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요즘 북한 축구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로 최강의 전력을 선보이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지난 11월 9일 폐막한 '2014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휴전선이 바라다보이는 경기도 연천군에서 펼쳐졌는데요. 지난 7일 개막전이 열린 연천공설운동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 시작하겠습니다.
(경기장 현장음)
지난 7일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린 경기도 연천공설운동장. 남한을 대표하는 경기도 선발 풍생중학교와 북한 4.25체육단이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개막경기인 만큼 양 팀 선수들이 다소 긴장한 모습입니다. 긴장한 것은 감독들도 마찬가집니다. 경기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에게 계속 주문과 지시를 내렸습니다.
남측 감독 : 그래 좋아. 경원아, 뒤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그래.
북측 감독 : (공을) 돌리라 돌리라. 주고받고. 연결하면 받아줘야지. 야 차가이(간격) 좁히라. 차가이
어린 선수들이지만, 패기 넘치는 경기에 관중들은 손뼉을 치며 양 팀 모두를 응원했습니다. 지난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도 남측 관중들은 남북대결이 있을 때마다 동포애적 사랑으로 함께 응원해주었는데요. 이날도 연천군 주민은 물론 지역 학교에서 단체로 응원을 나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은 형, 오빠를 외치며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습니다.
초등학생들 :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기자 : 어느 학교에서 왔어요?
초등학생 : 연천초등학교요.
기자 : 몇 학년인가요?
초등학생 : 6학년요.
기자 : 오늘 북한 선수들 봤는데, 북한 선수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죠?
초등학생 : 네, 북한 선수들 축구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기자 : 북측 선수들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요?
초등학생 : 제가 연천 초등학교 골키퍼인데요. 골키퍼를 어떻게 잘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경기장에 나온 아이들은 마냥 즐겁습니다. 또래 북한 축구 선수들을 자신이 사는 고장에서 이렇게 직접 본다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통일되면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학생 1: 통일되면 금강산도 가고 싶고 평양도 가고 싶습니다.
햑생 2: 저는 북한 아이들이랑 같이 축구하고 싶어요.
학생 3: 저도 같이 체육하고 싶고, 북한에 있는 문화재도 보고 싶어요. 백두산이나 금강산도 가고 싶습니다.
전반 시작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이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북한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대회 첫 골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북한은 전후반 내내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현장음)
심판의 종료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전후반 경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경기 결과는 3대 0. 북측의 승리였습니다. 함께 뛰었던 남측의 풍생중학교는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을 정도로 강팀이었지만, 북측의 완벽한 수비에 걸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남북 모두 경기 결과보다는 체육교류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였습니다. 경기 때 상대방 선수가 넘어지면 달려가 서로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에서 온정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시합이 끝난 뒤 풍생중학교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승리를 거둔 북한 선수단을 온 마음으로 축하해주었습니다.
김진영 풍생중 선수 : (북한 선수들이) 여유가 넘치고, 약속된 플레이를 잘하는 것 같아요.
백종원 풍생중 코치 : 북한 선수들이 신체 조건만 좋은 줄 알았는데요. 경기를 직접 해보니까 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양쪽 선수들이 서로 악수하고 격려하는 동안 취재진들이 북한 감독의 경기 소감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인지 북한 감독은 회견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취재진들이 계속 따라다니며 경기 소감을 묻자 이내 짧게 답했습니다.
김영수 4.25체육단 감독: 기술적인 측면에서 괜찮다고 보고요. 남쪽 선수들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대회를 통해서 남쪽이나 북쪽이나 서로 합심해서 경기를 나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북한은 다음날에도 남한 팀 광성중학교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뒀으며, 11월 9일 결승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도코르를 4대 0,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번 대회 참가팀 중 유일하게 무실점을 기록하며 우승했습니다.
북한의 4.25체육단은 명실공히 북한을 대표하는 체육단입니다. 그런 만큼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됐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체력과 기술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을 앞섰습니다. 이번 대회를 참관한 축구 전문가들 역시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4.25체육단은 과거부터 북한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의 산실이라고 할 정도로 이곳을 거친 선수들이 나중에 북한 대표팀에 상당수 포함됩니다. 그렇게 봤을 때 머지않아 북한 대표팀에서도 이 선수들을 자주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가 열린 경기도 연천군은 휴전선과 가까운 군사 접경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북한군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지난 10월 10일에도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에서 총격을 가해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연천군에서 북한이 참가하는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렸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김규선 연천군수 : 우리 주민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우리 주민들이 60여 년 동안 여러 가지 규제에도 묵묵히 참아주시고 따라주셔서 그래서 오늘 같은 대회를 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 군민들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고, 또 이를 통해 남북통일에 우리 연천군이 중심이 되는 그런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연천 주민들이 하나가 돼 오랫동안 이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3일에도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연천 전곡읍에 도착했을 때 연천 주민들은 직접 거리에 나가 북한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는데요. 당시 이들의 손에는 통일의 희망이 담긴 한반도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백성현 (연천 주민): 북한하고 가까운 저희 연천군에서 북한 선수들을 보고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게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이 작은 군에서 축구 대회를 열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한동안 중국에서 진행돼온 남북 유소년 축구 교류전이 남한 땅에서 다시 열린 것은 7년 만입니다. 지난 2일 한국에 입국한 북한 선수단은 한때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럴수록 주최 측인 남북체육교류협회와 연천군은 북측 선수단을 더 편하게 대해줬습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북측 선수들이 현지 적응을 했고요. 음식도 잘 먹고 그렇습니다. 기온 차가 있어 건강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감기도 걸리지 않고 좋습니다. 북측 선수단은 저한테 교장 선생님이라고 부르죠. 10년 동안 중국에서 같이 지내고 해서 저랑 있으면 북측 선수들이 편안하게 생각하고 그렇습니다.
일주일간 연천군에 머물렀던 북한 선수단은 지난 11월 11일 다음 일정을 위해 중국 광저우로 출국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북 유소년들의 따뜻한 만남과 그리고 연천 군민들이 보여준 사랑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더 간절하게 만들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