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전진하는 광대뼈'와 '장군볼'

북한 김정일의 3남이자 후계자 김정은(왼쪽)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대경축야회를 관람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의 3남이자 후계자 김정은(왼쪽)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대경축야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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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시간입니다.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객원연구원인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전진하는 광대뼈와 후진하는 볼.' 이는 1990년대 시작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시달린 나머지 인민들의 관상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죠. 광대뼈는 계속 나오고 볼은 계속 패이고. "네 볼은 호미질을 했냐?"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네던 일도 새삼스레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최근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후계자로 공개된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른가 봅니다. 너무 살이 쪄 볼이 쑥 나와 있고 목에는 2중턱이 붙어 있습니다. 27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사람이 북한식 표현을 빌면 '임신 8개월'처럼 배도 불룩하게 나와있습니다.

체중이 90kg로 비만이라나요. '세상에 부러움 없이' 사는 김 씨 일가의 사치와 풀죽도 없어 하루 세끼를 겨우 연명해야 하는 절대다수 북한 인민들의 불행한 처지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1989년 7월에 열린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북한의 경제는 지금의 이 지경은 아니었습니다. 평양에서는 그래도 배급을 주었고 주민들이 칡뿌리나 벼뿌리로 '대용식품'을 만들어 먹는 정도는 아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한의 림수경 전대협 대표를 비롯해 많은 인사들과 외국인들이 오는 만큼 북한 청년학생대표들을 잘 가꾸어 내세워야 했죠.

그 일환으로 고안해 낸 것이 대표들을 미리 뽑아 몇 달 동안 보통강호텔에 합숙시키면서 살을 찌우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에 얼마나 못 먹고 못 자랐으면 남한사람들과 외국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살찌우는 일도 계획해야 할까, 정말 웃지 못할 '희극'이었습니다. 지구상에 오직 북한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이번 김정은의 출현도 상당히 연출된 분위기였습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닮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머리를 높이 깎았고 김일성이 즐겨 입던 쯔메르 양복을 입었습니다. 사진도 얼굴 정면보다 옆모양을 찍어 공개해 김일성과의 유사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이 모든 것은 김씨 왕조의 뿌리를 강조해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비만은 이 기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전체가 김씨 일가의 '밥상'이니까요. 얼마 전 한 언론은 김정은이 너무 몸이 나 2008년 8월초 당뇨병으로 쓰러졌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일이 몇 주 뒤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도 이 것 때문이라나요.

북한에서 우리가 알고 있고 선전되고 있는 '쪽잠과 줴기밥(주먹밥)'을 비롯한 김정일 일가의 '검소한 생활,' '인민적인 풍모' 등의 선전은 죄다 거짓말입니다. 김정일이 제일 좋아한다는 야자상어 날개탕, 죽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죽상어 날개탕, 상어날개와 소라를 넣어 만든 상어날개 소라탕, 대군 상어 날개 홍쇼 등은 한 그릇에 그 값이 300달러나 된다고 합니다.

그 외 그들의 식탁에 자주 오른다는 곰발바닥요리, 일본에서 직송하는 각종 생선회(사시미),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 비둘기 간장 찜, 참다랑어 뱃살 초밥, 꿩 편 구이, 뱀장어, 캐비어, 송이버섯, 왕새우 회, 코냑, 위스키 등 산해진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뱀장어의 단 맛과 캐비어의 짠 맛이 어우러진 초밥 뱀장어 캐 비어는 한 그릇에 2천 달러나 합니다. 북한인민들이 먹는 한 끼 식탁은 0.5달러도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이 모든 메뉴는 외부에서 상상하여 지어낸 것이 아니라 김정일 전속 요리사로 10년 넘게 일한 일본인에 의해 그리고 김정일과 함께 생활한 그의 친인척과 고위급 북한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해 알려진 것입니다.

사랑하는 북한형제 여러분, 한 쪽에선 먹을 것이 없어 인민들이 굶어 죽고 다른 한 쪽의 김 씨 왕족은 피둥피둥 살만 쪘습니다. 더욱이 한심한 것은 백성들이 끼니를 때우든 말든, 풀죽을 먹든 말든 오로지 자신들의 배만 불려온 김 씨 일가가 반세기 넘게 강요한 희생도 모자라 이제는 3대째 북한 인민들을 김 씨 왕조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철면피한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세계의 수많은 정의로운 사람들, 수십 년간 온갖 거짓과 위선에 속아온 2천 400만 북한인민들은 '김씨 왕조'의 반인민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반민주적인 독재체제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객원연구원 김광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