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U대회 ‘백두산 채화’ 추진

0:00 / 0:00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오는 7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참가국 대표단장 회의가 지난 12일 개최지인 한국의 광주에서 열렸는데요. 북한 대표단 역시 깊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북한 대표단의 이번 방한으로 백두산 성화 채화와 북측 응원단 파견 등이 최고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북한 참가와 백두산 채화 추진 소식 등을 전해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지구촌 스포츠 팬 여러분! 광주가 자연, 문화, IT가 어우러진 색다른 스포츠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광주U대회 홍보영상)

지구촌 대학생들의 올림픽으로 불리죠.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엔 한반도 남쪽 전라남도 광주에서 열립니다.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21개 종목에 170여 개국, 2만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인데요. 대회 개최가 다가오면서 선수촌 조성이 끝난 데 이어 주요 경기장 등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난 3월 25일에는 개막을 100일 앞두고 홍보단이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홍보에 나섰고요.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10m 높이의 홍보탑이 세워졌습니다.

유지현 광주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대변인 :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28번째 대회가 되겠습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대회를 통해서 선수들이 스포츠와 교육을 결합해서 스포츠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유니버시아드 개최는 이번 광주 대회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인데요. 지난 1997년에는 무주에서 동계 대회를, 지난 2003년에는 대구에서 하계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규모로는 이번이 가장 큰 대회가 될 것입니다.

북한은 2003년 대구 대회 때 참가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참가는 남북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었습니다. 당시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을 때라 북한은 대규모 응원단까지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러나 이번엔 관계가 좋지 않아 북한의 참가가 불투명했습니다. 다행히 북한은 지난 3월 참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남북 간의 정치적 문제로 불참하게 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북한이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스포츠 행사에 불참하게 되면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여러 가지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참가를 결정했다고 보고요. 또 남북관계를 봤을 때도 이번에 체육 행사에 참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최근 10년간 개최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매번 참가하면서 평균 45명 정도의 선수단을 파견해왔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선수 75명과 임원 33명 등 108명을 파견합니다. 육상을 비롯해 체조와 탁구, 유도 등 6개의 개인종목과 여자축구와 송구(핸드볼) 등 2개의 단체 종목에 출전합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도 북한의 참가가 절실했습니다. 대회 조직위는 북한이 지난 3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매우 기뻐했습니다. 내친김에 남북 단일팀 구성도 희망했지만, 한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최근 남북관계의 분위기와 국민 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단일팀 구성에 장애물이 있었다면 북한의 대남정책, 그러니까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는데 이후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남북 단일팀 구성에 장애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난 3월 12일과 13일에는 60개국 대학스포츠연맹 대표단장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표단장 사전회의를 비롯해 단체종목 조 추첨식에 참여했습니다. 대표단장 사전회의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대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경기장 사전답사 등을 통해 대회 준비를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북한에서는 장정남 대학생체육협회 부위원장 등 4명이 참가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가는 곳마다 한국 취재진은 따라다녔습니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인지 북한 대표단은 방문 기간 내내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대부분 침묵을 유지했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만 가끔 짧게 답변했습니다.

장정남 북한 대표단장 : 여기서 자꾸 와달라고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 (이쪽에선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아직은 대답 안 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백두산을 출발해 북한을 거치는 성화봉송과 북한 응원단 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백두산에서 성화를 채화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인수한 뒤, 이를 경의선 철도로 운반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을 통한 성화봉송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이뤄졌습니다. 당시 백두산에서 성화를 채화해 금강산을 거쳐 파주 임진각에서 한라산 채화 성화와 합화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동의를 전제로 백두산 채화와 응원단 입국에 대해 전향적 검토 입장을 밝혔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 조직위와 북한 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실무적 협의가 잘 되면 우리 정부도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장정남 북한 대표단장은 광주에 닷새 머무는 동안 성화봉송과 북한 응원단 참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이에 따라 대회 조직위원회는 북한에 응원단 파견을 공식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13일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응원단 파견과 더불어 백두산과 무등산에서 성화를 채화한 후 임진각에서 합화하는 방안을 북한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윤석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 백두산과 무등산에서 성화를 채화해서 임진각 앞에서 합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응원단을 보내도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 선수단의 이동 경로 역시 관심의 대상입니다. 현재 광주까지 철로를 통해 입국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철로를 통한 입국이 확정되면 북한 선수단은 경의선을 통해 서울역까지 온 뒤 용산역에서 호남고속철(KTX)을 이용해 광주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갑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장 : 스포츠나 문화는 평화교류를 하는데 아주 유용하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물꼬를 트고 남북이 서로 가까워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얼마 전 열린 국회 남북관계 특위에서도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철로를 통해 입국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단일팀이 무산된 상황에서 북측 선수단이나 응원단이 철로를 통해 입국하게 되면 이 또한 의미가 새롭습니다. 지난 10일 대표단장 사전 회의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도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 호남고속열차를 통해 광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고속열차로 광주까지 가는 데 불과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철도를 이용한 북한 선수단의 이동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겠죠.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고,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특별히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 남북관계를 봤을 때 북한에서 응하겠느냐는 겁니다.

북한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고비 때마다 체육분야를 관계개선의 지렛대로 이용해왔습니다. 정치 군사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지금, 국면전환을 위한 모종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남측의 배려와 편의에 감사하다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층 인사들을 폐막식에 맞춰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광주 시민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남북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