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북한 주민 가운데 100만 가구 이상이 현재 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남한 정부로선 북한의 주택공급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북한의 주택문제와 통일 이후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2월 1일, 서울 논현동의 건설회관 3층 대회의실. LH의 이인근 토지주택연구원장이 토론회에서 ‘북한 주택현황과 향후 과제’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LH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영어 앞글자를 딴 겁니다. 주제 발표에 앞서 이 원장은 북한 주택 문제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인근 : LH의 연구원장으로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저희 LH의 사명과 앞으로 사업 영역을 고려할 때 저희도 북한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또 그런 차원에서 저희가 알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 정리해서 여러분께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북한 주택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말.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의 영향을 받아 북한 연구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인근 : 그때 당시 김대중 대통령께서 햇볕정책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북한에서 사업의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기초적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잠잠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북한을 보고 있는데요. 인프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북한의 산업단지는 어떻게 될까, 더불어서 북한에 있는 삶의 공간, 그러니까 주택 문제죠. 이런 부분들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이날 세 가지 부분을 중점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로 남북한 주택의 차이점, 두 번째로 최근 북한 주택 변화의 양상과 시사점, 세 번째로 북한 시장화와 개방화에 대비한 주택 공급 전략입니다.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가 건립하여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택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지만, 2009년 들어 살림집 법이 제정되면서 개인의 소유권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이인근 : 살림집의 유형을 보면 국가소유, 개인소유, 협동단체 살림집으로 돼 있는데요. 이제는 민법이나 살림집법에도 개인이 집을 소유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살림집 소유권과 이용권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얘깁니다. 더 나아가 상속까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의 주택현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평양을 비롯해 원산, 함흥, 청진 등 지방도시에도 많은 주택을 건설하였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됐으나, 1990년대 중반 경제난과 대기근이 겹치면서 당국의 살림집 건설은 사실상 멈추게 됩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다시 살림집 건설이 이뤄집니다.
이인근 : 개인 투자자는 건설자금, 인력, 시공자를 모집합니다. 북한에서는 내부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건설을 배정합니다. 여기 보시는 것처럼 아파트가 완성되면 입사증이 발급되는데 이때 주택배정을 맡은 인민위원회는 초기에 자금을 제공한 사람에게 입사증을 발급합니다. 이밖에도 시공에 기여한 사람, 관리에 기여한 사람 등에게도 현금이나 현물로 정산하게 됩니다.
북한은 주택 건설도 필요하지만, 주택의 노후화에 따른 수리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현재 북한에 보급된 주택 3분의 2 정도가 노후화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박용석 박사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용석 : 노후수준이 30년 이상 된 주택들이고 아시다시피 대단히 열악한 주택환경을 갖고 있어 여기에 대한 리모델링이 반드시 필요한 대목들이거든요.
북한에서 주택 거래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주택난에 따라 북한 당국은 이를 사실상 묵인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택 거래가 더 빈번해졌고, 동거인으로 등록한 후 세대주를 변경하는 등의 편법을 통해 집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동시에 주택 거래를 주선하는 부동산 중개인도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주택 보급률은 70~8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인근 원장은 “전체 600만 가구에, 주택 450여 만 채가 보급됐다”며 “앞으로 150만 채 정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인근 : 그러면 북한의 주택이 얼마나 공급됐을까요? 사실 추계가 매우 어려운데요. 먼저 북한의 경제정책 추진 시기별 목표 대비를 볼 때 약 25~50%를 공급했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최근 국토연구원이나 건설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410~480만 호 정도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게 보면 약 150만 호 정도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북한은 최근까지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재원과 건설자재의 공급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주택은 대부분 ‘고층살림집’이라 불리는 아파트와 2~3세대용 연립식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입주자의 사회적 신분이나 계층에 따라 차등을 두고 배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마당 등이 활성화되면서 당 간부가 아니어도 장사를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계층이 대도시에서 좋은 주택을 구입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이 원장은 말했습니다.
이인근 : 평양의 중구역 같은 경우 여기는 서울로 말하면 강남 같은 곳인데요. 거기는 최근 20만 달러까지 주택 가격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북한에서 상상할 수 없는 돈입니다. 북한에서 자금을 관리하는 당 간부라든지 뒷돈을 받는 사람들이 이런 집을 구매할 수 있는데요. 이밖에도 주요 도시에는 신규 아파트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또 북한의 시장화와 개방화에 따른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이인근 : 사실상 저희가 북한 주택 건설에 참여하게 된다면 경제개발구 등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남한도 1960~70년대 창원, 울산, 안산 등과 같은 곳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주변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건설하지 않았습니까. 북한도 경제개발구 및 핵심프로젝트 권역 중심에 산업 경제기반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때 배후 지역에 대단위 주거단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의 건설관련 민간단체인 건설주택포럼이 주최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 주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서인데요. 건설주택포럼의 최민성 회장은 개회사에서 “제도적인 측면에서 북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최민성 : 국가와 민족의 큰 과제인 통일에 대비해서 주택에 대한 제도적인 측면, 민간 기업에서의 주택 공급의 측면, 또 통일 이후 주택 문제는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지를 살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과거 2000년대 중반 남한 정부는 통일이 이뤄지면 북한에서 3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00만 명은 북한 인구 전체의 13%에 해당합니다. 또한 일자리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오는 북한 주민을 위한 주택 소요물량도 73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남한의 연간 주택공급 물량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남한으로 내려오는 북한 주민 대부분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거주할 경우 수도권의 주택난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때문에 남북이 통일되는 경우까지를 고려해 남한 정부가 주택공급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