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비 에너지협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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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북통일은 헤어졌던 세월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요. 어떤 이는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고도 하고, 새벽처럼 온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통일은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행한 통일이 아닌 행복한 통일이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 시작하겠습니다.

" 에너지 산업을 창조경제의 견인차로 발전시키고 창조형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것입니다 ."

방금 들으신 내용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네르기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말인데요. 박 대통령은 당시 총회에서 에네르기(에너지) 산업에 창의성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경제발전의 기회로 삼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에네르기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에네르기 수입에 사용하고 있으며 석유소비 세계 12위, 석탄, 전력소비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에네르기 빈국이면서 동시에 에네르기 다소비국입니다.

한국은 분단으로 인해 섬나라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마찬가지로 무역하기 위해선 바닷길이나 하늘길을 이용해야 합니다. 원유를 수입하려면 해상길로 먼 거리를 돌아와야 하는 관계로 수입하는데도 큰 비용이 듭니다. 우리는 이러한 수송비를 흔히 물류비라고 하는데요. 요즘에는 에네르기 수입을 위한 비용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이 물류비 절감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중 윤갑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동북아 에네르기협력을 주장해왔습니다.

윤갑구 : 식량이 중요하죠. 그런데 식량을 수입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에너지 수입이 10배 정도는 더 많을 겁니다. 우리가 에너지 수입을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또 우리 수출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에너지입니다. 뭐냐 하면은 석유를 수입해서 만든 석유 제품이 그만큼 많이 수출된다는 겁니다. 에너지 빈국이지만 에너지를 수입해 잘 가공해서 그걸로 우리는 먹고사는 겁니다.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4개국은 교역 측면에서 전 세계 20% 이상 점유하고 있는데요. 과거 냉전 시절 이들 국가는 정치 문제와 역사적인 미묘한 감정 등으로 협력보다는 반목과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탈냉전이 되면서 자원개발과 에네르기 수송 등 경제적인 협력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NAFTA)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기중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과거에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큰 수급 패러다임이 일대 전환기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 대륙으로 통하는 육로 길은 오직 북한입니다. 만약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허용해주고 중국과 러시아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면 동북아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동북아 경제발전과 통일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유라시아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통합을 위한 첫 단계로 에네르기를 기반으로 하는 유라시아 구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류지철 前 에너지경제연구원 동북아에너지센터장 :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New Silk Road'라고 해서 동북아 에너지협력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New Eastern Policy', 그러니까 신동방정책이라고 해서 우랄산맥 서쪽의 자원이 많이 고갈돼 시베리아 쪽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Zero Nuclear Policy'를 강조하면서 최근 러시아 가스에 관심을 많이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 없이 추진하기 어려운 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에네르기협력이 다자간 공조체제하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우선 핵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 당국의 투명성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관련국의 명확한 입장도 필요한 상황인데요. 그렇게 해서 일단 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동북아 에네르기협력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입니다.

동북아 에네르기협력은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외부자본과 기술의 유입을 말하는데요. 중국과 러시아 지역으로부터 송유관과 가스관, 그리고 송배전시설 등을 연결하고 남한과도 연결하는 거대한 사업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사업 타당성 분석도 이뤄졌습니다. 더구나 이 사업은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 미국 등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성사만 된다면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미국 정부에서는 이 사업과 관련하여 상당한 재정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윤갑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윤갑구 : 러시아 하바롭스크를 기점으로 한반도와 일본, 중국, 그리고 베링해를 건너서 앵커리지까지 그리고 거기서 또 연결해서 미국 포틀랜드와 시카고, 나중에는 남미까지 연결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이미 논의되고 있는 한국철도와 시베리아철도 연결사업 등과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업은 또 낙후된 북한을 비롯해 중국의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 포함돼 있어 관련 국가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는데요. 특히 에네르기 협력사업은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유갑구 : 제 얘기의 결론은 러시아와 중국,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태평양 세력까지 같이 합해서 서로 시장경제원리에 의해서 투자한 만큼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현재 에네르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북한 에네르기 공급난의 핵심은 석탄과 전기의 부족입니다. 석탄은 전력생산의 절반과 산업 및 민생용 에네르기의 거의 전부를 담당하는데요. 그러나 북한의 석탄 생산은 1990년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석유 등 다른 자원을 수입하기 위해 해외에 헐값으로 내다 팔고 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석유 수입이 한정돼 있어 총 에네르기의 3% 정도만을 담당하고 가스는 아예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력부문 역시 어려운데요. 북한 주민 4분의 1 정도만이 가정용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용은 불가능합니다. 북한 핵무기 완전폐기를 위한 유엔 결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도 기술과 자본 부족으로 실용화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 에네르기 산업의 내부혁신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외부의 지원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동북아를 연결하는 이 에너르기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호철 한국에너지포럼 사무총장 : 북한의 자체적인 역량만으로 에너지 위기를 정상화하고 그 이후에 경제발전을 이루겠는가. 그 능력은 좀 의문스럽고요. 적어도 외부 지원이 필요한데 북핵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확실성을 불식시키기고 국제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한국의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국제협력 효율화는 추가비용 부담 없이 북한 에네르기 공급을 10% 이상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의 에네르기 시장 개혁과 개방이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지역 에너지공동체를 형성하고 북한 에네르기 위기도 타개할 수 있는 겁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