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최근 남한의 교육방송인 EBS가 탈북 청소년 4명과 남한 청소년 4명이 '딱친구'가 돼 우정을 나누는 실제 이야기를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남북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남북한 딱친구 8인방이 들려주는 '10대들의 발랄한 통일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아직 달도 지지않은 이른 아침. 가장 먼저 약속 장소에 나타난 꼬꼬마 딱친구 미송이와 은지”
답답한 방송 스튜디오 대신 서울역 광장에 모인 딱친구들.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들에게 남한의 최전방으로 가는 경의선 기차표를 줍니다. 8명을 2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임진각역으로, 또 다른 팀은 도라산역으로.. 두 팀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함께 본격적인 딱친구들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내레이터: 드디어 아이들이 탈 기차가 들어오는데.. (기차가 들어오는 순간 아이들 놀람).
딱친구1: (기차 안으로 들어감) 우와~ 대박
딱친구2: 기차 안이 꽃이야!
내레이터: 딱친구들이 탄 통일열차. 내부장식부터 특별하죠.
딱친구3: 되게 예쁘다.
기차 안내방송: 금일 DMZ 트레인을 찾아주신 고객 여러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내레이터: 오늘 딱친구들은 경의선의 마지막역 임진각역을 거쳐 민통선 안에 있는 도라산역까지 가게 됩니다.
경의선 관광열차를 타고 여행에 나선 딱친구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뭘까요? 그건 바로 ‘통일의 의미를 찾아라’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통일의 의미를 제작진이 제공한 사진기로 찍어오는 겁니다.
딱친구1(윗동네): 거기에 가게 되면 통일 키워드를 알려주는 힌트 같은 게 있어요? 아니면 거기에 있는 어떤 것들을 찍는 거예요?
내레이터: 통일의 의미를 담았다면 뭐든지 상관없습니다. 얘들아, 잘할 수 있지?
딱친구들: (하이파이브) 이기자, 화이팅~!!!
내레이터: 어느덧 열차는 임진각역에 도착합니다.
내레이터: 어느새 기차는 임진강철교를 따라 민통선으로 진입합니다. 이제 주위에 철조망도 보이고 민통선 안을 달리는 것이 실감이 나는데요.
딱친구2(윗동네): 고향이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이대로 그냥 쭉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도라산역에 도착한 친구들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직접 보게 되는데요.
딱친구1(윗동네): 이렇게 얇은 벽 하나로 오랫동안 분단돼 있었다니..
문화해설사: 장벽이 넘을 만하다 보니까 넘다가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요.
딱친구2: 만져봐도 돼요?
문화해설사: 네, 만져보세요. 나도 만져본 적이 없는데 만져보면 새로운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여러분 여기서 걸어서 40분이면 북쪽 땅을 밟을 수 있습니다.
우울한 기분도 잠시, 통일의 의미를 담기 위한 딱친구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것을 만들고 찾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한참을 지나서 딱친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자신들이 찍어온 사진을 공개하고 그것에 관해서 설명했습니다.
딱친구(아랫동네): 제가 찾은 통일키워드는.. (중략) 여기가 도라전망대인데요. 여기서 망원경으로 북한땅을 볼 수 있었거든요. 여기서 일룡이가 카메라로 거기를 찍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자기 고향을 렌즈로밖에 볼 수 없는 지금의 현실. 마음이 아파서 찍어봤습니다.
내레이터: 고향에 갈 수 없는 단짝 친구의 뒷모습부터 민통선 안의 나무 한 그루까지 아이들의 눈엔 모든 것이 통일의 염원이었습니다. 그래 오늘 본 모습들 오래도록 기억하자~~
점심을 먹은 딱친구들은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로 들어갑니다. 통일촌에 도착하자마자 딱친구들에게 주어진 두 번째 임무. 직접 요리를 하기 위해서 ‘조리 도구’를 찾아 사수하는 겁니다. 조리 도구를 사수하기 위한 첫 번째 경기로 장작패기 대결이 벌어졌는데요. 역시 장작패기는 윗동네 친구들이 한 수 위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윗동네 친구들의 폭풍 도끼질에 제작진들도 당황한 모습입니다.
제작진: 장짝패기는 몇 살 때부터 했어요?
딱친구(윗동네): 10살 때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제작진: 하루 몇 개까지 쪼개봤어요?
딱친구(윗동네): 집에서 밥할 때 부지런히 하면 하루에 30~40개씩 쪼갰습니다.
딱친구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텔레비전 교육전문 통로(채널)인 EBS가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방영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진행 아래 탈북 청소년과 남한 청소년이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형식의 프로그램인데요. 이들은 매주 각기 다른 주제로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북에서 온 매력 넘치는 윗동네 친구들을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주일용: 안녕하십니까.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주일용입니다.
황미송: 양강도 혜산에서 온 황미송입니다.
오현민: 고향은 함경북도 무산이고요. 대한민국에 온 것은 2013년 7월입니다.
강군성: 저는 2013년 7월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고요. 현재 가족이라는 그룹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선 빡빡한 공부 계획 때문에 놀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남한 청소년과 북한 청소년의 학교생활을 비교하는 시간도 갖는 등 남북한 청소년들이 통일 뒤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위아래 축전’도 진행됐는데요. 지난 추석 때는 각기 다른 남북한의 추석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자: 군성 군도 그렇고 일용 군도 아랫동네 송편을 먹어보라고 했더니 윗동네 송편을 먼저 먹었네요. 무척 그리웠나요?
군성(윗동네): 네, 옛 생각이 나 먹어보고 싶어요.
사회자: 은지 양은 (북한 송편) 먹어보니까 어떻습니까?
은지(아랫동네): 저는 송편이 매워서 신기했어요. 떡이 매운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사회자: 그러면 처음 아랫동네 송편을 먹어본다는 오현민군, 먹어보니까 어떻습니까?
현민(윗동네): 맛있어요. 북한에는 송편이 큰데 대한민국 송편은 작아서 먹기도 편하고 입에 쏙쏙 들어가는 것 같아요.
사회자: 위 아래 송편을 동시에 먹어보는 경험, 아무나 못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또 지난 10월 9일 훈민정음이 반포된 날을 기념하는 한글날에는 낱말 알아맞히기(퀴즈) 경연도 펼쳐졌습니다. 또 북한 친구들이 남한의 언어를 접하면서 느꼈던 언어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군성(윗동네): 한국에서 처음 와서 국정원에 갔는데, 건강검진을 받고 종이를 주면서 저한테 사인하라고 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으니까 창피했어요. 저는 사인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미송(윗동네): 제가 친구랑 큰 도서관에 갔는데 친구가 먼저 기계에다 카드를 대고 해보라고 했어요. 그 친구의 말은 자기가 해보니까 기계가 에러인지 카드 에러인지 모르겠다면서 저한테 해보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2만7천여 명. 그중 20대가 7천300여 명, 10대가 3천200여 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탈북 청소년을 친근하게 윗동네 친구, 남한 학생을 아랫동네 친구로 표현했는데요. 그래서 프로그램 제목도 북한에서 자주 쓰는 ‘딱친구’를 붙여 ‘딱 좋은 친구들’로 정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단지 윗동네 아랫동네에서 살았을 뿐 생각과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