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축구를 통해 소통을 배워가는 남북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같은 줄기에서 하나의 뿌리로 통한다’는 뜻의 통통축구단의 선수들입니다. 얼마 전 이들은 경기도 화성에서 축구캠프를 통해 우정을 다졌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통통축구단의 축구캠프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 11월 25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축구장. 해 질 무렵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축구 시합이 한창입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지쳐 헛발질도 하지만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참가자1: 친선 경기다 보니까 꼭 이기기보다는 그냥 열심히 하는 거고요. 저의 운동량을 좀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나왔습니다.
참가자2: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뭔가를 하면 기분이 좋고 즐겁잖아요. 축구를 떠나 다들 아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더 재밌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이날 축구 경기는 남북 청년들이 친선을 도모하는 자리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통통축구단 소속의 회원들입니다. 통통축구단은 통일부 산하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9월 탈북 청소년과 탈북 대학생들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한 멘토링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멘토링은 영어에서 '스승'을 뜻하는 '멘토'에서 나온 것인데요.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스승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것을 말합니다. 통통축구단은 현재 4개 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영석 나우 사업총괄실장: 통통축구단은 남북한 청소년들로 구성된 축구팀입니다. 통통축구단에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와 북한인권시민연합의 L4, 남북 대학생들로 구성된 나우 축구팀, 국민대 탈북대학생들이 만든 몬스터 축구팀 등 4개 팀이 같이 경기를 하면서 리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1박 2일 캠프를 위해 모였습니다. 또 고맙게도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인 이운재 코치가 우리 친구들과 함께 공을 차면서 코칭도 해주기로 했습니다.
방금 이 실장이 말한 것처럼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이운재 코치가 이번 축구캠프의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이 코치는 “축구를 잘하지 못해도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코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은퇴 후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글로벌축구재단에 속한 몇 명의 탈북청소년을 비롯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이번에 남북하나재단의 제의로 통통축구단과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운재 코치: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한다는 차원에서 뭔가를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외계층에 대해서 축구 봉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마침 남북하나재단에서도 제의가 와서 이렇게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축구 캠프에는 4개 팀에서 5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날은 화합을 다지기 위해 소속 팀에 상관없이 섞어서 경기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함께 공을 차고 뛰면서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참가자3: 통통리그가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 보다는 넘어진 후배나 친구들을 일으켜주고 공정한 경기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있어도 충분히 커버해줄 수 있는 게 선배들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후배들에게 고민하지 말고 뛰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여명학교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은 졸업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선후배의 각별한 사랑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이들을 인솔해 온 여명학교 교원은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 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합니다.
여명학교 체육 교사: 이 아이들에게 있어 축구는 발산할 수 있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또 이 아이들이 북한을 넘어오면서 혼자서 힘들게 이겨내는 부분이 있는데 축구를 하면서 남한 청소년들과도 친해지고.. 또 오늘처럼 국가대표 축구 선수와 함께하면서 이 사회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합을 마친 참가자들은 이운재 코치로부터 돌아가면서 축구 기술을 배웠습니다. 이 코치는 공을 몰고 가는 것부터 공을 멈추는 것까지 모든 동작을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축구 지도 현장음)
이운재 코치: 내가 공을 차거나 공을 잡을 때는 디딘 다리를 기준으로 삼으란 말이야. 디딘 다리보다 뒤에서 잡는 생각을 하라고. 그러면 공이 안 튀어나가잖아. 그냥 발을 내밀어봐. 그러면 그 공은 내 볼이 안 되는 거야. 공이 발에 맞고 그냥 나가잖아.
오후 5시가 넘자 어둑어둑해졌습니다. 경기장에는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 불빛 아래에서 통통축구단은 한 경기를 더 진행했습니다. 밤이 되면서 날씨는 더 추워졌지만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모든 축구 경기가 끝나고 통통축구단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YBM 연수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안내 방송: 모이지 마시고 제자리에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숙소인 YBM연수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동하셔서 짐을 가지고 식사를 먼저 하겠습니다. 식사하고 샤워를 마친 뒤 옷을 반납하시고요. 그리고 7시 40분까지 세미나실로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까 버스로 오신 분들은 버스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저기 앞에 버스가 준비돼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대회의실로 모여듭니다. 이운재 코치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특강에 앞서 주최 측은 이운재 코치를 통통축구단 명예단장으로 위촉하고 위촉장을 전달했습니다.
이영석 나우 사업총괄실장: 위촉장, 성명 이운재. 위촉 기간 2016년 11월 25일부터 2018년 11월 24일. 스포츠를 통한 남북 청소년들의 작은 통일 실천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귀하를 통통축구단의 마음을 모아 명예단장으로 위촉합니다. 2016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손광주.
강연은 훈훈하면서도 정감이 넘쳤습니다. 이 코치는 선수 시절 자신의 경험과 축구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등을 강의했습니다. 이 코치는 특히 취침 전 자신의 꿈을 갖기 위한 기도를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운재 코치: 여러분이 하루를 살면서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전에 5분, 10분만이라도 여러분이 해 나가야 할 일에 대해 행복한 꿈을 꾸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할 겁니다. 여러분이 보낸 하루 23시간보다 꿈을 꾸는 그 5분, 10분이 여러분 인생에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이 코치의 선수 시절 얘기를 듣고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탈북대학생 김명철(가명) 씨는 “영웅 대접을 받는 국가대표 선수가 통일 실천의 하나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김명철 (탈북대학생): 이운재 코치님처럼 저도 골키퍼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에 직접 만나게 돼서 기쁘고 내일 일정도 무척 기대됩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저희한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 서로 하나가 된 통통축구단 캠프. 1박 2일간 진행된 이번 캠프는 탈북 학생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남북 청소년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이 되는 뜻깊은 자리가 됐습니다. 앞으로 통통축구단이 확대돼 남북 청년들의 작은 통일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