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나눔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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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김장철을 맞아 한국에서는 집집마다 김장 준비로 무척 바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이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4천 여 포기의 김장을 직접 담가 탈북자 가정에 일일이 나눠주었다고 하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자원 봉사자들의 김장 나눔행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 앞. 사람들이 절임 배추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수북이 쌓인 노란 배추에 정성껏 마련한 양념을 골고루 버무립니다. 버무릴 때도 배춧잎 한장 한장 꼼꼼하게 하는데요. 오랜 시간 김치를 담아 피곤할 법도 하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현장음 녹취)

김형석 (자원봉사자): 김장 하기는 머리에 털 나고 처음 해 봅니다. 집에서도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어려운 탈북민들을 돕는다고 해서 과감하게 도전해 봤습니다. 다행히 옆에 있는 분들이 친절히 잘 가르쳐주셔서 김치 담그는 법도 배우고 갑니다.

박정자 (자원봉사자): 우리가 조그마한 것 갖고도 이렇게 나눠 먹고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또 한쪽에서는 다 버무린 김치를 비닐봉지에 넣고 빡빡이(스티로폼) 상자에 정성스럽게 담습니다. 한 상자에 1kg씩 들어갑니다. 김치를 넣은 상자는 다시 뚜껑을 덮고 투명 테이프로 붙이는데요. 운반하다가 행여 뚜껑이 열리지 않을까 꼼꼼히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김윤정 (행사 관계자): 밖에서 작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좀 더 신경을 쓰고 있고요.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작업한 게 아니라서 받을 실 때 김치가 덜 들어 있을 수 있고, 또 양념이 덜 묻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거 담으신 분들은 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업하신 거니까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비가 내려 약간 쌀쌀했지만, 김장 담그기에 나선 이들의 온정이 행사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듭니다. 김장 담그기에 나선 사람들은 순수 자원 봉사자들입니다. 하는 일은 달라도 탈북자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이곳에 함께 모인 겁니다. 함경북도 경성에서 온 탈북여성 한 분도 이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면서 기쁨을 나눴는데요.

기자 : 김장은 북쪽에서도 많이 담그잖아요. 오늘 김장 하면서 고향 생각이 나셨을 것 같아요?

조성혜 (가명) 탈북자: 네, 많이 나죠. 북한도 한국처럼 김장할 때는 가족이 모여서, 또는 동네가 모여서 합니다. 김장 분위기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행사장 한편에서는 탈북방송인 김은아 씨와 탈북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져 흥을 돋웁니다.

(공연 현장음: 노래 ‘아직은 말 못해’, ‘우리의 소원’)

김장 담그기 작업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시작한 지 3시간 여 만에 4천 포기의 절임 배추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행사 관계자 : 오늘 지원 대상으로는 탈북민 세대가 1천 세대이고요. 기존 지원 시설에 250개를 나눠드리고요. 그렇게 하면 모두 1천300여 세대에 김장을 전달합니다.

이번 김장 나눔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습니다. 90년대 탈북자로서 한국에서 북한 전문식당을 운영해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전철우 씨입니다. 그는 사업가이면서 방송인으로 남한 사회에서는 꽤 유명 인사입니다.

사회자 : 북한 관련 식품으로 성공하셨잖아요. 보실 때 남한 김치와 북한 김치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전철우 (탈북자): 남한은 김치에 국물이 없습니다. 북한은 김장을 하면 국물이 많아서 겨울에 면을 말아서 먹었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냉면이 유명합니다. 대신 남한은 양념을 많이 넣죠. 북한은 배추를 한 번 절이고, 다음 날에 사골이나 닭 육수를 또 넣습니다. 그러면 배추도 있지만, 국물이 많아요.

전 씨 역시 처음엔 낯선 남쪽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전 씨는 “초기 정착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이번엔 받는 입장이 아닌 봉사자로서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탈북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철우 (탈북자): 여기 남한 땅에 오셔서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너무 낯설다 보니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그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바로 외로움이거든요. 여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 중에는 어렵게 사는 분들이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이북에서 온 우리 탈북민들을 위해 김장을 나눠주려고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러니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속으로 위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아시고, 꼭 열심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김장 나눔 행사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통일부가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온 가족과 함께 김장을 담가 이웃과 나누어 왔듯이 한민족이자 우리 이웃인 탈북민들과 ‘공동체문화’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열었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습니다.

박성태 회장 : 저는 평소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중소기업과 탈북민이라는 조금은 어색하고 생소한 만남도 나눔의 실천이라는 가치 있는 활동을 통하여 우리가 하나 되어 우리 사회의 온기를 전함으로써 올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통일부가 추천한 탈북자 1천 세대에 각각 1상자씩 전달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탈북자들을 ‘미리 온 통일세대’라고 표현하며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사실상 통일 준비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용표 장관 : 이렇게 봉사를 통해서 서로 나누고, 또 그 나눔을 통해서 기쁨이 더 커지고, 그런 기쁨이 모여서 통일을 위한 아주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오늘 고생 많으신데요. 김치 맛있게 담가서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고 통일에 대한 열기를 더욱 높여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치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기에 봉사자들은 마지막 남은 김치까지 열심히 포장했습니다.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웃으며 함께 했던 시간 속에는 나눔이라는 따뜻한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김민희 (자원봉사자): 탈북민들도 같은 민족이고 저희가 사랑하고 품어줘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아름다운 마음으로 같이 나누면서 다독거리면서 함께 살았으면 합니다.

이혜숙 (자원봉사자): 기쁨이나 즐거움은 서로 나누는 게 좋은 거니까요. 북한에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구당 다섯 쪽 정도의 적은 양이지만, 사랑과 정성이 담겨서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기쁘게 만듭니다. 이번 김장나눔 행사는 탈북자들의 겨울나기 부담을 줄여주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마련된 것이지만, 이런 나눔이 쌓여갈 때 통일에 대한 희망도 커질 것입니다.

기자 : 통일은 언제쯤 올 것 같아요?

김민희 : 글쎄요.. 저희가 준비하고 있다면 20년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기자 : 통일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김민희 : 저희는 금강산이나 백두산을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요. 저는 얼마 전 중국 연길을 통해 백두산에 다녀왔는데요. 가서 보니까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통일된다면 진짜 편안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