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복잡다단했던 2016년이 저물고 2017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보통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각 국가들, 기구들, 언론사들은 나름대로 그 해에 가장 특기할 사건들을 추려서 10대뉴스 등을 내 보냅니다.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서 이를 발표했죠. 월별로 12가지를 선정했는데요, 1월 뉴스로는 4차 핵실험, 2월에는 장거리로켓 발사, 3월에는 여명거리 건설 선포, 4월은 백두산영웅청년 3호발전소 완공, 5월에는 노동당 제7차 대회, 6월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7월에는 자연박물관과 중앙동물원 준공이 올랐습니다.
8월은 잠수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청년동맹 9차대회, 9월은 제5차 핵실험, 10월에는 17차 여자 월드컵 축구 우승, 11월은 함경북도 수해복구 작업, 12월은 초급당 위원장 대회였습니다.
결국 핵미사일관련이 5건이나 차지했고요, 김정은 대관식을 한 당 대회 등 정치행사관련 뉴스가 3건 차지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인민들을 위한 충복으로 살겠다'고 한 인민생활관련 내용들은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들을 위한 여명거리 건설, 백두산 발전소 완공, 자연박물관과 중앙동물원 완공 등 3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발전소건설은 이 지역 혁명사적지 전력보장 목적이죠. 그리고 박물관이나 동물원은 인민생활과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함경북도 수해관련 뉴스는 사실 국가적인 큰 재난뉴스입니다. 이외에 스포츠관련 소식이 하나 있네요.
결국 북한당국은 핵미사일 개발에 국가자원의 대부분을 탕진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탕진되는 재산은 당 7차대회를 포함해 각종 대회들, 정치행사들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들 입장에서 뽑을만한 뉴스를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북부지역 홍수피해입니다. 북한당국도 해방이후 가장 큰 피해라고 발표했듯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6만 8,900명이 집을 잃고 한지에 나 앉았죠. 그야말로 두만강지역 집들은 모두 비에 쓸려 내려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중이 머리를 깎으면 모기가 성한다'는 말이 있죠. 경제난이 수십 년간 누적돼 땔감이 없어 산이 벌초가 되고, 중국에서 식량을 사오려고 또 나무를 찍은 데다 여기에 태풍이 설상가상으로 덮쳐 일어난 인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음으로는 70일 전투, 200일 전투일겁니다. 일 년 내내 전투에 시달려야 했으니 2016년이 얼마나 빨리 가기를 학수고대했겠습니까.
다음으로는 대북제재일겁니다. 지난해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는 유엔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만 이행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더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석탄수출도 60% 감축될 것이고, 항공유 수입도 사실상 불허입니다. 국제금융시장 접근도 불가능하죠.
오늘은 남한의 유행어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요? 유명한 조폭 영화 '친구'에서는 주인공이 자기 친구에게 칼을 맞으면서 이런 대사를 남기죠.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북한주민들이 지금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요? '고마해라, 전투, 핵. 마이 묵었다 아이가.'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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