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면회소를 옮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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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반도 최대 민속명절인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풍성하고 즐거워야 할 추석이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산가족들에게는 추석날 오히려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이산가족을 대변하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만나봅니다.

기자 :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이상철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이번 주에 이산가족을 위한 큰 행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상철 : 그렇습니다. 저희가 매년 이산가족의날 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1982년에 첫 번째 행사를 했고요. 금년이 34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9월 23일 장충체육관에서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약 4천 명이 모여서 축하공연도 하고 이산가족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9월 25일에는 임진각 망배단에서 조상들께 예를 표하고, 북에 있는 가족들이 편안히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망향제를 지낼 계획입니다.

기자 : 아무래도 이날 행사에는 많은 분이 참석하실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상철 : 25일 이산가족의날 행사에는 2천 5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날 아침에 이북5도청 앞에서 버스가 출발할 예정입니다. 8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성묘 방북도 추진하고 있는데, 바로 그날 출정식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저희가 남북 당국에 고령 이산가족의 성묘 방북을 해달라고 촉구도 할 계획입니다. 일단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30명과 수행원까지 해서 100명 정도가 출정식을 가집니다.

기자 :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이산가족들은 추석 때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철 : 저의 아버님도 90세가 다 되셨는데요. 우리 이산가족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간절하면서도 우울합니다. 물론 부모님들은 다 돌아가셨겠지만, 고향과 가족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깊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남북의 지도자들이 통 큰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들의 부모님만 챙기지 말고 백성들의 부모도 생각하는 그런 정치를 해 달라는 겁니다.

기자 :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한 달 후에 진행되는데, 상봉 정례화와 서신교환, 그리고 전면적인 생사확인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는지요?

이상철 : 남북이 지난 번에 적십자 회담을 해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제20차 상봉행사를 하기로 했는데요. 그 결과로 100명 정도가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지만, 사실 지금의 상봉행사는 일회성 면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동안 계속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회성 만남보다는 전면적 생사확인 더 급하다고 말입니다. 우리 대통령께서도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전체 상봉 신청자 12만 9천 명 가운데 지금 살아계신 6만 6천 명의 명단을 북쪽에 보내서 이들 가족에 대해 생사확인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북한은 이번 적십자 회담 때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자 : 북한은 인도주의적인 사업인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미사일을 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핵실험을 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것 때문에 이산가족들이 많이 우려하실 것 같습니다.

이상철 : 이산가족 대다수가 상봉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상봉을 앞둔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죠. 남북관계 정세 변화에 따라서 상봉이 물거품이 될까 봐 굉장히 노심초사하고 애간장을 태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빨리 해소됐으면 하는 게 저희의 바람이고요. 이왕 상봉 행사를 하기로 했으니까 잘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 상봉 행사 때 가시는 분들을 위해 해 주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철 : 상봉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80세 이상 고령자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건강이 가장 우려되죠. 일단 상봉 장소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멉니다.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가려면 중간에 속초에서 하룻밤을 묵고 또 가야 하는 여정이라.. 나이드신 분들에겐 매우 힘든 여행입니다. 지난 19차 때도 보면 행사 때 힘들어서 쓰러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구급차에 실려 오는 일이 발생하고 그랬습니다. 또 이분들이 60년, 70년 만에 만나다 보니까 그 충격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무튼 건강이 가장 걱정되고요. 무엇보다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주변에서 환경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기자 : 시간이 갈수록 이산가족의 수도계속 줄 텐데요. 지금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의 수는 어느 정도 됩니까?

이상철 : 지금 말씀하셨듯이 2000년도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청하라고 했을 때 12만 9천 명 정도가 지원했습니다. 15년 동안 6만 6천 명 정도가 세상을 떠나셨고, 지금 6만 3천 명 정도가 살아계십니다. 이것은 전체 이산가족의 수가 아니고요. 상봉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만 그렇다는 겁니다. 우리가 이산가족이라고 한다면 8촌까지 따지게 되는데, 전체 합하면 850만 명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봉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6만 6천 명도 머지않아 세상을 떠나실 겁니다. 통계로 보면 해마다 4천300명 정도가 돌아가시기 때문에 앞으로 15년 후에는 모두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상봉정례화 얘기도 나왔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수시로 만나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면 이산가족 면회소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지금 금강산에 있는데,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을 구경하려고 가는 것도 아닌데 면회소가 굳이 거기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선 수도권에서 근접 가능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이산가족들이 수시로 만날 수 있는 날을 대비해서라도 가까운 거리에 미리 면회소를 건설해 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통일로 가는길>, 지금까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위원장님,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상철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