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벽두부터 북한 관련 뉴스들이 서울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신기한 소식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차남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결혼했다는 설입니다.
최룡해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습니다. 장남은 30대 후반의 최준, 차남은 30대 초반의 최성인데요, 이 최성이 김여정과 결혼함으로서 결국 최룡해와 김정은 집안이 사돈지간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오래 살다보면 맏며느리 얼굴에 수염 나는 꼴을 본다는 말이 있죠. 이 결혼설이 정말 사실이라면 북한은 저 멀리 조선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정략결혼을 통해 왕실을 튼튼하게 하고 권력안정을 도모했던 중세세기로 말입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김씨 왕조를 지키기 위해 세밀한 간부사업원칙을 견지해 오고 있습니다. 우선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중앙당에서 친인척이 2명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합니다. 왜냐면 이럴 경우 권력집중, 남용 가능성이 생기고 노동당은 이를 가족주의, 종파주의, 개별적 간부들에 대한 우상화의 온상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위간부들끼리 서로 사돈을 맺는 것도 극도로 꺼리는 금기사항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예외적인 사례들은 있었지만 말이죠. 처형된 장성택 조카가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며느리로 되었고, 주도일 91훈련소 사령관이 김일성의 사촌인 김선주와 사돈을 맺었었죠.
그러나 대체로 북한간부들은 이것을 피했습니다. 자칫 가족주의, 종파주의의 요소로 의심돼 더 심한 감시와 사회적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 정책적으로도 이것은 장려되지 않았습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 희생한 영예군인들에게 시집가라', 제대군인들에게 시집가라, 도시보다는 어렵고 힘든 농촌과 탄광, 광산에 시집가고 진출하라, 이것이 북한이 시종일관 요구한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 조국과 인민, 집단에 대한 '숭고한 희생정신'이었습니다.
또한 자주 실패는 했어도 간부들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이신작칙을 강요하는 시책들도 여러 번 썼습니다.
대표적으로 비서국이상 간부 자녀들을 대외기관, 대외활동에서 배제시킨 방침, 또 이들을 중앙기관이 아닌 기관과 지방으로 발령내린 조치, 이들을 어렵고 힘든 전연지역이나 지방지역에서 군 복무하도록 한 방침, 아버지가 현직에 있는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지 못하도록 한 방침 등 나름대로 민심을 반영한 지배계급의 특권을 통제하는 조치들을 취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론에 철저하게 배치되는 권력의 3대 세습도 대놓고 노골적으로 하더니, 조선 봉건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정략결혼을 '수령'이 거리낌 없이 하고 있고 또 그 수혜로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복귀해 명실상부한 2인자 자리를 차지했다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30대 초반에 노망한다고나 할 수 있겠죠.
또 옛날부터 이런 말도 있죠. '뒷간과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 두 가문이 사돈을 맺는 것도 모자라 김정은이 최룡해를 주변에 계속 끼고 돌면 우리 선조들이 물려 준 지혜, 북한인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꼴이 되겠죠?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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