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통해 하나되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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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여러분, ‘통일’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왠지 그리움이라고 답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2014 통일문화주간을 맞아 지난 10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통일로 주제로 시민 문화행사가 열렸는데요. 울긋불긋 오색 빛깔의 단풍처럼 화려하면서도 정겨웠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리움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그 열기의 현장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여러분께서 듣고 계신 이 노래는 바로 한국의 유명한 가곡 ‘그리운 금강산’입니다. ‘그리운 금강산’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금강산을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그렸습니다.

이 노래는 1961년 6․25 전쟁 발발 11주년을 맞아 당시 서울중앙방송국, 그러니까 지금의 KBS가 “조국 강산을 소재로 가곡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어 달라”고 하며 위촉한 작품으로 당시 시인 한상억 씨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가 최영섭 씨가 그해 8월 인천시 숭의동 자택에서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10월 31일 통일문화 행사가 열린 광화문광장에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 씨가 직접 나와 이 노래와 관련한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회자 : 통일이 되면 이 노래가 더 많이 불리겠죠?

최영섭 : 통일이 되면 안 불려야죠. 눈물 나게 이 노래를 왜 불러요. 옛날에 그런 노래가 있었지라며 차라리 추억의 노래로 간직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매년 10월 마지막 주를 ‘통일문화주간’으로 정한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범국민적인 통일문화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통일 문화행사는 통일부의 지원 아래 (사)통일문화네트워크가 기획했는데요. 행사를 주관한 ‘통일문화네트워크’는 통일문화운동에 관심 있는 문화계 인사와 단체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김범석 통일문화네트워크 대표 : 저희 통일문화네트워크는 이 문화가 가진 힘을 통일운동에 한번 사용하고 싶었고요. 사실 통일문화주간에 만들어서 국민들과 함께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파주의 통일 미술제라든가 남북영화 상영제, 그리고 이 자리에서 To Be One 콘서트까지 이어졌습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광화문광장에서는 350m에 달하는 한강대전도를 실제 크기로 출력하여 광화문 잔디밭 둘레에 100명의 자원봉사자가 직접 손에 들고 전시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병풍을 연상케 했는데요. 한강대전도를 그린 김학수 화백은 6.25전쟁 당시 평양에서 피난 나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평생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이렇게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1964년 한강유역을 현지 답사하기 시작하여 40여 년간 그림을 그려서 2008년 아흔의 나이에 한강대전도를 완성했는데요. 그림에는 물길을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바뀌는 한강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박재섭 인제대 김학수기념박물관장 : 혜촌 김학수 선생님은 아주 특별한 분입니다. 화단에서도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나는 유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리 한국적인 그림, 다른 사람들이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꼭 그려놓고 가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생 거기에 맞추어 공부하셨습니다. 화법이라든가 붓놀림, 채색 등 우리 것에 대해 굉장히 애착을 가지셨는데요. 평생 그리신 것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이 한강대전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통일 문화행사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한강대전도의 화폭을 담은 의상을 입고 나왔습니다.

그들은 관객들에게 자신이 입고 나온 옷의 그림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날 행사의 주제도 ‘춤추는 한반도에 옷을 입히다’로 정했습니다. 사람에게 옷을 입히듯 한민족에게 통일의 옷을 입힌 것입니다.

사회자 : 이승규 선생님, 입고 있으신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승규 (혜촌 제자): 이 그림은 스승님인 김학수 화백 선생님께서 저한테 주신 겁니다. 선물로 주신 이 그림을 제 옷에 프린트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사회자 : 그러면 이 작품의 제목이 뭡니까?

이승규 (혜촌 제자): 봄의 아름다운 황혼입니다.

사회자 : 제가 입고 있는 옷의 이 작품은 눈 오는 날, '설일' 그러니까 겨울작품이고요. 선생님께서 입고 계신 옷의 작품은 봄이군요.

이승규 (혜촌 제자): 네, 그렇습니다.

한강대전도의 그림을 새긴 의상 시범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음악회가 진행되었는데요. 이날 음악회는 중창단 유니드림콰이어와 손수길 밴드가 이끌었습니다. 그 둘의 아름다운 조화는 관람객들에게 가을밤의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유니드림콰이어에서 유니드림은 우리말로 통일의 꿈입니다. 이날도 가수 조영남 씨의 노래 ‘통일바보’를 불렀습니다. ‘통일바보’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올해 새롭게 만들어진 노래인데요. 노랫말이 무척 익살스럽습니다. 노랫말처럼 정말 통일이 돼서 남북이 일일생활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산에서 아침 먹고 서울에서 점심 먹고 평양에서 냉면 먹고 오는 것이 오늘의 나의 스케줄 ,

내가 미쳤냐구요 ? 내가 꿈꾸냐구요? 그래요, 나는 꿈을 먹고 살아요. 내 이름 통일 바보.

서로가 서로에게 흡수되기를 바라던 대립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함께 살아가야 할 한반도입니다.그러려면 먼저 상대방에 대해 용서하는 마음이 필요하겠죠. 한반도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중창단 유니드림콰이어가 12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흰색과 검정, 노랑, 보라, 파랑, 주황 등 각각의 색깔에는 의미가 다 있습니다.

사회자 : 주황색은 병이 들어 아파하는 색깔을 의미하고요. 그런데 여기에 한반도를 위로하는 노란색과 함께한다면 그리고 파란색이 함께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녹색이 만들어지겠죠. 녹색은 기쁨과 생명의 색깔입니다. 그리고 보라색과 검정색도 앞으로 나오세요. 지금 우리가 처한 한반도의 역사와 현재 우리가 느껴지는 상황을 이렇게 12가지의 색깔로 표현해봤습니다.

지금 북녘땅은 전기가 부족해 밤이면 짙은 어둠으로 덮입니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한반도의 야경 사진을 보면 한반도 남쪽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북쪽은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바다로 표시된 것처럼 깜깜합니다. 기껏해야 평양 쪽에 작은 불빛이 보일까 말까 합니다.

사회자 : 한반도가 깜깜한 밤일 때 인공위성에서 보면 육지가 아니라 섬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바로 그것이 한반도가 안고 있는 아픔이죠. 하지만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 전체가 낮에도 밤에도 저렇게 반짝반짝 환하게 될 것입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진 재즈 음악이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민들은 남과 북이 하나됨을 기원했습니다.

시민 : (통일이 되면) 바로야 아픔이 있겠지만,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고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니겠습니까. 같은 말을 하는 같은 민족이 함께 살기 위해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가져올 만족감과 행복감과는 비교할 순 없겠죠.

이날 주최 측은 경제적인 통일보다 문화에서의 통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창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치·경제적인 통일 방안이 마련돼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문화공연으로 함께 어우러졌던 것처럼, 통일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