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모두 2만 8천여 명으로 이들 중에는 북쪽에서 작가로 활동한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문학 작품을 발표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인권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한의 유명 문학인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통일문학’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는데요.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이번 주와 다음 주 2주에 걸쳐 이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오늘은 남북 문인들의 만남과 통일문학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경희대학교 김종회 교수님이 참석하셨습니다.”
10월 22일, 서울 남산도서관 2층 시청각실. 낯익은 탈북 작가들이 보입니다. 남한의 문학평론가인 김종회 경희대 교수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날 모인 남북의 문인들은 통일시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문학의 새로운 기조, 즉 통일문학 정립을 강조해온 사람들입니다.
이지명 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 '그동안 속아 살았구나' 하고 북한 주민들이 깨닫기만 해도 통일은 그만큼 앞당겨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오늘 '문학으로 통일을 이루다'의 핵심 주제입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국제PEN 망명북한작가센터 소속으로 활동하는 북한 작가들은 비록 탈북해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이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북한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중순 진행된 국제 PEN총회에서도 탈북 작가들은 자신들을 북한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국제 펜클럽’은 매년 한 차례씩 총회를 여는데요. 올해는 캐나다 퀘벡에서 10월 13일부터 6일간 진행됐습니다.
탈북 작가들의 이러한 활동에 대해 북한 당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캐나다에 모인 전 세계 작가들은 이들을 North Korea 작가로 인정했습니다. 참고로 1921년에 설립된 ‘국제 펜클럽’은 114개국에 143개의 본부를 두고 있는 유서 깊은 문인 협회인데요. 특별히 이날 남북 문인들의 모임에는 망명북한작가센터 대표로 퀘벡 총회에 다녀온 탈북 작가 이가연 씨와 오은정 씨가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가연 탈북작가 : 이번 대회는 저에게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책임감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북한 인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작은 시작을 저부터 그리고 지금부터 하고자 합니다.
오은정 탈북작가 : 거기에 가보니 그동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앞으로 많이 배워서 자신감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북 문인들의 이날 모임은 ‘문학으로 통일을 이루다’는 주제로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요. 토론회에 앞서 백시종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과 이길원 前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이 남한 문인들을 대표해 축사를 했습니다.
백시종 : 남한의 우리 문인들이 탈북 작가들을 감싸주지 않으면 그분들은 너무 외로워서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 행사에 남한 문인들이 더 많이 참석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서 북한 인권의 가치를 높이는데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길원 : 망명북한펜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써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금 탈북 학생들이 망명북한작가센터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망명북한펜이 세계 속에서도 잘 알려지고,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남북 문인들의 모임에는 작가들 외에도 통일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통일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강정훈 씨는 현재 통일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문학 차원의 통일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강 씨는 “통일문학은 북한을 바로 아는 데서 출발한다”며 “이를 위해 탈북 작가들과의 만남을 자주 가진다”고 말했습니다.
강정훈 : 제가 현재 속해 있는 통일교육 강사들의 모임에서 얼마 전 탈북 작가 이가연 선생님을 초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가연 선생이 시낭독을 해주었는데 무척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그때 시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까 와 닿았고 그랬습니다. 그때부터 탈북 작가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날 모임엔 또 아동청소년문학을 하고 있는 남한 작가 문영숙 씨도 참석했는데요. 문 씨는 장편청소년소설 ‘꽃제비 영대’와 ‘개성빵’ 등을 통해 통일문학 정립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문 씨의 최근 작품인 ‘개성빵’은 탈북 중개인의 도움으로 남쪽에 있는 엄마를 찾아와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질화된 남과 북의 언어와 학습용어에 대해 곤란을 겪으며 북에 두고 온 할머니와 아빠를 그리워하는 이산을 다뤘는데요.
문영숙 작가 : 제가 낸 책들이 청소년 추천도서로 지정돼서 각 학교에서 북한 관련 작가 강연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책을 쓰면서 탈북 소설가 이지명 선생이나 다른 탈북 작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북한 지명이나 정서라든지 이런 것들을 제가 모르니까.. 그래서 체험을 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쓴 겁니다.
남북 문인들은 모임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날 공동선언문은 통일문학창작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공동선언문은 망명북한작가센터 이근혁 국제담당국장이 낭독했습니다.
이근혁 : 국제PEN 망명북한작가센터는 남북한의 모든 작가들이 정의의 필봉으로 판이한 남북 현실에 관한 문학창작에 매진함으로써 한반도와 세계의 양심들에 불을 지필 것을 호소한다.
남북 문인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로 창작활동에서 북학인권 현실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이근혁 : 분단 70여 년 동안 북한 주민들은 하나의 사상으로 일관된 일일독재체제의 희생물로 전락했다. 북한 정권은 폭력뿐이 아닌 문학과 예술에 의한 감성적 수단을 활용해 수천만 주민들을 체제에 순응하는 노예적 도구로 만들었다. 더 이상의 침묵은 자칫 정신영역에서의 남북한의 영원한 분단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창작한 우수문학작품을 영화나 텔레비전 연속극으로 만들어 북한의 현실을 확산시키기로 했습니다.
이근혁 : 단위 시간 내에 북한 현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영상물은 책보다 효과가 크다. 영상화할 수 있는 문학창작에 온갖 심혈을 기울인다.
세 번째로 북한 독재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민족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 아래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알리는 데도 힘쓰기로 했습니다.
이근혁 : 닫힌 세계에서 독재정권의 허락한 것만을 보고 듣고 믿는 북한의 현실은 더 많은 외부소식을 기다린다. 세계를 강타하는 한류는 북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삶은 북한 주민들이 공산주의 이상 사회에서나 가능하다고 믿었던 미래의 삶입니다.
한국 문단에서 통일문학이란 용어는 좀 낯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통일문학’이라는 용어는 그 범위와 개념이 막연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남북관계의 변화 추이에 따라 새로이 규정되어야 할 과도기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인 양영길 씨는 ‘통일문학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글에서 통일문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창작적인 측면에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문학, 또는 분단 이념의 해체를 바탕으로 남쪽과 북쪽 사람들이 접촉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이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다음주에는 토론회에서 남북 문인들이 나눴던 얘기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