 왜 미사일 이름을 북극성이라고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북극성이 영어로 하면 폴라리스(Polaris)인데요. 미국 최초의 SLBM인 폴라리스 미사일과 이름을 같게 하여 북한이 미국처럼 SLBM 보유국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북한학 학술대회는 통일부가 통일준비라는 큰 목표 아래 10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숭실대학교에서 개최했습니다. 학술대회의 주제도 통일을 강조하기 위해 ‘오늘의 북한학, 한반도 통일을 말하다’로 정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은 학술대회에 보낸 축하 영상편지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면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구체적 비전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최근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독일 전문가가 독일의 통합 과정에서 인문학과 심리학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밝혔다”며 “남북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한다면 통합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용표 장관 : 통일된 독일의 전문가가 지금 하고 있는 이런 고민을 우리가 통일 준비 과정에서 미리 대비하고 남북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한다면 통합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같이 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최는 통일부지만, 행사의 모든 기획과 운영은 북한연구학회가 진행했습니다. 북한연구학회는 사회과학, 인문학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문화예술,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 걸친 북한연구자 600여 명을 회원으로 보유한 한국을 대표하는 북한연구 학술단체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북한학을 연구하는 여섯 개의 대학 연구소들도 협력기관으로 참여했습니다.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는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인데요. 명칭을 2회라고 붙이지 않고 2015년으로 한 것은 올해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이기 때문이라고 북한연구학회 측은 밝혔습니다.

조성렬 북한연구학회 회장 : 통일준비의 출발점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학은 그 자체가 통일준비라고 말할 순 없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통일준비의 출발점은 바로 북한 연구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20개 분야에서 총 60편의 논문이 발표됐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특징적인 것은 몽골의 민주화와 쿠바의 체제전환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변화상도 연구 대상으로 다뤘다는 겁니다.

조성렬 회장 : 금년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통일 준비라는 주제에 맞춰서 몽골과 쿠바, 동남아 문제도 함께 다뤘는데요. 몽골은 과거 민주화 사례를, 쿠바는 체제전환과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을 토론 주제로 정했고요. 그다음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북한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어서 저희는 이번에 특별히 동남아 국가들이 바라보는 북한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100여 명의 한국 학자들과 40여 명의 외국 학자들이 함께했는데요. 외국학자 중에는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온 조선족 학자들이 많았습니다. 연변대학교 여성연구센터에서 일하는 김화선 박사는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의 생활 현황’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화선 연변대 교수 : 지금 북한 여성들이 중국 연변을 비롯해 각지에 들어와서 불법 혹은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이주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주로 식당에서 일하는 20대 여성들이지만, 사실 눈에 띄지 않는 여성들도 무척 많습니다. 그중에는 조선족 가정에 입주해서 일하는 가사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6월에 연길에서 입주 가사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70대의 북한 여성 한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학술대회가 열린 숭실대학교는 1897년 평양에서 개교하여 그동안 수많은 지도자를 배출하였으며, 평양 숭실학당의 전통을 계승하여 서울에 재건된 유서 깊은 민족사학입니다. 그런 점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세계 학술대회가 숭실대학교에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한헌수 숭실대 총장 : 이번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서 전문가들이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통일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학술대회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학술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우리 학교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학술발표 외에도 북한 만화영화 체험, 북한 미술 전시회, 북한전통음식 체험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마련됐는데요. 학술대회 기간 북한전통음식을 준비한 탈북 여성 이은실 씨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은실 (탈북자): 인조고기 같은 경우 먹을만하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또 입맛에 안 맞는다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습니다. 개중에는 펑펑이 떡이 괜찮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손가락과자 같은 경우에는 여기서 먹는 건빵과 비슷한 맛이 난다고 말씀하셨어요. 오늘 300인분 준비했어요. 이틀 동안 모두 600인분을 준비할 겁니다. 여기 음식 재료는 북한 음식만을 공급하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사다가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번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는 오늘의 북한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북한 연구가 한 단계 도약하고, 남북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