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에는 북쪽에서 작가로 활동한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문학 작품을 발표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인권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남한의 유명 문학인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통일문학’에 대해서 의견도 나눴는데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한국문단에서 분단문학과 통일문학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광복과 분단을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분단문학이라는 장르가 형성됐는데요. 그러나 최근 통일을 지향하면서 분단문학 대신 통일문학이 더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왜 통일문학이 중요하게 다뤄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월 22일 서울 남산도서관 2층 시청각실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는 남한 문인들뿐만 아니라 탈북 작가들도 함께해 의미 있는 자리가 됐습니다.
이명재 중앙대 교수 : 남북 문화는 우리 통일문학에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늘 북한에서 오신 문인들과 남한의 문인 동지들을 한 자리에서 뵙게 돼 기쁩니다. 이 자리를 통해 우의를 다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모임이 계기가 돼서 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토론회에서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문학평론가협회장인 김종회 경희대 교수의 경우 이산가족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는데요. 김 교수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종회 경희대 교수 : 저는 과거 KBS가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했을 때 실무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이산가족 행사를 보면서 이산의 재회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신 분들이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상처를 가졌는지도 다른 사람보다는 그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엔 탈북문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이날 김 교수도 탈북문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탈북문학은 통일문학의 개념과 그 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탈북작가 오은정 씨의 ‘종자(種子)’라는 시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종회 교수 : 아까 여기에 있던 오은정 씨가 '종자'라는 시를 썼던 분 맞죠? "심을 것인가, 먹을 것인가 / 봄이면 찾아오는 유혹". 저는 그 시를 보면서 비록 짧은 시(詩)지만, 정말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분단 이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숫자는 2015년 10월 기준으로 2만 9천여 명에 이르는데요. 그 가운데 대다수가 1990년대 후반에 온 사람들입니다. 탈북문학도 분량을 더해가고 있으며, 또 남한 작가들이 탈북 문제를 소재로 쓴 작품들도 이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탈북 소재 작품들의 경우 탈북 작가들은 시와 소설 모두 다루고 있는 반면, 남한 작가들은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품들은 한결같이 탈북 과정에서의 고난이나 희생, 또 남한에 정착한 이후의 부적응과 소외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종회 교수 : 강영숙 씨의 장편소설 <리나>라는 작품이 있는데, 소설이 너무 길고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를 읽듯이 인내를 가지고 보면 계속 읽히는 소설입니다. 탈북 과정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영숙 씨는 물론 남한 작가입니다. 탈북 작가들이 그린 것도 있지만, 이처럼 남한 작가들도 탈북을 소재로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어 소설가 이정 씨는 분단문학과 통일문학의 차이점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유명 작가들이 내린 결론을 토대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정 : 분단문학은 전쟁의 비극성과 분단체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 중심 내용을 이루었다면, 통일문학은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역사가 침전시킨 이질성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민족적 화해와 동질성 회복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모색이 중심이 된다고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가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통일문학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일문학이 한반도의 고유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실제로 분단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은 고유성과 희소성이 매우 강합니다. 분단체제가 한국인들의 삶 속에 녹아 있어서 한국 작가만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이런 것이 세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이 씨의 설명입니다.
이 정 :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시장에서 50만 권쯤 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비해 탈북민 장진성의 장편수기
반면, 망명북한작가센터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탈북 작가 김주성(가명) 씨는 통일문학과 탈북문학의 상호관계를 밝혔습니다. 김 작가는 “통일문학을 창작하기 위한 작품 소재는 무궁무진하며 변화무쌍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의 눈물겨운 사연과 북한 인권문제를 연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김 씨는 강조했습니다.
김주성 탈북작가 : 남한 신세대들의 통일의식을 심어주고, 통일의 기점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볼 때 탈북작가 못지않게 남한 작가들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통일문학의 구성을 말한다고 한다면 소재가 북한이든 아니든 일단은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문학을 하는 남한 작가 문영숙 씨는 토론자로 나와 김종회 교수가 주장한 한민족 문화권 문학운동을 지지했습니다. 문 작가는 “남북한 문학에서 벗어나 미주 한인문학, 일본 조선인문학, 중국 조선족 문학,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문학까지 재외 한민족 문학의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더 큰 의미의 통일문학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영숙 작가 : 한민족 문화권 문학운동을 활발하게 모색한다면 열강세력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한반도를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의 분단 원인이 우리 때문이 아니라는 남과 북의 공감대도 이끌어 내면서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대상이 아니라 남과 북이 공동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밖에 소설가 윤원일 씨는 통일문학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윤 작가는 “통일문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념화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윤원일 소설가 : 제가 볼 때는 북한의 세습 정권이 무너져야 진정한 통일문학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나치 정권이 무너지고 스탈린 정권이 나서 수용소와 관련해서 여러 문학작품이 나온 것처럼 말입니다.
문학평론가 양영길 씨는 통일문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문학을 통하여 분단으로 말미암은 민족 문제를 한없이 고민해 보는 게 진정한 통일문학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탈북자들의 남한 생활은 문학 소재로 안성맞춤입니다.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적응을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 등지에서 숨죽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삶과 통일 후 탈북자들이 재입북 하는 그림도 통일문학의 중요한 소재로 다뤄질 것으로 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