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도 보물?

조선중앙TV는 군복을 입고 일 하고 있는 원산 구두공장 근로자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방송은 이들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안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업대 한쪽으로 전투배낭이 놓여 있다.
조선중앙TV는 군복을 입고 일 하고 있는 원산 구두공장 근로자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방송은 이들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안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업대 한쪽으로 전투배낭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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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도 벌써 5개월째 되어 옵니다. 남북경협의 '옥동자'로 불리던 개성공단, 북한근로자 5만 4천명이 일하던 공단이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파국의 비운을 맞았습니다.

결과 북한으로 해마다 들어가던 1억 달러 이상의 외화현금이 끊겼고,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으며, 이들 수입에 의존하던 많은 가구들, 20만여명의 개성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공단에서 월급으로 지급되던 1억 달러의 현금이 북한근로자들에게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당 39호실을 통해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며 이는 핵․미사일 개발, 김씨 일가의 사치, 간부들의 선물정치에 충당됩니다.

그럼에도 공단에 뽑힌 근로자들은 배급도 다른 지역, 가계에 비해 충분히 지급받았고, 공단 내 남한기업들이 지급하는 초코파이를 포함한 물자, 상품의 수혜도 많이 받고 살았습니다. 자전거를 지급한 회사들도 많죠.

지금은 남쪽에서 공급되던 전기, 수돗물을 포함해 모든 것이 끊겼고, 또 공단중단으로 개성일대 식량, 채소, 생필품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요즘 북한당국은 남한기업들이 두고 온 원․부자재, 완제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또 '개성공단에 남은 것은 오물도 보물이다'라는 소문까지 돈다면서요.

핵에만 매달리는 북한의 도발로 생긴 공단중단사태를 북한당국은 남한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남한이 '개성공단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공단 노동자들의 입막음을 하는 한편, 북한 내부 강연, 회의들에서도 이렇게 선전하고 있다죠.

심지어 김정은은 '공단에서 벌어들이는 1억달러는 부스럭 돈'이라며 주민들의 생계 난을 무시한 채 즉흥적으로 공단폐쇄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제2고난의 행군'을 야기하고는 주민들보고 극복하라고 강요하고 있죠.

그리고 미사일 한발에 1천만달러 이상을 탕진하고 있는데요, 이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 5만 4천명의 한 달 월급분이며, 옥수수 5만 톤을 구일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1억 달러는 결코 북한에 부스럭 돈이 아닙니다. 북한은 100만 달러를 벌어 국가에 바치면 영웅칭호를 줍니다. 결국 개성공단은 해마다 100명의 영웅칭호를 배출할 만큼 큰 공을 세운 거나 마찬가지죠.

북한 대외경제성에서 해마다 벌어들이는 돈이 천만 달러가 안 됩니다. 나라의 무역을 책임진 국가기관의 실적이 이럴 진데 결국 개성공단은 대외경제성 10개나 맞먹는 일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공단중단의 피해는 이뿐이 아닙니다. 공단에서 배운 기술과 공단의 자투리 자재를 가지고 집에서 의류, 가방, 지갑 등을 만들어 팔던 '자투리 경제'도 큰 타격을 입어고, 개성에서 만든 상품은 '명품'으로 알려졌는데 이것도 더는 볼 수 없게 됐죠.

공단중단사태는 국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됩니다. 김정은이 집권해가지고 북한 각지에 특별경제지역들을 많이 선포해 놨는데, 개성공단처럼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사이에 중단되면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하겠습니까.

오로지 정권안위, 체제보위를 위해 핵에만 매달리는 북한당국, 결국 이들이 말버릇처럼 떠드는 '이민위천', '민심은 천심'은 모두 거짓인가 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