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이순신 장군이 하늘에서 굽어본다면, 자신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에서 군대도 안 가본 인간들이, 고물 무기만 가득한 군대를 거느리고 역사상 최고의 천하제일 명장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꼴이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 북한에서는 역사상의 영웅보다는 살아있는 영웅을 더 중시하지요.
북한에선 2월 들어 광명성 발사 축하행사, 김정일 생일 축하행사가 요란한데 평양연극극장에서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시점에서 이순신 장군 공연이라니 의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남북한의 관점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평양에선 미사일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한다고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축하공연이 벌어지고 있지요. 이런 가운데 이순신장군에 대한 연극공연도 열리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것이지요. 연극내용은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한산도 전투와 명량 전투를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군요.
한산도 전투와 명량 전투를 좀 말씀해주시면?
임채욱 선생: 역사에는 한산도 대첩으로 기록돼 있지요. 왜군은 육지에선 연전연승하면서 평양까지 진격했으나 바다싸움에서는 이순신 장군에 의해 옥포, 합포 전투, 당포, 당항포 등 몇 차례 전투에서 모두 패했지요. 그 해 7월 패배를 만회하려고 왜군의 가장 유능한 장수가 정예 병력을 이끌고 거제 앞바다에 있는 한산도로 진격해 옵니다. 군함 73척에, 많은 병력이 전투준비 중이였지요.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해서 학익진을 펼치면서 공격하여 적선 47척을 깨트리고 12척을 나포했으니 아주 큰 승리를 거둔 것이지요. 이 전투는 진주성대첩, 행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전투라고 하지요. 이순신 장군은 이 전투 승리 때문에 많은 외국학자들이나 장군들로부터 바다의 영웅으로 인식됩니다. 다음 명량 대전은 임진왜란이 시작된 지 7년이 되던 해 지금의 진도군 울돌목에서 단 12척의 배로 10배 이상 되는 133척의 왜군 전선을 격파하고 물리친 해전이지요. 이순신 장군은 좁은 수로에서 빠른 물살을 이용해서 적선을 부숴버렸지요. 이 해전 이후 왜군은 우리 땅에서 물러가게 되지요.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두 달 뒤쯤 벌어진 노량전투에서 애석하게도 전사하고 맙니다.
아주 대단한 전략을 구사했군요. 북한에서도 당연히 이순신 장군은 존경받는 장군으로 평가되겠지요?
임채욱 선생: 이순신 장군이라면 남북한 할 것 없이 존경할 사람으로 알고 있지요. 한데 북한에서의 평가는 한국과는 약간 다른 면이 있지요. 김일성도 일단 이순신을 좋게 평가했지요. “리순신 장군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지 못한 거북선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기어드는 왜적을 바다 위에서 물리쳤습니다.” 이렇게 말한 바 있지요. 하지만 이순신 장군에 대해 걸고넘어지는 것이 있지요. 바로 이순신이 봉건시대 임금에 대해 충성을 했을 뿐이라는 토를 달고 있지요. 다시 말해서 이순신 장군이 지략이 뛰어나고 애국심이 충일해서 왜적을 물리쳤지만 양반출신 장군으로서 신분적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양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죠. 그리고 그 바다 싸움에서의 승리도 그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민중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지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물론 밑에서 받치는 백성의 힘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지휘자의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닙니까?
한국에선 이순신 장군에 대해 무조건적인 평가를 하지 않나요?
임채욱 선생: 물론이지요. 한국에서는 이순신이라면 성웅, 성스러운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죠. 역대 대통령들도 이순신을 모두 존경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고 성웅으로 모셨지요. 아산의 현충사를 성역화하고 제사에 참석까지 했지요. 한국에서는 역사인물 가운데서 영화나 연극으로 가장 많이 형상화된 분이지요. 반면에 북한에선 드물게 나타나죠.
