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무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네요. 삼복더위에 건강관리를 잘 해야 이번 여름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더위를 이기는 우리 민족의 특별한 방법이 있죠. 바로 보양식을 먹어 기운을 돋우고, 면역력도 키우는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된 어느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남녀 1,000명 대부분이 보양식을 한다고 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초복을 특별히 잘 챙긴다고 합니다.
먹는 음식 추세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연 닭곰(삼계탕)이 압도적이었으나 올해에는 51%로 16% 감소를 보였고, 오히려 장어가 11% 증가해 22%로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보양식을 먹는 이유로는 '몸에 좋아서'와 '더위를 이기려고', 그리고 '습관적으로'라는 응답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특이한 것은 나이가 좀 있을수록 보양식을 더 잘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50대 여성의 경우 74%가 초복을 챙기는 반면 20대 남성은 53%만 먹는 다네요. 그리고 좀 씁쓸한 응답도 있는데요, 보양식을 먹지 않겠다고 답한 40대 남성의 10%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를 꼽았다고 합니다. 사회가 점점 개인중심으로 세포 화되고 있고, 1인 가구도 급속히 늘어난다고 하니 생기는 사회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서울에서도 과거에는 보신탕이 제일 인기를 끌었겠죠? 그러나 지금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생활양식의 변화, 애완용동물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유로 그 소비가 많이 줄었습니다.
평양에서는 아직도 단고기가 보양식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죠. 삼복더위에 국물이 발잔등에만 떨어져도 보약이 된다고도 합니다. 특히 '강도식당'으로도 불리는 합의제식당에서 많이 만들어 파는데요, 국정가격보다 훨씬 비싸고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자본주의적 식당이지만 식사 질과 서비스가 좋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들의 소득이나 가계 생계가 시장 활동을 통해 70-80%정도 조달되기 때문에 10-20년 전에 비해선 수십 배 비싸진 단고기 보양식가격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고기 요리도 여러 가지로 진화해오고 있는데 단고기 엿도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외에 닭곰도 여전히 인기입니다. 연간 몇 번 먹을 수 없고, 또 귀하다나니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세대주 또는 임신하였거나 출산한 여성들에게 우선 대접해 줍니다. 어떤 이들은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몇 끼를 굶고 한 마리를 게 눈 감추듯 먹기도 합니다.
요즘은 옥류관에서 특식메뉴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죠. 자라, 철갑상어, 뱀장어 요리 등. 아무쪼록 가능한 보양식을 잘 챙겨 드셔서 이번 여름도 모두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실 자본주의적 방식인 '강도식당'만 활성화해도 음식 값이 많이 싸지고, 보양식도 다양해져서 인민들이 큰 혜택을 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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