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단체인 통일비전연구회가 북한이 2006년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핵실험지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인근 주민들의 건강상태, 그리고 핵실험이 미친 피폭상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조사는 현지에 살던 탈북자 13명에 대한 인터뷰로 가능했는데 풍계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 상당수가 원인 모르게 두통과 체중감소, 감각기능 저하 등 신체 이상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이것을 '귀신병'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우라늄과 관련된 유사한 괴소문이 나돌았었죠. 어느 지역 어느 집에 사는 사람들이 원인모를 희귀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느니, 귀신이 들었다느니, 그러다 알고 보니 집터 밑에 우라늄광석이 대량 매장되어 있어 방사능과 관련된 병을 앓았고 결국 집을 버리고 이사 갔다는 스토리였습니다.
제가 평양컴퓨터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10년 넘게 군사복무를 한 일부 제대군인 학생들 속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본인들은 제대 시 비밀엄수를 서약하였기 때문에 어디서 복무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치를 보니까 핵시설에서 근무하지 않았나 의심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런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풍계리인근 주민들에게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피폭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도 주지 않고 있고, 그 대처법도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환경오염 없이 100% 안전하게 했다고만 주장하고 있죠.
3차례의 핵실험을 경험한 한 40대 탈북자는 '2013년 여름 무렵부터 길주군 일대에는 온몸에 힘이 없고, 먹어도 살이 빠지고, 두통에 시달리는 등 까닭 모르게 아픈 사람이 많이 생겼다'며 '이런 환자를 두고 귀신병에 걸렸다'고 수군댔고, '귀신병 환자들은 아파도 병원진료를 제대로 못 받기 때문에 점쟁이를 찾아간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3차례의 핵실험을 겪고 작년 1월 탈북한 50대 여성은 '내가 원래 냄새를 잘 맡기로 유명했는데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5월쯤부터 갑자기 후각 능력이 떨어졌다'며 '비슷한 시기에 미각도 약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등의 이상 증세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하다보니 망조부 김일성을 흉내 내 온갖 곳을 찾아다니며 현지 지도하는 김정은도 핵 실험장 부근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죠.
핵실험 후유증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김정은에게 어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배짱은 끝장이다'. 정도를 벗어난 배짱은 오히려 파국을 부른다는 뜻입니다.
국제사회의 만류와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며칠 전 노동미사일을 또 두발 발사했습니다. 아마 필요하면 언제든지 5차 핵실험도 하겠죠.
북한 김정은정권은 언제까지 이런 무모한 핵개발의 배짱을 부릴까요? 아마도 항간에서 하는 주민들의 말처럼 북한의 핵 배짱은 '핵 끝장'을 꼭 불러오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