북한에서 이순신 장군을 이번 공연 이전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임채욱 선생: 1960년대에 국립연극극장에서 한 번 <이순신 장군>이란 제목으로 연극이 상연된 바 있는데, 이때 조영출이 대본을 쓰고 황철이 연출을 맡았지요. 두 사람 다 월북한 문인이고 연극인이였죠. 이후에는 이순신이 거의 작품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너무 내세우면 현재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수령들 영예를 훼손한다고 보는 모양이지요.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영웅관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학교에서도 배웠고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것쯤은 다 알지요. 역사상의 장군들 가운데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북한의 영웅관과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역사상의 영웅보다는 살아있는 영웅을 더 중시하지요. 지난날 역사상에는 비범한 기질을 가진 걸출한 사람만을 영웅이라 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사람도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면 영웅이 된다고 강조하면서 혁명적인 행동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지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개별영웅의 역할을 부인하는 편입니다. “독불장군이라도 혼자 힘으로는큰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두고도 “거북선을 만들고 뛰어난 전법을 능숙하게 적용하여 바다싸움에서 빛나는 전과를 올림으로써 전쟁승리에 크게 이바지하였다“(조선전사)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승리에는 애국적인 군인들과 인민들의 지원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지요.
북한의 이순신장군 공연과 북한주민의 애국심 고취와도 관련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물론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것보다는 남쪽에서 풍선으로 보내는 물포 안에 한국영화 이순신을 주제로 한 ‘명량’도 USB 형태로 전해지는데 따른 반응일 수도 있겠다 싶군요. 어떻든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북한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이야 아주 좋은 일이지요.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탈북자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지난 2015년 4월 자유아시아방송 주성하의 서울살이 프로그램 시간에 ‘이순신 장군이 북한군을 본다면’제목으로 방송한 내용 함께 들어봅니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시간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북한에서도 물론 명장이라고 역사 시간에 배워는 줍니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장군이라고 사기 치려니, 이순신 장군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역사 시간에 이순신 장군을 배웠는데, 그때 이순신 장군의 제한성이라고 받아쓴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순신 장군의 제한성은 탁월한 수령의 영도를 받지 못했고, 그가 지키려고 했던 나라는 결국 봉건왕조 국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어린 나이에도 “그럼 이순신 장군이 김일성의 영도를 받아야 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황당했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지켰으니 오늘날 김씨 일가가 통치할 땅이라도 남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무지 고마워해야 할 텐데, 양심도 없네요.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23전 23승의 대단한 전공을 세우고 수만 명의 왜적을 바닷속에 수장시킨 명장입니다. 특히 1592년 9월 16일 단 13척의 배로 330척의 왜적과 싸워 이긴 명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 중에서 가장 대표적 전투입니다. 이 전투를 그린 명량이란 영화가 지난해 제작됐는데 한국 영화 역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이순신 장군의 전공은 왜적의 배와 비교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군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군함이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점, 똑같은 군함을 갖고도 패했던 원균의 사례로 볼 때 이순신 장군이 대단한 전략가이자 위대한 업적을 세운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군함도 매우 중요한데,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거북선과 판옥선은 당대 세계 최고의 군함이었습니다. 서양에서 철갑선이 나온 것은 무려 250년 뒤였습니다. 거기에다 사거리가 500미터인 화포를 10문 이상 장착했고, 상당히 든든했기 때문에 왜군을 그대로 들이받아 부셔버릴 수 있었으며, 밑바닥이 평평해서 빙빙 회전하며 싸울 수 있었습니다.
옛날엔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으니 나라 간에 각종 무기의 격차가 커도 잘 모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나라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다 아니까 전쟁을 하지 않고도 누가 이기고 지는지 딱 가늠이 됩니다. 지금 북한군의 수준도 바로 가늠이 되는데, 딱 임진왜란 때 왜군 수군 수준, 걸프전때 이라크군 수준도 못됩니다. 이런 인민군을 놓고 김정은은 미국을 개미처럼 밟아버리겠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죠.
오늘 전쟁에서 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드렸지만 그렇다고 이순신 장군의 업적이 폄하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중심부 광화문이란 광장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데 제가 뒤돌아서면 바로 내려다보입니다. 칼을 차고 갑옷을 입고 왜적이 오지 못하게 우리나라를 지켜선 수호신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하늘에서 굽어본다면, 자신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에서 군대도 안 가본 인간들이, 고물 무기만 가득한 군대를 거느리고 역사상 최고의 천하제일 명장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꼴이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Music Bridge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