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있는 한 6.15정신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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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6월 15일은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화해·협력의 시대'를 선포한 6·15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한 지 16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는 6.15 이전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와 한계를 알아봅니다.

지난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비행장. 트랩에서 내린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 나온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뜨겁게 두 손을 맞잡습니다. 분단 이후 남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평양 시민들도 열렬히 환영했고 텔레비전을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한 국민도 복받치는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두 정상은 2박 3일 동안 진행된 회담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 우리 두 사람이 공동 성명에 대해서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6.15 남북공동선언은 당시 남북한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6.15 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북한의 남한 주최 체육 경기 행사 참가 등 민간교류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또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지속되면서 한반도의 긴장도 다소 완화됐습니다. 북한은 일본, 미국과 화해 분위기를 유지하며 국교 정상화 교섭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평화적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당시 남북은 6.15 공동선언을 통해서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남북대화 정례화,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는 공중에 떠버린 휴짓조각이 되고 말았죠.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 금강산 육로 관광이 가능해지고 남북 도로와 철도 연결, 그리고 개성공업지구가 조업을 시작했습니다. 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비전향 장기수가 북송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눈에 띌 만 사업들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표면적이고 형식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킨 공로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만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건넨 대북송금 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선언을 하고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터진 2008년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은 그동안 쌓았던 모든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특히 2010년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남북관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군함이 침몰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남북교역과 인적교류를 중단하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교류협력을 위한 뱃길이 더 이상 무력도발에 이용되도록 할 수 없습니다.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입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길에 나선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고, 최근에는 우리 소유의 재산까지 일방적으로 몰수했습니다. 더구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협력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구축을 앞세워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 대박론' 등의 구상을 내놓았지만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더욱이 남북관계 최후로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업지구가 올해 2월 초 전면 폐쇄되면서 한반도 긴장 상태는 6·15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남북 간의 신뢰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올해도 6·15공동선언 16주년 기념행사에 6·15 남측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정부가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모두 막은 상황에서 6.15 남북공동행사가 가능하겠습니까. 현 상황에서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남한의 통일부는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정부는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며 그 취지와 정신에 맞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다시 한 번 촉구했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북한은 우리의 지원과 협력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고집하고 도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평화에 엄중한 장애를 조성하는 것으로 남북 간 합의의 기본 정신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무모한 도발위협을 중단하고 핵을 포기하고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진전시키는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결국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는 남과 북에서 따로따로 열렸는데요. 남한은 15일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기념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비록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됐지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관계자는 "광복 71주년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16주년 기념식이 열렸는데요. 여야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족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역사가 휠체어에 앉은 채 참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북한에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대화와 교류는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자체적으로 기념행사를 열었는데요. 북한은 6·15공동선언 16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각종 매체를 통해 6·15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는 다양한 글들을 내보냈습니다. 북한은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된 것에 대해 "남측 정부의 방해 책동 때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6.15 남북공동행사는 2008년 금강산에서 개최된 이후 8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빛이 바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2010년 이래로 북한은 남북이 합의했던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또 무엇보다도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등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대해서 계속 도발로 대응해왔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서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만나서 웃으며 악수를 한다는 건 모순이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특별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한 남북이 예전처럼 손을 맞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뾰족한 해법이 현재로선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이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가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북한이 최소한 핵과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것이 이행되면 잃어버린 6.15정신도 되살아나고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